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과 상업이 만나 시너지 만들어 내는 곳
초기 도시의 개발계획 스트릿과 애비뉴를 낳은 ‘격자 계획’시발점1831년 시영공원 지정된 후 우아한 저택.티파니 등 고급상점 대거 입점
남북전쟁부터 20세기 초 강성 노조의 시위거점 ‘노조스퀘어’라 불리기
도심의 한복판, 그것도 사람과 차들이 정신없이 오가는 길에 자리한 광장에서 여타 스퀘어와 다른 차분함을 엿본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을 것들은 충분히 다 있는 광장. 아담한 공원이 있고 편안한 그늘을 선사하는 녹지가 있으며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누군가는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는다. 또 누군가는 가판을 벌려 자가 수공예 제품을 팔며, 누군가는 계단에 걸터앉아 이들을 향해 사진 셔터를 연신 누른다. 평화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다.
■ 빌리지의 출구이자 미드타운의 입구라는 뛰어난 입지성사실 유니온 스퀘어는 초기 도시의 개발계획, 그 중에서도 스트릿과 애비뉴를 낳은 소위 ‘격자 계획’의 시발점이었다. 브로드웨이와 4애비뉴 일대가 만난다(Union)는 의미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하지만 현재 그것은 다른 의미의 ‘결합’을 보여주는 듯하다. 예술과 상업, 학(學)과 실(實)이 만나 묘한 시너지를 내는 통섭적 매력 말이다. 학생과 비즈니스맨이 인사하고 자연과 문명이 손을 맞잡는 곳. 인근 NYU, 뉴스쿨, CUNY, 프랫 등의 교육 기관에 더해, 다양한 상업 시설이 들어선 점은 이를 반증한다. 2005년 가을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는 ‘뉴요커’지에 ‘새로운 밴드나 연극, 전시가 열리면 어디든 가지만, 14번가 위로는 절대 안 간다’고 단언키도 했다. 이는 자유로운 빌리지의 출구이자 번화한 미드타운의 입구로서 유니온 스퀘어가 갖는 입지적 특징을 그대로 함축한 표현이다. 초기에는 농지였지만 1831년 시영공원으로 지정된 후 우아한 저택과 고급상점이 대거 입점했다. 당시 일대를 대표한 상점이 현재 ‘보석의 대명사’로 불리는 티파니다. 초기 문구점까지 포함시킨 이곳은 1905년과 1940년 각각 매장을 이전하며 뉴욕의 발전사를 앞장 서 견인했다. ■ 노조 스퀘어라는 오명을 벗고 유연한 문화의 기착지로하지만 유니온 스퀘어는 한때 넓은 공간에 사람이 모이기 편한 입지성으로 인해 ‘집회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특히 남북전쟁 당시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강성 노조의 시위 거점으로 자리하며 ‘노조(Union) 스퀘어’라는 조롱까지 들었다. 1882년 9월 이곳에서 열린 첫 노동절 축하행사에는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2011년 말 뉴욕, 나아가 전미를 강타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의 거점으로 이곳이 재등장한 것도 괜한 이유만은 아닌 듯싶다. 물론 잦은 시위가 부정적 여파를 낳는 것은 불가피했다. 집회로 몸살을 앓던 인근의 주택지가 대거 빠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그 공백은 당시 저렴한 부동산을 찾던 학교와 아트 스튜디오, 레스토랑들이 메우게 된다. 그로 인해 현재 일대는 다양한 로컬 레스토랑이나 바, 예술학교들이 들어서며,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것은 빌리지보다는 견고하나, 미드타운보다는 유연한 매력을 낳아 유니온 스퀘어만의 공기를 만들었다. 게다가 브루클린 북단으로 향하는 지하철 L라인의 기착지로, ‘윌리엄스버그행 요충지’로 불리며 다양한 예술가와 관광객들까지 두루 만족시킨다.
■ 뉴욕의 발전사를 리드한 티파니 샵티파니 샵은 뉴욕의 발전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갖는다. 1870년 유니온 스퀘어로 이전하며 만남의 장소로서 첫 손에 꼽혔다. 이전 ‘강남역 뉴욕제과 앞’ 같은 의미라고 할까. 초기에는 문구점까지 포함시켰으나, 보석 전문점으로 변신하며 그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후 북으로 향하는 도시의 발전상과 보조를 맞추며 매장을 이동시킨 티파니는, 1905년 37번가 5애비뉴로, 또 1940년에는 57번가 5애비뉴의 현 위치로 재차 이동했다. 현재 이 샤핑가에 자리한 여타 매장 중에서도 가장 먼저 길을 연 티파니의 선견지명은 그래서 더 놀랍다.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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