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와 스탈린이 보인 공통점은 무엇일까. 너무 느닷없는 질문 같다. 그래서 한 가지 조건을 단다. 6.25란 세팅 안에서라는. 답은 휴전에 적극 반대했다는 것이다.
모든 전쟁은 성전(聖戰)이어야 한다. 때문에 중국 전역으로 확전시켜서라도 승리를 해야 한다. 맥아더의 입장이다. 스탈린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통해 공멸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한동안 ‘잊혀 진 전쟁’으로 치부됐었다. 한국전쟁, 6.25가 정전 60주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참전 용사를 기리는 포고문을 발표 한 것도 그 일환으로, 정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6.25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관련해 새삼 관심을 끄는 대목의 하나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황은 불리해졌다. 1951년 1월과 2월의 상황이다. 트루먼은 핵무기 사용을 심각히 고려, 핵무기를 오키나와 공군기지로 수송토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다가 그 명령을 취소, 괌으로 보냈다. 결국 확전을 꺼린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았을까. 상당히 희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인천상륙작전의 가능성은 정확히 내다보았다. 김일성에게 경고까지 보냈다. 그러나 중국과 소원한 관계에 있던 김일성은 경고를 무시했다.
무엇이 모택동의 한국전 참전을 결정을 불러왔나. “일본이 재무장과 함께 한반도를 디딤돌로 아시아대륙으로 진공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의 이유였다.” 디플로매트지의 최근 보도다.
숨겨진 다른 이유도 있었다. 미국에 맞섬으로써 공산정권의 위상을 높인다. 그리고 ‘가까운 해외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둠으로써 공산정권의 통치기반을 한층 강화시킨다는 것을 그 숨겨진 목적으로 디플로매트지는 풀이했다.
“화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승리에서 비롯된 일종의 군사적 로맨티시즘이 모택동의 한국전 참전의 주 동기다.” 한 중국 측 학자가 최근 내린 주장이다. 한국전쟁을 인민전쟁의 연장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군사적 로맨티시즘만으로 모택동의 한국전 참전의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을까. 지정학적인 계산이 있었다. 거기다가 동아시아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패권주의적 입장도 가미됐다.
‘한반도가 적대 세력에 점령되는 사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청조(淸朝)시대부터 중국이 보인 한반도 정책이다. 장개석의 국민당정부도 같은 입장이었다. 모택동의 공산당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참전은 이런 면에서 필연이라는 점을 최근 공개된 중국 측 자료는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미 그 때부터 한국전 참전을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 활동’으로 스스로 간주했던 것이다.
여기서 새삼 한 가지 질문이 떠올려진다. 중국은 한국에게 있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이 흔들린다. 중국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 동시에 중국세기(中國世紀)담론은 중국경제 몰락론으로 뒤바뀌었다. 있을 수도 있는 중국 경제의 파탄. 그 이후의 상황과 맞물려 그 질문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게 있어 도대체….
“그 징후는 이제 뚜렷하다. 중국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중국모델은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이제 남은 문제는 경제가 얼마나 깊은 나락에 빠져들까 하는 것뿐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내용이다.
중국세기를 예언했던 골드만삭스도 전망을 바꾸었다. 워싱턴포스트도, 파이낸셜타임지도, 또 텔리그라프지도, 중국경제의 파탄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트랩에 빠져든 중국 경제. 그 뒤에 오는 것은 그러면 무엇일까. 내셔널리즘의 비등이다.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로버트 카플란의 지적이다.
경제위기는 정치, 사회 위기로 이어지면서 공산당 정권은 체제유지를 위해 중화내셔널리즘을 조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 과열의 내셔널리즘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까운 해외에서 군사적 행동’유발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 카플란의 설명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때문에 그 가상의 전망이 현실로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또 다른 질문이 뇌리를 스친다. 북한 체제 붕괴 시 중국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어떤 형태든 개입하고 나설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통일을 방해하고 나설 수도 있다.” 연초 발표된 미 의회 보고서 내용이다. 역시 가상의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한반도에 세력변화가 있을 때마다 개입하고 나선 것이 중국이다. 멀리 임진왜란에서, 청일전쟁, 그리고 6.25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6.25 종전 60주년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중국은 한국에게 무엇인지, 그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북의 수령절대주의 체제가 종말상황을 맞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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