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훈 국제중학교의 부정입학 소식을 들었다. 일부 부유층 자녀들을 위해 입학시험 성적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 그 학교의 교감이 자살을 했다는 보도이다.
충격적인 뉴스이면서도 한편 그렇게만 다가오지 않는 것은 한국 교육계의 부정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소위 위장전입이다. 위장전입은 부동산 투기뿐 아니라 자녀교육 문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장전입에 대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불감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그랬다고 하면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동정을 사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에서 자녀교육은 중요하고 절실한 모양이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 같으니 말이다.
내가 버지니아,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오랫동안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한인 학부모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 카운티 내에서 어느 학교가 좋으냐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표준 대답과 한인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내용의 답을 같이 드린다.
표준 대답은 카운티 내 학교들은 모두 같은 커리큘럼을 갖고 있고, 교사들이 같은 내용의 훈련을 받아 양성되기에 어느 학교에서 공부하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자녀들 공부의 성공 여부는 학교가 아니라 본인이 얼마나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러한 대답을 듣고자 질문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학생들의 학력평가 시험결과나 소위 영재프로그램 진학 학생들 숫자에 기준을 둔다면 이러한 학교들이 그에 속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몇 학교의 이름을 주기도 한다.
훼어팩스 카운티 내 일부 공립학교의 한인학생 숫자는 다른 곳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다. 여기에는 자녀교육에 워낙 애착을 보이는 한인 부모들이 우수하다고 정평이 난 학교로 어떻게 하든 자녀들을 보내려고 하는 노력이 무시못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노력을 절대로 탓하고 싶지 않다. 자녀교육을 위해 최적, 최선의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가 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편법이나 불법으로 이루어지는데 있다. 편법이나 불법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공동사회가 정해 놓은 규칙이나 그 것을 따르는 사람들은 중요치 않다는 마음가짐이 바탕에 있다.
최근 훼어팩스 카운티 내에서 한인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지역 콘도미니엄 관리자가 교육청에 학생들의 거주 주소 확인을 요청해 왔다. 상당히 규모가 큰 콘도인데 그 곳에 살지 않는 학생들이 해당 지역의 초중고교를 다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학생들이 오후에 통학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누군가에 의해 픽업되어 콘도미니엄을 떠나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친구나 친척의 주소를 사용해 그 곳에 사는 것처럼 가장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요청을 받은 카운티 교육청 당국자는 주소 확인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 50명 이상의 학생들이 실제로 그 곳에 거주치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부모가 아니라 제삼자와 같이 사는 학생들까지 포함한다면 관련 규칙을 위반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아마 지금은 여름방학이기에 교육청 당국자나 학교에서 당장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명단이 확보된 이상 그대로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가을학기에 들어가서도 명단에 있는 학생들이 계속 같은 학교를 다닐 경우 제재 조치가 있을지 모른다. 원래 적법하게 다녀야 할 학교로 강제 전학 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훼어팩스 카운티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 이 카운티 공립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이 아예 금지될 수도 있다고 지금까지 다닌 기간의 학비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명단에는 한인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렇다면 같은 한인으로서 부끄럽다는 말을 아니 할 수 없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나 교육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그냥 보아 줄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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