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변호사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관계
며칠 전 한국 신문에서 윤창중 씨 사건에 관련된 기사를 하나 읽었다. 윤창중 씨는 지난 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때 대사관 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전 청와대 대변인임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당시 한미 양국의 언론에 연일 보도되며 한국인 모두의 낯을 뜨겁게 했던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사건이었다. 한 동안 언론에서 잠잠해 잊고 있었는데 이번의 신문기사가 그 사건을 다시 생각나게끔 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도된 기사는 윤창중 씨의 변호사 선임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 신문의 한 특파원이 윤창중 씨 사건을 맡기로 한 변호사와 만나 인터뷰 한 내용을 기사화 한 것이다.
그 사건을 담당하기로 한 변호사는 미국 내 한인 변호사들 사이에서 상당히 존경을 받고 능력이 출중하기로 정평이 난 분이다. 미국의 유수한 대형 법률회사의 수석 파트너이시다. 나도 오래 전에 한 두어 번 만나 본 적이 있는데 대단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은 나로 하여금 놀라게 했다.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많이 다른 내용들이 담겨 있기에 무엇인가 잘못된 기사였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이 사건을 맡기로 한 변호사 자신은 형법이 아니라 국제법과 통상 관계 전문가이다. 그렇다고 형사 사건을 다룰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혼자 직접 사건을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아마 소속 법률회사에서 형사법을 주로 다루는 다른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문 기사에서는 아마 그런 내용이 중요치 않다고 여겨져 빠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진짜 놀란 것은 다른 부분이다. 그 기사는 윤창중 씨를 변호하고자 하는 이유가 의뢰인 자신보다는 다른 데에 있는 듯 한 느낌을 주었다. 변호사에게는 항상 의뢰인의 이익이 최선이다. 모든 초점을 의뢰인의 이익에 맞출 자신이 없거나 그럴 의도가 아니라면 사건 자체를 수임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기사의 헤드라인에 “변호 자청한 건 국격이 달려서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인용 구절이 포함되어 있다. “윤 씨가 만일 기소가 된다면 미국 법정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진다. [중략] 그 순간부터 윤 씨는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청와대의 전 대변인으로 이슈화된다. 국가의 위신 문제로 변모하는 셈이다.” “청와대와 주미한국대사관 등의 전, 현직 인물들이 대거 법정에 호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나는 위의 인용 구절에서 지적된 점들에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구절을 읽을 때 의뢰인의 개인적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 즉 한국 정부나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의뢰인의 이익이 국가나 정부의 이익과 딱 맞아 떨어질 수도 있다. 또한 의뢰인이 그 부분을 가장 중요시 여겨 달라고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에게는 의뢰인의 이익이 항상 우선함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의인지 아닌지 몰라도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공개적으로 노출시킨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윤창중 씨가 기소가 된다면 결국은 담당 검사와 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전력투구로 재판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럴 경우를 대비해 의뢰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떠한 점이 우려가 되는지를 드러낼 수는 없다. 물론 담당 검사가 해당 신문기사를 읽어 볼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는 상대에게 직접 전달되든 않든 간에 이러한 점들을 공개적으로 아니 사적으로도 제 삼자에게 거론할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부분은 무료변론을 자청했다는 보도다.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관계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비밀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의뢰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부분도 외부에 알릴 수 없다. 변호사 수임료도 그 가운데 속한다. 사건 수임료가 시간제이거나 일정한 액수인지, 아니면 이 경우처럼 무료인지, 이 모든 것은 의뢰인과의 관계에 관한 정보로서 의뢰인의 허락 없이 공개할 수 없다.
물론 허락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 공개를 의뢰인이 자진해서 허락했다거나 아니면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일부러 요청해서 허락을 받았을 것이라고는 선뜻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이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한인 변호사들 가운데 상당히 존경을 받고 오랜 경험을 소유한 선배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에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포함되었다는 것이 정말 뜻밖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 자신도 공직자로 일하면서 언론 보도 내용이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거나 오히려 반대로 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보도를 하는 기자가 본인의 취재목적에 맞추어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보가 나올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이 기사도 혹시 그런 경우가 아니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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