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5년 7월부터 지금까지 중간에 4년간 카운티 기획위원으로 있을 때를 제외하고 계속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교육위원으로 일해 왔다. 그러니까 이제 15년째 들어선 셈이다. 처음 6개월은 임명직 위원이었고 그 후에는 제도의 변경으로 선출직이었다. 그런데 가끔 교육위원 봉급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액수야 비밀이 아니니 감출 이유도 방법도 없다. 사실 나는 교육위원이면서 동시에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다. 겸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교육위원 봉급으로는 생활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교육위원으로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위원 일에도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정기회의는 한 달에 두 번에 불과하지만 두 주에 한 번씩 목요일에 열리는 이 회의는 오후 5시부터 비공개로 시작해 7시의 공개회의가 밤 11시 전에 모두 끝나면 다행인 셈으로 간주될 만큼 길다. 또한, 교육현안에 대한 심층 보고, 질의 응답과 토론이 따르는 실무회의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루 종일 열리는 세션과 필요에 따라 주 중 저녁에 갖는 세션들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회의를 위한 준비에 시간이 그 이상 소요된다. 우선 방대한 회의 자료들을 읽어야 할 뿐 아니라 안건에 따라 주민들의 의견 청취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리고 교육위원으로서 학교나 지역사회 행사 참여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외로 예산, 시설 문제, 학군 조정 등에 대한 공청회, 각 학교 PTA 회의 참석, 주민들과의 직접 만남, 민원 처리, 수업 참관, 각종 컨퍼런스 참석, 경, 조사 활동, 학군의 운영 상황에 대한 보고서 검토, 교육 뉴스나 이슈에 대한 공부, 교육 예산을 배정하는 기관과 카운티 수퍼바이저나 주 의원들 접촉 등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일로 일 년 내내 스케쥴이 꽉 찬다. 교육위원들마다 일하는 스타일과 시간 사용 방식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일주일에 적어도 30시간 이상 40시간까지 쏟는 것 같다. 그리고 저녁시간이나 주말도 따로 없다. 지역사회 행사가 그것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위원 자리는 엄격히 따져 풀타임 직업은 아니다. 직업이라면 그 자리를 통해 받는 보수로 기본생활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들이 받는 보수는 1년에 2만불이다. 18년 전 내가 맨 처음 교육위원을 시작했을 때 8천불이었는데 그래도 그 사이에 꽤 인상된 셈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위원들은 다른 직업이 또 있거나 아니면 배우자를 통한 수입원이 따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개인 재산이 여유 있어 생활에 걱정이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교육위원들의 봉급 조정은 4년에 한 번 밖에 가능하지 않다. 그것도 교육위원 선거가 열리는 해의 첫 6개월 내에 조정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인상으로 인한 혜택 자체는 선거가 끝난 다음 해부터 실시 된다. 그래서 교육위원들이 자신의 봉급을 올릴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어차피 인상을 해도 액수가 상대적으로 별로 크지도 않기에 봉급인상으로 인해 선거기간에 혹시 주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판을 피하고자 교육위원들이 봉급인상 자체를 거론하기 꺼려한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교육위원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인재 풀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교육 정책에 좋은 구상이나 열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봉급의 비현실성으로 교육위원 출마를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 의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의 연봉은 만8천불이고 하원의원은 이보다도 적다. 일 년에 적어도 한 달 반이나 두 달 동안의 회기 중에는 주 의회가 위치한 리치몬드 시에 내려가 머물러야 하는데 일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다. 직장에서 특별히 허락해 주거나 직장을 다니지 않더라도 생활하는데 경제적 걱정이 필요 없는 사람들만 출마를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주 의원들의 활동이 회기에 국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 주민들과 상시 소통의 장을 열어 놓아야 하기에 일 년 내내 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물론, 주 의원들의 봉급도 의원들이 인상할 수 있지만 주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난을 두려워 해 정말 오랜기간 동안 조정이 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주 의회로 진출해 공익을 위해 일해 보고 싶은 수 많은 유능한 사람들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출직에 출마하는 이유가 봉급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민에 대한 봉사가 당연히 앞서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 의원들이나 다른 선출직 공직자들의 봉급을 현실화 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에 필요한 재정적 부담과 그로 말미암아 좀 더 능력있는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의 가치를 놓고 주민의견 청취를 비롯 의미 있는 연구와 조사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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