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군부 쿠데타로 귀결됐다. 또 다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집트 사상 최초의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그 시위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러기를 4일째 군(軍)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끝난 것이다.
사태는 그러면 이제 진정된 것인가. 아니, 이제 비극은 시작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많은 관측통들의 진단이다. 민주화 실험이 1년 정도로 끝났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다. 이번 사태는 그리고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혼재돼 있다. 피아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단순히 이슬람 독재 세력 대 세속주의 민주화 세력의 갈등구도로 보기도 힘들다. 그 상황에서 분노와 불만만이 분출된다. 그리고 섹트 간의 폭력만 난무한다. 무엇으로 이집트를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
외부의 적이다. 그건 다름 아닌 이스라엘이다. 그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때 모든 것은 해결된다. 내부의 불만도 사라지고 아랍세계로부터 갈채와 경제적 지원도 따른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출구가 잘 안 보인다. 그 정황에서 군부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사태는 2013년 이후 세계가 맞이할 소용돌이의 전조일 수 있다’-. 관련해 던져지는 또 다른 전망이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라고 했나. 신흥 경제 강국들 말이다. 터키, 브라질, 사우스 아프리카 등등. 하나 같이 내일의 전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촉망되는 국가들이다. 그 나라에서 그런데 반정부 시위가 그치지 않는다.
인도에서, 불가리아에서, 칠레에서, 이스라엘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목격된다. ‘아랍의 봄’을 경험한 중동지역에서는 시위가 일상사가 됐다. 동기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동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위다. 그 흐름이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무엇이 시위를 불러오고 있나. 말뿐인 민주주의가 그 주요 원인이다.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그렇지만 대중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정치기득권층의 횡포에 분노했다. 기댈 야당도 없다. 사람들은 그래서 거리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의 무르시 정권이 무너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2013년의 전 세계적인 시위 물결의 주류로 새삼 주목되는 것은 중산층이다. “중산층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또 경제개발도상국은 도상국대로. 그 스트레스의 발로가 시위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의 토머스 프리드먼의 지적이다.
야당도 스트레스 해소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미국의 경우에는 ‘티파티’운동에,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이라는 것이다.
“1848년, 1968년, 1989년은 상당한 흡사한 면이 있다. 시위와 혁명의 해란 점에서다. 그 혁명의 주류는 중산층이었다. 1848년은 말할 것도 없고 1989년 천안문 사태의 배후에 존재했던 것도 새로운 도시 중산층이다. 2013년은 이 역사적인 해들과 여러 모로 닮았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주목해온 사실은 전 세계적인 중산층 대두 현상이다. 골드만삭스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중산층(6000~3만 달러 소득계층)인구는 2030년까지 20억 정도 더 늘 것으로 예상됐다. EU의 경제보고서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2009년 18억으로 추산된 전 세계 중산층 인구는 2020년에 32억, 2030년에는 49억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이는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지적으로, 2011년의 ‘아랍의 봄’ 그리고 2013년에 일고 있는 전 세계적인 시위사태를 중산층 시위로 지목하면서 이집트 사태는 전 세계적인 중산층 반란의 그 작은 전조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중산층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때 소요가 발생한다. 경제 사회적 기대는 높다. 그런데 현실은 실망스럽다. 그 갭(Gap)이 깊어질 때 중산층은 행동에 나서게 되면서 그 사회는 정치적 불안으로, 혹은 혁명을 향해 치닫게 되는 것이다.
중산층 인구가 가장 급격히 늘고 있는 곳은 아시아,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이다. 전 세계적인 새로운 중산층 대두-. 이는 이런 면에서 중국의 머지않은 장래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후쿠야마의 지론이다.
중국경제는 성장의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반면 중산층 인구는 늘어가면서 이들의 기대는 높아만 가고 있다. 그 갭이 ‘위협적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SNS 사용 인구가 급증하면서 공산당 권력자들의 오만과 표리부동한 모습이 매일 같이 노출 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2013년 여름은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의 불만이 위험 수위에 이른 뜨거운 계절로, 이집트 사태는 많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불길한 뉴스로 비쳐지고 있다. 베이징, 모스크바, 리야드 등 권위주의 형 정권 당국자들에게는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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