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영혼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얘야! 마음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라, 착한 아이가 되거라 등등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런 소리를 들으며 우리들은 자랐다. 사람들을 평가할 때도 ‘저 사람은 정말 착해,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야’라고들 말한다. 우선 마음이 착해야 좋은 사람으로 간주 된다.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정직하다고들 말해준다. 글을 쓸 때도 숨김 없이 다 드러내놓기 때문에 어느 땐 민망하다고 충고도 해준다. 글을 쓰는 것 만큼 자기 자신의 속을 들여다 보는 작업도 없을 것이다. 끊임 없이 자기 마음의 창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고, 그것은 마치 옹달샘에서 더 깨끗한 물을 찾아내는 작업과도 같다. 거르고 걸러서 더 없이 깨끗한 정화수가 되었을 때 필자는 만족한다.
우리 집의 베란다는 정동향이어서 아침의 뜨는 해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아침해는 밝고, 빛나고 장엄하다. 태양이 비칠 때 모든 사물은 빛이 나고 싱싱하게 살아난다. 어둠이 걷히고 태양이 솟아 오른다는 것은 새로운 빛과 함께 희망을 약속한다. 나는 힘차게 솟아 오르는 아침 해를 사랑한다. 아침에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새벽의 언덕길을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한다. 머리 속에서는 오늘의 할 일들을 정리하고 기도도 하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우리들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마음을 정하고 그것을 실행한다는 것은 마음과는 달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걷는 운동이 좋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그것을 잘하지 못한다. 나는 젊어서 테니스광이었다.
그 덕분에 지금도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다. 그 당시 테니스를 재미로 했지 늙어서 튼튼한 다리를 가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때 결혼과 함께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내 큰 며느리는 오십이 넘은 시어머니가 궁둥이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대로를 활보하고, 수퍼마켓도 드나드는 것이 꽤 충격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착한 사람도 한순간 나쁜 마음을 가질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나쁜 마음을 죽이고 착한 마음이 이길 때 우리들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가 있다. 사랑과 미움이 종이 한장 차이듯 선과 악도 마찬가지다. 마치 빛과 어둠이 함께 존재하듯 이렇듯 사람들의 마음에는 늘 선과 악이 존재하고 매 순간마다 그것들이 싸운다.
양심을 가진 사람들은 이왕이면 다 착하게 살고 싶어한다. 다만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질 뿐이다.
며칠 전 지난번 내가 쓴 <천년의 바람 속에서>의 칼럼을 보고 주변에 있는 두어명의 친구들이 평을 했다. 자기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노라고,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은 거기서 거기고 모두 비슷하다. 다만 그 생각한 것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는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생각은 머리 속에서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 구체적인 글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뜬 구름처럼 지나갈 뿐이다.
사람들은 글을 쓴다는 것을 대단한 재능으로 생각하고 부러워한다. 물론 몇 퍼센트의 재능이 있긴 하겠지만 사실은 끊임없는 훈련과 피나는 자기 노력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 자신의 마음의 창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고, 써야 하는 언어들을 골라내고, 그 말들이 진실하고 유연하게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어야 한다. 글을 읽은 독자들이 공감만 해도 그 글을 잘 쓴 글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최상의 글이라고 하겠다.
어떤 종류의 예술이든 자기 색깔이 있고 나만이 만든 작품이라면 그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작품이기에 가치가 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냈고 만든 사람의 혼이 들어 있기에 귀하다. 한편의 시나 글이나 음악이나 그림이나 다 마찬가지다.
나는 집도 창이 많고 창이 큰 집을 좋아한다. 우선 창이 크면 밖이 더 잘보이고 채광이 잘돼서 환해서 좋다. 화초도 잘 자라고 꽃들도 잘 자란다. 내 베란다에 소파가 한개 놓여 있는데 나는 이곳에서 책도 보고 사색도 하고 전화도 한다. 창 밖 언덕 위에 큰 소나무들이 몇그루 있는데 가히 몇 백년은 되었을 그 나무들의 위용이 멋지다.
또 이 창가에서는 사시사철 기후가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지금은 한참 여름이지만 곧 계절이 바뀌면 나무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 떨어진 오색의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지는 모습도 쓸쓸하지만, 그것대로 또 운치가 있다.
비가 오는 날도 비가 오는대로 멋이 있다. 그런 날은 그 옛날 비오던 날에 그 누구와 함께 우산을 나누어 썼던가 하는 생각에 이젠 빛 바랜 기억 속에서 절로 미소가 흐른다. 이제 나이가 먹으면 그 옛날이 그립지만 가슴 아프지 않고, 모든 추억이 잔잔하게 기억 속에 채색되기만 한다.
나는 오늘도 한편의 글을 쓰며 내 마음의 창을 들여다 본다.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보이는지 그것을 보기 위해 내 영혼은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고 있다. 그 답을 얻기 위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그것을 몰라 목이 마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 목마른 영혼의 갈증을 풀기 위해 매일처럼 되풀이 되는 하염없는 몸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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