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라는 이름은 ‘좁은 수로’라는 뜻의 ‘d?troit’에서 왔다. 5대호의 하나인 휴론과 이리 호를 잇는 작은 강의 이름이 바로 디트로이트다. 1701년 프랑스 장교인 앙트완 드 라 모트 카디약(Cadillac)이 51명의 프랑스계 캐나다 인과 세운 마을이 바로 지금 디트로이트 시의 모체다. 고급 차의 대명사 캐딜락은 이 사람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던 덕에 이곳은 일찍이 모피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19세기 들어서는 남부 흑인 노예들을 캐나다로 빼돌리는 소위 ‘지하철’(underground railroad) 사업의 주요 통로이기도 했다. 서부 개척과 함께 이 도시는 날로 번성, 빼어난 건축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서부의 파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동서 교역의 요충지였던 탓에 마차 산업도 발달했는데 이는 1896년 헨리 포드가 맥 애비뉴에 자그마한 자동차 공장을 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이것이 잘 되자 1903년에는 포드 모터 회사라는 이름으로 정식 회사를 설립하며 그와 함께 다지 형제와 월터 크라이슬러 등도 이곳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면서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된다.
디트로이트 발전의 일등 공신은 단연 포드였다. 그는 그 때까지 두 세 명이 한 조가 돼 망치를 두들겨 만들던 자동차 제조 방식을 일련 공정으로 체계화하고 여기저기서 조달하던 부품도 자체 공장에서 제작케 함으로써 자동차 생산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다. 1908년 이렇게 생산된 모델 T는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춰 그전까지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자동차를 일반 노동자들도 타고 다닐 수 있게 만든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이 제2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디트로이트는 ‘민주주의의 군수 공장’으로 변신한다. 탱크와 장갑차를 비롯한 수많은 군수 물자가 개조된 디트로이트의 공장에서 굴러 나왔다. 제2차 대전이 끝나고 유럽과 일본이 초토화되면서 자동차 산업 중심지로서의 디트로이트의 위치는 독보적이었다. ‘모터 시티’의 부귀영화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자동차 회사들이 떼돈을 벌면서 하루 8시간 노동과 오버타임, 고임금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나아가서는 현직 근로자뿐만 아니라 은퇴 노동자에게도 죽을 때까지 연금과 건강 보험을 제공하라는 압력도 거세졌다. 회사 측은 이런 자동차 노조의 요구를 결국 모두 수용했다. 나중에는 자동차 제조 원가에서 철강 비용보다 의료 보험 비용이 더 많아졌다.
미국 자동차 회사가 이런 고비용에 허덕이고 있는 동안 일본 자동차는 연비가 높고 성능이 우수하면서 값도 싼 소형차로 미국 시장을 파고들었다. 70년대 오일 쇼크로 기름 값이 폭등하자 일제 소형차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거의 미국 자동차의 독무대였던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점차 외국 차에 의해 잠식돼 가고 있는데도 미국 자동차 회사와 노조는 과거의 영화에 취해 기술 개발과 소비자 취향 변화를 감지하는데 게을렀다.
2008년 금융 위기와 함께 오랫동안 안으로 곪았던 상처는 터지고 말았고 GM과 크라이슬러는 연방 정부의 구제 금융을 받고서야 겨우 연명할 수 있었다. 경기 회복과 함께 이들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디트로이트의 쇠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50년대 200만에 가까웠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이제 겨우 70만을 헤아린다. 도시 전체 주택지의 절반이 버려져 일부는 황무지로 변했고 폐허가 된 빌딩만 7만 채가 넘는다. 작년 디트로이트에서 매매된 주택의 평균 가격은 불과 7,500달러인데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범죄율은 미국 최고고 911을 아무리 불러봐야 1시간이 넘어야 온다. 하도 동네 분위기가 험악해 경찰 호위 없이는 구급차가 오지도 않는다.
이 디트로이트가 지난 주 18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드디어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 대도시 중 최대 규모지만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아무리 한 때 번영했던 도시라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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