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적인 승부차기(8-7)로 콜롬비아 따돌려, U20 월드컵 이라크와 8강 대결
승부차기에서 8-7로 극적인 승리가 확정된 순간 한국선수들이 환호하며 달려가고 있다. <연합>
어린 ‘태극전사’들이 성인 대표팀의 잇단 졸전으로 침체에 빠진 한국축구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U20(20세이하) 대표팀은 3일 터키 트라브존의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던 콜롬비아와 연장까지 120분간 혈전 끝에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9번째 키커까지 가는 피 말리는 대결 끝에 8-7로 극적인 승리를 따내고 8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09년 이집트 대회 이후 4년 만에 다시 8강에 오르며 1983년 멕시코 대회(4강) 이후 30년 만에 다시 4강 신화 재현에 1승 앞으로 다가섰다.
8강전 상대로는 같은 아시아 팀인 이라크가 올라왔다. 이라크는 이날 남미의 파라과이를 연장 끝에 1-0으로 따돌렸다. 한국과 이라크는 지난해 아시아 U19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맞붙어 한국이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바 있다. 한국과 이라크의 8강전은 오는 7일 오전 8시(LA시간) 터키의 카이세리에서 펼쳐진다.
뛰어난 개인기를 자랑하는 남미 챔피언 콜롬비아는 유럽 챔피언 스페인과 함께 이번 대회 탑2 우승후보로 꼽힌 강호였으나 어린 태극전사들은 전혀 기죽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와 짜임새 있는 팀워크로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터뜨린 류승우가 부상으로 이창민이 경고 누적으로 못나왔으나 전력에 큰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김현(성남)이 최전방 원톱 공격수를 맡고 권창훈(수원)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서는 4-2-3-1 전술로 나선 한국은 한 박자 빠른 패스워크로 콜롬비아의 공세에 맞섰고 볼 점유율(55%-45%)과 슈팅수(22-6)에선 완연히 밀렸으나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선 거의 대등한 플레이를 했다.
전반 9분 김현의 패스를 받은 강상우(경희대)가 상대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전반 16분 송주훈(건국대)의 선취골이 터지며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상대진영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선우(울산)가 문전으로 올렸고 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볼을 권창훈이 다시 헤딩으로 문전으로 밀어 넣었다.
그 순간 공격에 가담했던 중앙 수비수 송주훈은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번개같은 왼발 터닝슛을 시도했고 볼은 콜롬비아의 골키퍼의 손끝이 닿지 않는 골문 왼쪽 아래쪽에 꽂혔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콜롬비아는 이후 팀 캡틴이자 이번 대회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후안 킨테로를 축으로 맹렬한 반격을 시도했으나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맞선 한국수비를 쉽게 뚫지 못했다.
콜롬비아는 전반 19분 왼쪽에서 킨테로가 강력한 슈팅을 때렸으나 골키퍼 이창근(부산)의 선방에 막혔고 22분에도 오른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정면에서 환 코르도바가 오른발로 때렸으나 이창근의 선방에 막혔다.
콜롬비아의 계속된 공세를 잘 막아내던 한국은 전반 32분 권창훈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김현이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렸으나 볼이 수비수에 맞고 굴절돼 아쉽게 추가골 찬스를 놓쳤다.
37분에는 퀸테로의 위협적인 왼발슛으로 위기를 넘긴 직후 역습에서 심상민(중앙대)이 페널티박스 안 왼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수비수에 밀려 넘어졌으나 주심은 정당한 어깨 싸움이라며 페널티킥을 불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8분만에 또 한 번의 골 찬스를 놓쳤다. 오른쪽 측면을 뚫은 강상우가 올린 크로스를 김현이 골문 정면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넘어지며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적인 우세에도 불구, 좀처럼 한국 골문을 열지 못한 콜롬비아는 후반 막판 파상공세로 한국 골문을 두들겼으나 후반 43분 데이비 발란타의 오른발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고 추가시간 1분 퀸테로의 강력한 왼발슛도 이창근의 선방에 막히며 그대로 주저앉는 듯 했다.
하지만 콜롬비아 에이스 퀸테로는 끝내 종료휘슬이 울리기 직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한국 문전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감아차 골키퍼가 꼼짝도 못하게 오른쪽 골대 안쪽에 꽂아 넣었다.
그야말로 종료직전 마지막 킥에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한 한국은 전열을 정비하고 연장에 나섰고 결국 연장에선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선축한 한국은 두 번째 키커인 송주훈의 킥이 크로스바를 넘어가 위기를 맞는 듯 했으나 골키퍼 이창근이 콜롬비아의 3번째 키커 펠리페 아길라르의 킥을 막아내 다시 균형을 맞췄다.
이후 양팀은 8번째 키커까지 모두 실축없이 피를 말리는 ‘러시안 룰렛’ 싸움을 이어갔고 결국 한국의 9번째 키커 이광훈(포항)이 킥을 성공시킨 뒤 나선 콜롬비아의 마지막 키커 발란타가 킥을 크로스바 위로 날려버리며 승부가 결정났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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