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사계’를 듣는 것과 그 곡을 연주하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음악을 감상하는 것으로도 음악교육이 될 수 있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면 학습효과는 물론 인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평생을 살면서 전문지식이 있고, 외국어를 구사하며,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생애가 풍요로워진다는 말이 있다.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는 유대계 폴란드 피아니스트 브와디스와프 스필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스필만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2차 대전의 포화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는지 피아노에 초점을 맞춰 조명하고 있다.
스필만은 자신이 숨어 있는 집에서 한 독일 장교에게 발각되는데 직업을 묻는 독일 장교에게 자신이 피아니스트였다고 말하자 독일 장교는 그 집에 놓여 있던 피아노를 연주해 보라고 한다. 극심한 불안감 속에서 스필만은 자신의 최후가 될지도 모르는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하자 연주를 들은 독일군 장교는 돌아가고 극심한 긴장이 풀리면서 그는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生死(생사)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다면 그는 어떻게 되었을 까?지난 5월6일~7월1일 본보 교육 섹션의 ‘초등학생 음악교육’ 시리즈를 통해 기자는 9차례에 걸쳐 음악교육의 장점, 암기력과 학습법 향상, 자녀와 함께 하는 음악 등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음악의 효과는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이 사실이다.
음악을 과외활동으로 한 학생들이 명문 사립대에 거뜬히 합격하고도 남은 것은 음악이 두뇌를 발달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이 증명되는 사례이다. LA 코리안 유스 오케스트라(단장 정진식)와 협연을 한 바 있는 리처드 조(피아노), 김치영(바이얼린) 학생이 올해 나란히 하버드대에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12학년까지 오케스트라 과외활동을 성실히 하는 가운데 음악을 즐겼다.
한미은행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 전통음악 진흥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창규(72)씨는 한국의 전통음악 ‘창’에 빠져 20여년을 보냈는데 창을 하면 머리가 비워지며 무욕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데 힘 다할 때까지 하다 보면 자아도취·무아지경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노인들에게도 음악활동은 자아 존중감과 삶의 만족, 성취감을 경험하게 한다. 음악은 장르를 불문하고 이처럼 남녀노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인교회에서 10여년간 찬양대를 지휘하고 있는 앤드류 김씨는 아내 소영씨와의 사이에 장녀 샤론(성악), 아들 조슈아(뮤직사운드), 차녀 루스(뮤직 저널리즘) 세 자녀를 두고 있는데 모두 음악을 전공했다.
김씨는 “장녀가 음악도의 길로 들어선 것이 계기가 되어 세 자녀가 다 음악을 전공하게 되었다”며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이 더 유망할지 몰라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스스로 찾았고 열정을 갖고 일한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김씨 가족은 함께 음악을 즐기고 연주하는 과정에서 세대차도 극복하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어머니를 여읜 일곱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폰 트라프 대령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 수녀 마리아가 군대식으로 엄격하게 교육받은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즐거운 노래를 가르쳐준다. 마리아가 가족합창단의 에델바이스 노래를 마지막으로 남긴 채 나치의 압제를 피해 오스트리아를 탈출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어머니 없이 삭막하게 자라난 자녀들의 정서를 찾아준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었다.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싸이의 ‘강남스타일’ ‘젠틀맨’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소녀시대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팝스타 반열에 오리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싸이와 소녀시대는 ‘한국일보 할리웃보울 음악대축제’를 거쳐 간 한류 스타들이다.
올해로 본보가 11회째 진행한 ‘할리웃보울 음악대축제’는 한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음악을 통해서 한인사회가 하나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불경기 속에서도 1년에 한 차례씩 2만여명의 한인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 최고의 스타들이 몰고 오는 한류열풍을 체감하며 음악을 즐기면서 또 한해동안 역경과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음악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지주 역할을 한다.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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