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인간은 역사의 흐름에 휩쓸려 떠다니다 일생을 마친다. 그러나 아주 소수의 인간은 그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엉뚱한 사람이 그 역할을 맡는다. 그런 인물의 하나가 바로 찰리 윌슨이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기 이전까지 그는 라스베가스 쇼걸들과 파티를 즐기는 바람둥이 연방 하원의원에 불과했다. 그러던 그가 아프간 인들에 대한 소련의 만행을 뉴스로 접하면서 역사에 흔적을 남기는 인간으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파키스탄을 방문, 아프간 난민의 참상을 눈으로 확인한 그는 아프간 인들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소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깨닫고 CIA의 아프간 반군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 찰리 이전 500만달러에 달하던 반군 지원금액은 5억달러까지 늘어난다.
액수도 액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무기의 질이었다. 무엇보다 아프간 반군을 괴롭혔던 것은 중무장한 소련의 헬기였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와 반군 거점을 공격하는 소련 헬기는 아프간 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개인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인 스팅어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어깨에 메고 다니다 헬기가 나타나면 바로 격추시켜 버리는 스팅어는 소련군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스팅어 하나 때문에 소련 헬기는 졸지에 고철덩어리로 변했다.
공군이 발이 묶이면서 산지사방에 흩어져 있던 소련군 기지는 반군의 밥이 됐으며 인명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자 소련은 백기를 들고 1988년 아프간을 떠나고 만다. 아프간에서의 참패는 월남전 패전이 미국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던 것처럼 소련인들로 하여금 공산체제에 대한 믿음을 버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 소련 해체로 이어지는 공산주의의 몰락은 아프간 패전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극적인 뉴스만 쏟아지던 시리아에 작지만 일말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사드와 맞설 무기를 달라는 시리아 반군의 애절한 호소에도 불구, 2년째 모르쇠로 일관하던 오바마 행정부가 드디어 무기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늦기는 했지만 끝까지 안 한 것보다는 백 번 나은 일이다.
이번 결정은 아사드가 시민들에게 사린 등 화학 무기를 사용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그와 못지않게 쿠세어 등 반군 거점이 정부군에 의해 탈환되고 시리아 최대 상업 도시인 알레포마저 함락 위기에 처하면서 반군 학살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지난 번 리비아 사태 때도 정부군에 의해 벵가지가 무너지고 반군들이 몰살당하게 되어서야 오바마는 마지못해 개입했다.
오바마는 반군들에 무기를 주면 내전은 더욱 격화할 뿐이며 사태는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아사드 정부군은 러시아와 이란으로부터 잔뜩 무기를 지원받고 있는데 반군에게만 무기를 주지 않으면 아사드에게 맞아 죽으라는 이야기밖에는 되지 않는다. 무력으로 반군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아사드가 미쳤다고 협상에 나오겠는가. 전쟁 상황에서의 협상이란 전쟁터에서 얻은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오바마가 지원을 약속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지원 대상이 소형 화기에 제한돼 있다. 그러나 반군들이 원하는 것은 스팅어에서 한 단계 진화한 맨패드라는 개인 지대공 미사일이다. 아프간 전과 마찬가지로 반군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아사드의 헬기이기 때문이다. 아사드 공군이 무력화 되면 시리아에서도 아프간에서 일어났던 일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리아 사태는 이미 내전 단계를 지나 국제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이 아사드를 적극 돕고 있고 이란의 지시를 받는 극렬 헤즈볼라 전사 수 천 명이 정부군 편을 들며 싸우고 있다.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반군을 돕고 있지만 너무나 미미하다. 이번 내전에서 아사드가 승리한다면 시리아 민주화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이고 핵 무장을 노리는 이란이 중동의 패자로 등장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오바마가 몸 사릴 때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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