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그림과 조각 속에 수시로 등장하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있다. 아프로디테의 탄생설화는 이렇게 전해진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혼자 몸으로 우라노스, 오레, 폰토스를 낳는다. 이들은 각각 하늘, 산맥, 바다를 뜻하는 신이다.
가이아는 다시 티탄 신족 12남매를 낳고 이어 괴물신들을 낳는다. 우라노스는 이 괴물신들을 가이아의 몸속 깊은 곳에 가두자 괴물이 요동칠 때마다 가이아는 고통스럽다. 가이아는 아들이자 남편인 우라노스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티탄 신 중 막내인 크로노스를 시켜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잘라 멀리 던지게 한다. 바다에 던져진 이 남근 주위에 거품이 모여 여신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
이 신화를 그린 산드로 보티첼리(1444~1510)의 ‘비너스의 탄생’ 원작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티켓을 가져가지 않아 두 번의 입장료로 거금을 지불하고 들어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시대 걸작품이 즐비함에도 기억나는 것은 이 그림과 ‘프리마베라(봄)’다. 그리 넓지 않은 보티첼리의 방에 걸린 작품 ‘비너스의 탄생’(그리스어로 아프로디테, 로마에서는 비너스)과 ‘프리마베라’ 주위에는 종일 관람객이 넘쳐났다.
‘비너스의 탄생’은 긴 금발로 나신을 가리고 커다란 조개껍질 위에 선 채 바다에 떠있는 비너스, 왼쪽으로 바람의 신 제피로스, 오른쪽으로 옷을 든 계절의 여신 호라가 보인다. 8등신 미녀 비너스의 온몸과 머리칼, 작품 전체에 황금가루가 뿌려진 듯 눈부셨다.
그리고 ‘프리마베라’는 꽃이 만발한 숲속에 비너스가 화면중앙, 왼쪽에는 엷은 옷을 걸친 여신들, 오른쪽에는 온몸을 꽃으로 장식한 봄의 여신, 바람의 신 등이 그려져 있다.
작품 속 여신들에게서 르네상스 시기의 미적 기준을 엿볼 수 있다. 르네상스는 인간의 몸이 지닌 아름다움에 눈 뜬 시기라 한다. 여신들 모두 살짝 배가 나오고 풍만한 허벅지에 비만형이다. 시대와 문화, 관습에 따라 미의 기준은 다르지만 르네상스 시대 미인들은 한결같이 만지면 살아서 피가 통하는 듯 따뜻해 보인다.
요즘 우리의 미적 기준은 어떨까. 일단 키가 커야 하고 커다란 눈, 높은 코, 입술 등 서구적 윤곽에 컬러렌즈, 금발염색까지, 완전 르네상스 시대 서양미인 얼굴이다. 성형수술 했다고 대놓고 말하는 연예인처럼 일반인도 성형을 숨기지 않는다.
여름방학 동안 한국으로 가서 쌍꺼풀, 코 수술을 하고 오기도 하고 현재 예약일을 기다리면서 서울에 체류 중인 재미한인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에는 ‘당신만 빼고 모두가 받은 수술’ ‘나보다 예쁜 여자는 다 고쳤다’고 하는 광고카피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8월 중순까지 예약이 차있다고 한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 휴가 맞은 직장인, 가정주부, 취업 앞둔 여대생, 남학생까지 눈을 크게 하고 콧대를 세우고 복코를 교정하고 있다.
예전에는 성형수술을 여름에 받으면 더운 날씨로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해 겨울에 주로 했으나 최근 의학기술이 뛰어나다보니 여름휴가 시즌이 수술 후 충분한 회복기간을 가질 수 있어 더 인기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서구적 미인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70~80년대이다. 아울러 최근 한류가 널리 퍼지면서 중국을 비롯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으로 성형수술을 하러 간다고 한다. 커다란 눈, 오똑한 콧날, 반듯한 이마, 인형처럼 작은 얼굴, 완벽한 몸매를 지닌 한국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이 절대적 미의 기준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남미녀들은 매혹적이지만 독기어린 아름다움이 보인다. 과거 한국인의 감성을 전달하는 자연스럽고 따뜻한 미가 드물다. 이 추세로 가다가는 동양인, 서양인 모두 얼굴이 비슷비슷해질 것이다. 안 그래도 한국 TV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연예인들은 성형한 얼굴이 다 똑같아 때로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18세기 조선시대 신윤복의 ‘미인도’가 그립다. 동그란 이마, 초승달 눈썹, 외꺼풀의 또렷한 두 눈, 둥근 코, 빨갛고 작은 입술은 우리의 전통미인 얼굴이었고 그 안에 역사, 문화, 숨결이 들어있다.
요즘 성형천국 한국에서는 의학의 힘으로 만든 인조 미인이 대세라는데 어찌나 서구적으로 잘 만들어졌는지 아프로디테가 울고 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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