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부모가 자식을 위해 사는 것은 천륜이다. 어쩌면 부모란 자식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일 수 있다. 자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부모의 심정은 잘 모를 게다. 그만큼 자식이란 부모에게 있어 둘도 없는 존재,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임은 누구나 인정할 게다. 그래도 부모가 자식을 위해 할 일이 있고 안 할 일이 있음에야.
치맛바람이 왜 일어나나. 자식 교육에 헌신하려 하다 보니 일어나는 게 치맛바람이다. 특히 엄마의 경우 자식이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애착한다. 누구보다도 더 잘 키워 잘 살게 하려고 하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이런 심정을 탓할 순 없다. 그러나 그게 지나치다 보면 이웃과 사회에 누가 되고 몰염치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재벌이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어 대를 잇게 하는 것은 피로 이어진 관계의 연대이다. 그리고 남을 믿지 못하는 불신이 자식에게 회사를 양도할 수 있다. 사유재산이 법적으로 보장된 나라에선 충분히 있는 일이다. 서구사회에선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재벌도 있다. 이렇듯 세속사회에서의 세습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자식을 위한 교회의 대물림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몇 십 년 목회를 하여 소위 ‘성공’한 목사들은 그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어 세습하려 한다.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한국의 모 대형교회들이 이미 세습했고 또 세습하려 한다. 목회를 대물림한 후 아버지는 뒤에서 수렴청정(?)을 한다. 말이 자식이 담임목사지 아버지가 뒤에서 다 한다.
교회의 세습을 찬성하는 어느 목사의 말이다. “나는 세습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하는 게 세습이지 교회는 정당한 절차와 공동의회를 거쳐서 한다. 목사의 자녀가 그만한 자격과 인격을 갖추었다면 목회의 대를 이어갈 때, DNA(유전자핵)가 같아 목회에 파장이 없다. 영적인 흐름을 같이 타고 나가는 것이다.
목사의 자녀가 사명을 갖고 아버지와 같이 걸어갈 수 있다면 좋은 거다. 교회는 개인 소유의 재산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거다. 교인들이 공감해서 (대물림)하는 거다. 요즘 교인들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한다면 나는 ‘세습’이라는 용어를 바꾸어야 하고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고 본다. 내 자녀가 안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세습 안에는 아버지가 소유했던 교회내의 부와 권력까지 자식에게 대물림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젊은 목사가 수만에서 혹은 십만 명 이상 교회의 담임이 될 때, 가지는 권력은 하늘을 찌른다. 일예로, 1년 예산이 300억이라면 담임목사가 예산집행의 최고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니 그 권력을 어떻게 가늠하겠는가.
재벌과 교회가 다른 점은 재벌은 세속(世俗)에 속해 있지만 교회는 성속(聖俗)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사회관습을 따라가는 곳이 교회가 아니다. 사회를 개혁하고 인도해야 하는 곳이 교회다. 사회를 이끌어야 할 교회가 세속화되어 가는 이런 관행, 즉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이런 세습 교회는 많아서 좋을 건 못되고 있어선 안 된다.
한국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방인성 실행위원장은 “교회세습은 신앙적으로 우상숭배이며, 신학적으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세속화된 교회의 부패한 현상이다. 이를 위해 세습이 하루빨리 근절되어야 한다”며 “권위주의적이고 독단적인 교회의 관행 때문에 성도들이 스스로 세습을 막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안타까워한다.
세반연이 지난 7월3일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한국교회 중 이미 세습이 된 곳이 62개 교회(아들·사위에게)며 세습이 진행 중인 의혹이 제기된 교회가 22개다. 의혹교회 중엔 존경받고 있는 M교회 K목사도 들어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못할 게 무언가? 이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그래도 할 일과 안 할 일이 따로 있지.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김정은으로 세습됐다면 교회가 아버지에게서 자식으로 세습되는 건 담임목사의 체제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교회세습이란 진정 복음을 위해 하는 건가. 이대로 가다간 손·자녀 자식에게까지 대물림하는 교회가 나오는 건 시기상조일 것 같다. 이게 진정 예수 그리스도가 바라는 교회의 참 모습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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