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초였던가. ‘중국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예속시키면서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연방 상원 보고서가 나온 것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 북한은 ‘중국의 21세기 조공(朝貢)국’으로 전락, 한반도 통일을 막고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반론이 제기됐다. 그 선봉에 선 게 민신 페이 같은 전문가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은 안보가 주 목적이다. 경제지원은 북한이라는 완충지대- 그 관리비용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막기 불가능한 이유로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김정은 체제가 예기치 않은 급격한 붕괴를 맞는 상황이다. 그 경우에 중국의 북한 개입은 힘들다. 한마디로 그런 군사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판 미얀마 시나리오’가 제시된 다른 시나리오다. 민족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이 북한이다. 그 북한을 경제적으로 예속시키려 들 때 ‘미얀마식’으로 엇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이다. 단기적(5년 정도)으로는 실현가능성이 적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로의 체제전이는 필연적이다. 중국의 개인소득은 구매력 중심으로 연 8500달러 수준에 이른다. 비(非)산유국 권위주의 형 체제치고 그 정도 소득수준에 이른 나라가 체제전이를 겪지 않은 나라가 없다.
중국의 민주화는 시간문제로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북한을 버린다. 그리고 통일된 민주체제 한국을 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살인적인 환경오염. 날로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만연한 부패. 이에 따른 불복종운동에, 소요사태 등 날로 확산되고 있는 저항운동이 그것이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공산당 통치의 현 중국체제는 국제정치 있어 상수(常數)가 아닌 일시적인 변수(變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비에트체제,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상당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남북통일의 정치 동학이 시작됐다.” “중국의 저울이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 나오고 있는 반응들이다. 무엇이 이 같은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나.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새삼 떠오르고 있는 화두다. ‘미국과 중국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호공영의 길을 모색한다’-. ‘신형대국관계’란 말이 지닌 함의다.
다른 말이 아니다. 오바마의 ‘Asia Pivot’의 예봉을 피하고 보자는 이야기다.
미국을 쇠망해가는 세력으로 보았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도산 후 중국이 내보인 시각이다. 그러면서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 각을 세워왔다. 그 피크는 북한의 잇단 군사적 도발에 대응해 2010년 미항모를 서해상 한국 인근해역으로 급파했을 때다. 중국 군부가 나서 미항모의 서해진입을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것.
2011년을 기점으로 서슬 퍼렇던 중국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정책이 천명된 이후다.
미국의 경제가 예상을 깨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에너지 수퍼 파워로 새로 부상하면서 또 한 차례 ‘미국의 세기’가 점쳐진다. 그와 반비례해 중국경제는 모멘텀을 상실해가기 시작한다.
그 정황에서 나온 것이 시진핑의 ‘신형대국관계’론이다. 미국의 힘에 못 미친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렵다. 기존 패권국인 미국과의 충돌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결국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 ‘신형대국관계’의 첫 시금석으로 떠오른 게 북한핵문제다. 미중정상회담에서 오바마와 시진핑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한반도를 비핵화해야 한다는 이례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다음 주로 예정된 게 한중 정상회담이다. 북한문제에 뭔가 획기적인 돌파구라도 마련될 것 같은 기대감이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지나친 기대는 그러나 금물이 아닐까.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지도자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 자체부터가 그렇다. 그렇지만 시진핑은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떠오른다. 북핵 해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패로 끝난 게 6자회담이기 때문이다.
‘신형대국관계’라는 것도 그렇다. 사세가 불리할 때의 교묘한 변장술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자국민을 억압 속에 가둔다. 현 중국체제의 진짜 얼굴이다. 그 중국은 소수민족의 무덤이다. 동북공정이니, 서남공정이니 하는 온갖 역사조작을 통해 소수민족의 혼을 말살한다. 그리고 무력을 통한 영토 확장도 불사한다.
그 체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한 공영을 말한다. 그리고 체제와 가치관이 다른 한국을 향해 전에 없던 미소를 흘려가면서 추파를 던진다. 뭔가 노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공산당 체제 중국은 머지않아 사라질 국제정치의 변수(變數)에 불과할지 모른다’-. 역사적인 한중정상회담이라고 했나. 그 회담을 앞두고 어쩐지 새삼 새겨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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