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무엘 클레멘스란 본명 보다도 마크 트웨인이란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19세기의 미국 작가의 소설들 중 “왕자와 거지”라는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 있다. 톰 캔티란 빈민굴의 거지 아이와 나중엔 에드워드 6세가 된 웨일스의 왕자는 꼭 닮은 꼴이었다. 왕궁 앞에 톰이 서성거리다가 근위병들에게 매질을 당하게 된 것을 왕자가 구해준 게 인연이 되어 둘이는 친해졌을 뿐 아니라 잠시 동안 옷을 바꾸어 입기로 한다. 영락없이 거지가 된 왕자의 경험과 왕궁 풍속을 전혀 모르는 톰이 왕자 노릇을 하는 내용이 희극적으로 묘사되었는가 하면 당시 영국사회의 빈곤과 잔인한 사법제도에 대한 고발도 담고 있다. 물론 나중에는 진짜 왕자가 왕으로 즉위하게 되고 톰은 신하로 중용된다는 내용이다.
영국의 왕세손인 윌리엄 왕자와 그의 부인 사이의 아들인 ‘케임브리지의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 왕자가 며칠 전 탄생되어 영국 전체만이 아니라 거의 범세계적인 이목의 집중이 있었던 것을 보면서 ‘왕자와 거지’가 생각났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증손자인 조지는 영국이란 나라가 계속 되는 한 언젠가는 왕위에 오를 왕세손이다. 낳는 순간부터 그의 인생행로는 일목요연하게 그려져 있다.
그 아이의 할아버지인 챨스 왕세자는 워낙 자기 어머니의 눈밖에 난 사람이라서 아마도 왕위에 오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화란이나 벨지움의 왕가들에는 최근에 여왕이나 왕이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일이 있었건만 작년으로 재위 60주년을 맞았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새 왕자의 아버지인 윌리엄 왕자가 엘리자베스를 계승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애기 왕자는 왕위 서열 제 2위일 것이다.
영국 왕실은 물론 영국 조야가 축하 열기를 만끽하는 것은 이해가 되면서도 웨스트 민스터 사원의 종을 3시간 울린다든지 한 군데선 축포 61발 또 한군데서는 축포 40발을 쏘아 올렸다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다. 아마도 왕세손의 출생을 두고 쓴 경비가 몇 백만불 이상일 것이다. 조지 왕자와 동시에 태어난 영국 아이들이 적어도 몇 백명 일터인데 그중에는 부모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만족시키는 출산이 있었는가 하면 미혼모 등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반가워할 사람들도 별로 없는 환경에 태어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가난해서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힐 것이 걱정되는 집안들도 적지 않을 터인데 100여발의 축포를 10발로 줄여 그 돈으로 가난한 아이들의 구제에 사용해야 마땅치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입헌군주제로 윈저 왕실의 전통과 의례가 영국 관광의 중심부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영국 전체의 경제에 큰 보탬이 된 행사일 수도 있다. 좌우지간 윌리엄 왕자의 어머니인 다이애나의 왕자비 시절의 해괴한 불륜 행각과 아버지 챨스 왕자 자신의 유부녀와의 관계 등의 스캔들과 더불어 1년에 3억불 정도로 추산되는 왕실 유지비와 비교되는 영국의 불경기 등으로 1990년대에는 왕실에 대한 지지도가 50% 미만이었단다. 그러나 서민 출신 캐서린과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윌리엄 왕자가 이번에 왕세손을 차에 태우는 카시트를 손수 장착한다든지 헬리콥터 구조대원으로 활약 한다든 지의 서민적 터치로 이제는 왕실 지지도가 80%대까지 회복되었다는 보도이다.
어쨌건 조지 왕자는 서너 살 때부터 왕실 특유의 수업을 받을 것이다. 증조 할머니 엘리자베스 여왕 앞에 나타나면 어찌 해야 하며 어떤 표현을 쓸 것인지도 또 왕궁의 수많은 신하들에 대한 처신도 배울 것이다. 이튼이나 해로우 사립중고교의 교육 아니면 가정교사들의 정성어린 교습 후 샌드허스트 사관학교를 거쳐 임관될 것이고 왕이 되는 훈련을 계속 받을 것이다.
만약 영국의 군주제도를 폐지하고 문자 그대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설립해야 된다는 공화주의자들이 영국을 바꾸는데 성공한다면 문자 그대로 혁명적인 변화가 있겠지만 그 같은 발상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가 10% 간신히 되는 현 상황 아래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조지 왕자와 동시에 태어난 남자 아이들은 부모의 계층, 교육, 경제적 위치 등에 따라 더러는 배관공, 전기 기술자, 정원 관리사 또 더러는 공무원, 스톡 브로커, 의사나 기타 직종으로 풀릴 것이다. 인생의 일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부모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영국 같은 복지 국가에서는 적어도 굶는 아이들은 없는 반면 하루에 2불 가지고 살아야 하는 최빈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가 있는가가 의문시 될 정도라니까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는 것도 주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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