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뉴스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 역시 하루도 거른 날이 없다. 월요일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오찬을, 화요일엔 조 바이든 부통령과 조찬을 함께 했고, 수요일엔 ‘힐러리를 위한 준비(Ready for Hillary)’라는 이름의 수퍼팩이 연방선거관리위에 120만 달러가 넘는 모금실적을 보고했다.
지난 주말 NBC가 TV미니시리즈 ‘힐러리’ 제작을 발표하자 이번 주 초엔 CNN이 힐러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및 내년 극장상영 계획을 밝혔으며 스칼렛 요한슨이나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을 맡을 힐러리 관련 극영화의 2016년 개봉이 거론 되었는가 하면 힐러리 관련 서적은 아마존만 검색해도 이미 대여섯 가지가 넘는데 내년엔 힐러리 자신의 회고록도 출판될 예정이고, 거액의 유료 강연과 공익행사의 무료 연설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그의 소신은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공직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간 지 6개월째인데 ‘힐러리 클린턴’ 브랜드는 정치권은 물론 대중문화 속으로 스며들면서 미국인의 일상에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화두는 차기 대선 - 민주·공화 양당의 첫 경선까지도 아직 900일 가까이 남아있지만 이제 2016년은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힐러리 뉴스는 그치지 않고, 그러나 과하지는 않게 쭉 이어질 것이다.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대선주자, 그리고 국무장관에 이르기까지 공인생활 30여년의 경험을 통해 거부감 없이 관심권 안에 머무는 적절한 수위조절의 노하우를 익힌 덕일 것이다.
힐러리는 정말 출마할까? 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출마를 언제 선언할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엔 정말 당선될 수 있을까가 더 현실적 질문의 핵심이다.
빨라도 내년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진 공식선언을 안하겠지만 힐러리의 출마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앞 다퉈 승리를 점치며 찬사를 보내고 민주당 유권자의 63%가 “우리의 후보는 당신이어야한다”고 지지하는 상황에서 어떤 정치가가 마다하겠는가. 또 힐러리의 막후 오케이를 받지 않았다면 그의 캠페인 지원을 공언한 수퍼팩이 단시간에 그처럼 성장할 수 있겠는가.
금년 초 신설되어 두세달 전에야 펀드레이징을 시작한 수퍼팩 ‘레디 포 힐러리’의 모금실적은 상당하다. 그들은 “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부자 수효”라고 강조한다. 돈을 낸 9,700여명 중 75%가 25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자이며 매 9초마다 새로운 지지자가 합류하여 7월말 현재 55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힐러리 캠페인을 위한 길 닦기다. 기부가와 자원봉사자, 지지자의 풀뿌리 조직을 구축하여 대선전이 시작될 무렵 다른 후보들은 엄두도 못 낼 힐러리의 절대적 입지 확보에 일익을 담당하려는 것이다.
이 수퍼팩은 최근 2명의 캠페인 전문가를 영입했다. 2012년 오바마 캠페인에서 경합지역을 누비던 필드참모들이다. 두 번에 걸친 오바마의 성공전략을 도입하기 원하는 ‘힐러리랜드’의 의사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번 오바마-힐러리 회동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나무그늘 시원한 패티오에서 의 런치데이트 메뉴는 그릴드 치킨과 잠발라야 파스타, 샐러드 그리고 ‘프렌드십’이라고만 밝혔을 뿐인데도 “2016년 대선 전략이 주요 토픽이었을 것”이라고 뉴스 없던 월요일에 미디어들은 저마다 추측성 분석을 보도했다.
사실 ‘2016년 민주당 승리’는 두 사람 모두에게 윈윈의 목표다. 두 번째 도전하는 힐러리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오바마케어’등 자신의 업적을 역사적 유산으로 정착시키려면 오바마에게도 민주당의 차기대선 승리는 절박한 과제이며, 양당 모두 합쳐 현재로서 압도적 ‘선두주자’ 영순위 후보는 누가 뭐래도 힐러리다.
지난 2월 워싱턴포스트가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군을 “힐러리와 기타 여러분”이라고 표현했듯이 여론의 지지, 선거자금, 캠페인 조직과 인력면에서 힐러리는 단연 앞서 있다. 막강한 여성운동단체 ‘에밀리 리스트’도 5월부터 ‘마담 프레지던트’ 캠페인에 돌입했다.
공화당의 흠집 내기도 시작되었다. ‘오바마케어의 대모’ ‘B급 국무장관’으로 깎아내리는 보수미디어의 평가도 잦아졌고 민주당 경선의 기세가 본선까지 좌우할까 두려운지 “힐러리를 막아라(Stop Hillary)”를 비롯한 두서너개의 반힐러리 수퍼팩도 설립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힐러리 독주체제’ 인식을 더욱 강하게 하는 ‘역효과’를 내는 정도다.
그보다 더 큰 도전은 힐러리 진영 자체의 문제다. 이번에는 정말 당선될 수 있을까 - 그것은 지난번 패배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었는가에 달려있다. 프린스턴대 줄리언 젤리저교수는 “2008년과 똑같은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때나 다음에나 힐러리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경험’이 낡은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약점으로 몰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6년의 ‘기타 여러분’ 중에 또 다른 오바마가 없다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69세 노장이 익사이팅한 풀뿌리 열정을 어떻게 불러낼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 전략은 ‘최초의 여성대통령’ - 역사성만으로도 유권자 절반에게 설렘을 주는 이 메시지의 적극 활용이다. 끊임없이 여성 평등권을 강조하며 그 실천에 앞장 서온 힐러리에겐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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