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쯤 “미국경제 살아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미국경제 살아나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다. 4년 전에는 미국경제가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듯했지만 분명치 않았었는데 지금은 필자가 보기에 확실하게 호전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는가를 얘기한다는 사실은 미국경제가 꽤 오랫동안‘죽어 있었다’는 말이 된다. 공식적으로는 지난 2007년부터 경제침체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1990년대 내내 장기호황을 누리던 미국경제는 2000년대에 들어 (특히 9.11테러 이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미국경제가 ‘죽어 있은 지’ 10년 이상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여러 뉴스와 정보를 보면 이번에는 경제가 확실하게 호전되고 있다. 우선 실업률이 안정적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시장은 작년 말부터 조금씩 호조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금년에도 새로운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나 10%를 넘나들던 실업률이 이제 7.6%로 떨어졋다.
고용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실직이나 해고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그 결과 경제와 경기에 관한 심리지표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6년 동안의 최고치에 근접하게 되었다. 실업률이 안정적 하향세를 나타낸다는 것은 곧 기업 활동이 안정적 상향세를 보인다는 말로 연결된다.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소비활동이 증대되고 이는 다시 기업생산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제회복에 호재가 되는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지난 5년 간 미국인들이 구입한 자동차의 숫자는 관련 장기적 통계와 비교, 통상 그 기간 구입했을 숫자보다 1,900만 대나 적다는 사실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경기침체로 새 차 구입을 미루면서 낡은 차를 몰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제 경제가 나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새 차를 구입하기 시작하면 그 영향이 클 것으로 짐작되는데, 똑 같은 분석을 주택에 관해서도 할 수 있다.
경제회생의 조짐은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원래 주식시장은 앞으로의 기업 활동과 경제동향을 미리 점쳐 주는 기능을 한다고 해서 이른바 경기선행(先行)지표 중의 하나가 된다. 미국 주식시장을 대변하는 주요 지수 중의 하나인 S&P 500 주가지수는 금년 상반기 중 거의 14%나 상승해 지난 15년 이래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미국경제 살아나고 있다”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는 제조업 분야의 부활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제조업은 30년 전부터 중국 등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신흥국에 모두 빼앗기고 결국 “Made in the USA”가 달린 상품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었는데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제조업의 회복세는 2010년 하반기 이후 자동차, 반도체, IT, 화학, 섬유업 등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의 임금상승과 달러가치 하락, 그리고 오바마 정부의 강력한 제조업 육성정책이 펼쳐지면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대기업 GE는 최근 해외에 있던 생산시설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했다. 애플도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길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미국 내 경쟁력이 전혀 없다고 여겨지던 의류봉제업 같은 중소규모 기업들도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귀환시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아 미국의 산업경쟁력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특히 제조업 부활을 통한 기술혁신, 고임금 일자리창출, 중산층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혜택을 중단하고 국내로 회귀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늘리는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내 제조업 허브를 육성하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세금감면 연장과 고용 장려금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1980년대 초 레이건대통령 이후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과 서비스 산업에 치중해 오던 미국이 바야흐로 제조업으로 복귀하고 있다.
요컨대 미국경제의 기본 지표들이 건실한 가운데 소비증가와 아울러 제조업 중심의 기업투자 증가, 산업생산 증가, 새로운 혁신과 개발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6개월만 더 지속된다면 미국경제가 더 확실하게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경제 다시 살아났다”라는 완료형의 제목으로 글을 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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