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일곱이란 숫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행운을 가리키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 이유는 아무도 정확히 모르지만 고대인들이 신으로 믿었던 움직이는 일곱 개의 천체(해와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와 관련이 있지 않나 추측할 뿐이다.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는 일곱을 신성한 숫자라고 여겼고 유대인들은 신이 천지를 7일 동안 창조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일곱을 특히 좋아했던 것은 유대인들이다.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빠져 나온 이들은 40년 동안 광야를 방황하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첫 관문이 여리고 성이었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성이었지만 일곱 개의 트럼펫을 든 일곱 명의 제사장이 7일 동안 성 주위를 돌다 일곱째 날에는 일곱 번을 돌자 성은 저절로 무너진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이제 카지노에서도 일곱이 여러 번 나오면 잭팟이 터지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일곱을 꼭 행운의 숫자라고만 볼 수는 없다. 여리고 성의 함락이 유대인들에게는 행운이었을지 몰라도 이들과 내통한 창녀 라합과 그 가족을 제외하고 몰살당한 원주민들에게는 재난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지 7년 된 아시아나 소속 보잉 777기가 7월7일 77명의 한국인을 태우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려다 사고를 내 2명이 죽고 180여명이 다친 사고를 두고 한국에서는 ‘7의 저주’라는 괴담이 떠돌고 있다.
1983년 9월1일 사할린 인근에서 소련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 269명이 전원 사망한 KAL기의 항공 번호가 007이었던 점을 기억하면 7은 비행기에 관한 한 운 좋은 번호는 아닌 것 같다. 공교롭게 1993년 전남 해남에 여객기가 떨어져 승객 66명이 죽은 것과 2011년 제주 인근 해상에 화물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죽은 것 등 아시아나 소속 항공기가 추락, 사상자가 난 사고는 모두 7월에 일어났다.
그러나 이는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추락 월일이 7이건 아니건, 항공편 명이 7이건 아니건, 탑승자 수에 7이 들어가건 말건 이는 사고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비행기를 여러 번 탄 사람이나 처음 탄 사람이나 비행기 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똑 같다. 이미 지나간 사건은 앞으로 발생할 사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확률은 매우 낮다. 세계 78대 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 한 사람 이상 사망하는 사고를 경험할 가능성은 340만분의 1이고 그 사고로 본인이 사망할 확률은 470만분의 1이다. 가장 안전한 39개 항공사를 택할 경우 그 확률은 1,000만분의 1과 2,000만 분의 1로 줄어든다. 거기다 비행 기술의 발달로 항공기 사고는 계속 줄어든다.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비행기 사고는 1972년 12건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2건에 불과했다.
전국 보건 통계 센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일평생 사망 원인 1위는 심장병으로 미국인 5명의 중 하나가 이것으로 죽는다. 다음은 암으로 7명 중 하나, 뇌졸중이 23명 중 하나, 사고가 36명 중 하나다. 자동차 사고는 100명 중 하나, 자살이 121명 중 하나다. 낙상은 246명중 하나, 총기가 325명중 하나, 화재가 1,116명 중 하나, 자연재해가 3,357명 중 하나다.
이번 아시아나 기 사고로 사람들을 공포로 떨게 하고 있는 비행기 사고는 2만명 중 하나로 저 아래고 벼락 맞을 확률 8만4,000의 하나, 뱀에 물려 죽을 확률 10만에 하나, 지진으로 죽을 확률 13만에 하나, 개에 물려 죽을 확률 15만에 하나, 운석에 맞아 죽을 확률 20만에 하나 순이다.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비행기 추락보다는 운동을 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담배 피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인간이다.
비행기 운항도 이처럼 불완전 하고 비이성적인 인간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만전을 기하기 위해 노력해도 사고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시간이 지나야 밝혀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비행기 고장보다는 조종사 과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피어보지 못하고 앳된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소녀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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