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변호사 /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한국 영훈 국제중학교의 부정입학 소식을 들었다. 일부 부유층 자녀들을 위해 입학시험 성적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 그 학교의 교감이 자살을 했다는 보도이다. 충격적인 뉴스이면서도 또 한편 그렇게 만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한국 교육계의 부정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한국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소위 위장전입이다. 위장전입은 부동산 취득 뿐 아니라 자녀교육 문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위장전입에 대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불감증을 앓고 있는 듯하다.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그랬다고 하면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동정을 사기도 한다. 그 만큼 한국에서 자녀교육은 중요하고 절실한 모양이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 같으니 말이다.
내가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오랫동안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한인 학부모들로부터 종종 질문을 받는게 훼어팩스 카운티 내에서 어느 학교가 좋으냐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이에 대해 표준대답과 한인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내용의 대답을 같이 드린다. 표준 대답은 훼어팩스 카운티의 학교들은 모두 같은 커리큘럼을 갖고 있고, 교사들이 같은 내용의 훈련을 받아 양성되기에 어느 학교에서 공부하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자녀들 공부의 성공 여부는 학교가 아니라 본인이 얼마나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러한 대답을 듣고자 질문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학생들의 학력평가시험 결과나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 등 소위 말해 영재프로그램에로의 진학 학생들 숫자에 기준을 둔다면 이러한 학교들이 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부연하며 몇 학교들의 이름을 주기도 한다.
훼어팩스 카운티 내 일부 공립학교의 한인 학생 숫자는 다른 곳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다. 여기에는 자녀교육 문제에 워낙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한인 부모들이 우수하다는 정평이 난 학교로 어떻게 하든 자녀들을 보내려고 하는 노력이 무시 못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노력을 절대로 탓하고 싶지 않다. 자녀들 교육을 위해 최적, 최선의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가 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편법이나 불법으로 이루어지는데 있다. 편법이나 불법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공동사회가 정해 놓은 규칙이나 그 것을 따르는 사람들은 중요치 않다는 마음가짐이 바탕에 있다.
최근 훼어팩스 카운티 내에서 한인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지역 콘도미니엄 관리자가 교육청 당국에 학생들의 거주주소 확인을 요청해 왔다. 한인 부모님들에게는 제법 인기가 있는 학교들이 위치한 지역의 콘도미니엄이다. 상당히 규모가 큰 콘도미니엄인데 그 곳에 살고 있지 않는 학생들이 해당 지역의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오후에 통학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누군가에 의해 픽업되어 콘도미니엄을 떠나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그 곳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친구나 친척들의 주소를 사용해 그 곳에 사는 것처럼 가장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요청을 받은 카운티 교육청 당국자는 주소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리고 50명 이상의 학생들이 실제로 그 곳에 거주치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부모가 아니라 제 삼자와 같이 사는 학생들까지 포함한다면 관련 규칙을 위반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아마 지금은 여름방학이기에 교육청 당국자나 학교에서 당장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명단이 확보된 이상 그대로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가을학기에 들어가서도 이 명단에 있는 학생들이 계속 같은 학교를 다닐 경우 제재 조치가 있을지 모른다. 제재 조치는 원래 적법하게 다녀야 할 학교로의 강제 전학이 될 수 있다. 또한, 혹시 부모가 훼어팩스 카운티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이 아예 금지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라 그러한 경우 지금까지 다닌 기간 동안의 학비 지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관련 규칙 상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거주하지 않을 경우 공립학교를 다닐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다니더라도 학비를 지불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가 명단에 오른지 모른다. 그러나 그 콘도미니엄이 한인 학부모들에게 자녀들 학교 선정을 위해 인기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음을 익히 잘 알고 있기에 그 가운데 한인 학생들도 상당한 숫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렇다면 같은 한인으로서 부끄럽다는 말을 아니 할 수 없다. 부모들의 자식 사랑이나 교육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그냥 아름답게 보아 줄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