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반 동안 부모교육에 관해 좋은 글들을 써주셨던 이규성 박사님의 바통을 받아 새로이 칼럼을 쓰게 되니, 독자들과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레임과 함께 좋은 글을 써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되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 동안 미국 상담소와 워싱턴 가정상담소에서 개인·부부·가족 상담을 하며 느끼고 배웠던 이야기들을 통해, 이민사회에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과 가족 갈등을 이해하고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는 글과 정보들을 같이 나누려 한다.
또한, 다른 상담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 상담사들의 글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여 독자들에게 더욱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상담’을 공부하고 일을 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누가 상담을 오나요?” 와 “저도 상담이 필요한가요?”이다. ‘상담’과 ‘힐링’이란 단어가 방송과 신문, 서점에 유행처럼 번져가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아직 한인들이 상담소를 찾는 일은 남이 알까 두렵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일 임을 부인할 수 없다.
누군가 “상담 한 번 받아보세요”라고 권하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이코나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이런 맥락에서 첫 번째 질문은 ‘도대체 누가 상담을 오기는 하냐’는 신기하다는 뉘앙스와 호기심이 담긴 질문이다. 그러나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상담소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남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상담소를 찾는 1/3의 내담자는 남성들이다. ‘남성은 강하다’는 이미지가 요구되는 가정과 사회에서 애쓰며 살고 있는 우리 아버지들과 남편들. 때론 어떤 역할과 옷도 입지 않고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에서 솔직한 모습으로 서 있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우리는 안다.
비밀이 보장되고 공감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곳에서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내보일 때 힐링과 위로를 맛보는 내담자들을 종종 만난다. 남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그만큼 내면이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남의 도움을 절대 받지 않고,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두 번째 질문은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이다. 요즘은 책과 인터넷을 통해 상당한 정보와 지식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보니 얇은 지식을 통한 자가 진단으로 가족이나 스스로를 ‘우울증’ ‘ADHD’ 혹은 ‘조울증’ ‘성격장애’ 등으로 섣불리 진단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사람을 병명으로 규정하는 일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그 아이는 ADHD야” 혹은 “그 사람, 우울증이지”라고 말하는 대신 “ADHD 증상을 가진 학생” 혹은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 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역시 전문가의 진단을 통하여 내려진 후 꼭 필요한 경우에만 불리도록 제한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정신적인 증상이나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의사소통의 기술이 부족하거나 남녀 차이나 세대간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들도 있다.
배우자나 아이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상담을 오기도 하고, 불혹의 나이를 지내며 ‘애들과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았는데... 나는 어디있죠?’라는 철학적 질문을 들고 상담소를 찾는 이들도 있다.
상담하러 온 내담자들에게 필자는 “상담은 낯선 상담사를 만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눌려지고 잊혀진 나 자신을 만나러 오는 시간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바쁜 생활 중에 역할과 일들로 존재조차 잊어버린 나의 내면을 만나고 대면하는 시간이다. 내 안에서 애쓰고 눌리고 힘들게 살고 있는 나를 대면하고 그 아픔을 온전히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는 한 시간을 내는 것이다.
오늘의 제목인 두 번째 질문 앞에 필자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상담소의 문은 자신을 만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고 그 문턱이 결코 높지 않음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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