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법의 ‘자전거 기금’ 논란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미국의 전국민 건강보험법(Affordable Care Act)이 꼭 건강보험만 가입만 독려하는 법은 아니다. 여기에는‘자전거 프로젝트’라는 내용의 건강 진흥책도 포함돼 있다. 건강보험법을 위한 기금에서 각 도시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요즘 이 건강 진흥책을 놓고 정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집행기구인 시정부들이 기금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눈치만 보고 있다.
▲자전거 기금 논란 가열
‘오바마케어’에는 각 지방 도시들에게 자전거 도로를 설치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명 ‘자전거 기금’이 포함돼 있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비만과 같이 운동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만들거나 준비하고 있는 85개 도시 중에서 지금까지 연방 정부의 공공기금을 자전거 타기 활성화 정책에 사용하는 도시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사실 건강보험 개혁법에 무슨 자전거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연히 엄숙한 법에 자전거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미국과 유럽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표되는 각종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분명 자전거 타기가 건강 증진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운동이며 질병을 예방해 결국은 의료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2011년 학술지 ‘체육활동 및 건강 저널’에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에 30분 이상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연간 의료비용을 544달러나 줄일 수 있는 것을 나타났다. 건강증진에는 걷기 뛰기와 더불어 자전거 타기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동차를 탈 때 소모되는 개스비 절약 효과까지 합친다면 적지 않은 경제적 절약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각 도시들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오바마케어에 포함된 소위 자전거 기금 즉 ‘예방 공공 건강기금’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신 도시들은 정치적 논란이 덜 한 사설 후원기금이나 연방 교통기금을 사용해 자전거 도로나 걷기용 도로를 만드는 것을 더 선호한다. 정치인들 뿐 아니라 주민들 중에서도 “자전거가 정말 만성질환 치료에 특효가 있는 것이냐”고 비아냥거리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법 삭제 목소리 고조
자전거 법은 건강개혁법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샌드백 두들겨 맞듯 비난의 화살을 가장 많인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화당은 수시로 건강보험법을 풍자할 때마다 ‘자전거 도로와 사인’을 들고 나오곤 한다.
연방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는 노스캐롤라이나 핏 카운티가 ‘기금’을 받아 “자전거 레인을 위한 신호등을 설치했다”고 비난하면서 기금 자체를 없애버리려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민의 소리 회복재단’의 켄 호글랜드 회장은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예방 의학 기금을 자전거 도로 같은데 낭비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지금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 기금을 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1마일 설치에 10만 달러 소비
테네시주의 내슈빌 보건국은 지난 12월 설립된 ‘자전거 프로그램’에 따라 연방 질병통제국으로부터 750만 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내슈빌 보건국의 트레이시 벅 예방 복지국장은 차라리 눈총을 덜 받는 교통기금을 통해 자전거 도로 확충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이 비만률을 낮춘다고 하는데, 과연 주민들이 그것을 믿겠느냐”면서 “단순히 공허하게 맴도는 고함소리 정도로만 들릴 것”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린레인 프로젝트’의 마사 록코우스키는 자전거 전용레인 1마일 설치에 10만~15만 달러가 들어가지만 이것이 어떤 의료비 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자전거 프로젝트가 지금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은 솜털 같은 것이지만 앞으로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긍적적 평가를 내렸다.
▲자전거가 건강 증진에 도움된다
이같은 찬반양론으로 인해 많은 도시들이 자전거 기금을 사용하지 못한 채 그냥 논란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 타당성 조사에서는 많은 지방정부들이 CDC의 자전거 기금이 신규 또는 기존 확장 프로그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도시들로는 뉴욕, 시카고, 포트 워스, 애틀란타, 신시내티 등이다.
뉴욕 보건국은 당초 관내 5개 지구의 모든 도로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기금 부족으로 현재 2개 지구에만 설치된 상태이다.
아직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구 시의원과 주민들은 자전거 도로가 시민들의 비만율 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시정부의 조속한 추가 진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할렘과 브롱스 지역의 맨해탄 북쪽 지역구를 대표하는 이다니스 로드리게스 시의원은 최근 시의회에서 “자전거 도로가 필요하다”면서 조속한 설치를 요구했다.
그는 “비만은 큰 문제 중의 하나다. 주민들에게 자전거를 이용하라고 권장한다면 비만 문제뿐 아니라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옹호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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