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는 한국 속담은 이제 “낮말이나 밤 말이나 미 국가안보국(NSA)이 듣는다”라고 고쳐야 될 것 같다. 메릴랜드 32 도로 선상에 위치한 NSA가 전화회사 버라이즌으로 부터 대규모 전화자료(metadata)를 요구해서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과 구글과 야후 등 굵직한 인터넷 회사들로부터 엄청난 분량의 이메일 등 전자통신 자료를 넘겨받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NSA의 계약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우든(29세) 씨에 의해 폭로되었다.
미국 정부로서는 NSA의 극비 사항을 NSA 정규 직원이 아니라 보즈 알렌 해밀턴이란 정보 용역회사의 직원으로 하와이 지국에 근무한 지 3개월 밖에 안 된 스노우든이 입수하고 폭로한 것이 중대한 범법행위라서 10년까지 형기를 받을 수 있는 형사처벌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스노우든이 홍콩에 숨어 있으면서 미국의 범죄인인도 요구에 대해 반자치제인 홍콩 정부 혹은 홍콩 위에 군림하는 중국 정부의 개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스노우든이 NSA가 중국과 홍콩의 컴퓨터를 2009년부터 수백 건이나 해킹했다고 현지 신문과의 회견에서 폭로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 측에 대해 미국에 사이버 공격을 해왔다고 비난하고 있었는데 중국 정부는 오히려 미국이 사이버 공격의 주범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세계의 두 강국인 G-2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스노우든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중국 정부는 가차없이 그의 신병을 미국 법무부 관리들에게 넘겨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노우든의 고용주인 보즈 알렌 해밀턴 회사는 6월10일자로 그를 해고시켰다. 그리고 가디언지와의 회견에서 자신의 연봉이 20만 달러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12만여 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교 중퇴 후 군대와 CIA를 거쳐 컴퓨터 (보안) 전문가가 된 스노우든은 하와이에서 고액 연봉을 받아 즐기는 것이 자신에게는 좋지만 NSA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아울러 시민들이 수색 영장이 없이는 가택 수색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당할 수 없다는 헌법상의 보장을 무시한 것을 그냥 넘길 수 없어 자기희생적인 결정을 했노라는 것이 그의 변명이다.
따라서 너무 비대해진 국가 특히 정보기관의 권력 앞에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는 주장을 일관성 있게 해온 미국민권연맹이나 자유주의자들은 스노우든을 영웅이라고 추켜세운다. 그러나 NSA 또는 행정부가 버라이즌 회사와 인터넷 회사들에 통신자료를 요구한 것은 의회 정보위원회에 보고되었을 뿐아니라 3개월마다 다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 법체계 아래서 이루어진 합법적 처사니까 2001년 9.11 사변 이후 미국사회와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 행정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전화 자료도 도청이 아니라 어느 곳의 어느 전화로 전화를 얼마 동안 했느냐는 등의 기초자료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러리스트들이 많은 예멘에서 걸려온 전화로 오랫동안 통화가 된 후 뉴욕이나 워싱턴 등 주요 도시의 번호들에 빈번한 연락이 뒤따르는 등의 이상한 기류가 보이면 외국 정보탐색 법원이라는 연방 비밀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야만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니까 일반 시민들은 염려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개인의 자유가 100% 보장될 수 없고 또 안보도 완전 보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균형과 조절의 문제다.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이미 우리가 컴퓨터와 인터넷에 매달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침해되기 시작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처럼 컴퓨터는 우리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며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는지 등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할 수 있다.
만약 그 소설처럼 1당1인 독재체제라면 개인의 자유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표방하는 양당 지배 아래 정권의 교체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정치적인 의미의 빅 브라더 출현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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