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아무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면 그 심정은 어떨까. 그 가족들의 심정 또한 얼마나 아플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 년간이나 자유 없이 살아오며 감옥에서 죽어야 나올 수 있는 종신형이라면 그 억울함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늘에다 하소연을 해야 하나, 땅에다 해야 하나. 땅을 치고 통곡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자신의 지은 죄는 자신과 하늘이 안다. 그리고 자신이 짓지 아니한 죄도 하늘이 알며 자신은 알고 있다. 자신은 분명코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데 살인자가 돼 종신형을 받거나 사형언도를 받는 경우, 이처럼 억울하고 분한 일이 세상천지 또 어디에 있을까. 질서와 안정을 위해 생겨난 법이지만 그 법이 오히려 질서를 깨트릴 때가 있음에야.
2012년 9월28일 14세 사촌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고 15년간 루이지애나주 형무소에서 복역하던 데이먼 티보드가 무죄로 석방됐다. DNA(Deoxyribonucleic Acid·유전자정보를 보관하는 핵산) 검사결과 기소가 잘못됐음이 판명됐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만 DNA검사 결과 잘못 기소된 300번째 예가 된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의하면 데이먼은 DNA검사와 법의학 증거, 수차례에 걸친 면담을 통해 진범이 아니란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2000년 이후 루이지애나주에서만 3명이 사형집행 된데 반해 6명의 사형수가 무죄로 증명됐다. 사형정보센터(DPIC)는 ‘데이먼은 DNA검사를 통해 풀려난 18번째의 사형수가 된다’고 하니, 어찌 이런일이!
1989년 7월28일. 펜실바니아 포코노기도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여대생이 숨졌다. 이 때 우울증에 걸려 힘들어하던 딸을 기도로 치유해 보려 함께 기도원에 갔던 그녀의 아버지 이한탁(79)씨가 방화자로 지목돼 1급 살인범과 방화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지금까지 24년째 복역 중에 있다. 친 아버지가 살인자라?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딸의 죽음을 보고 경찰이 질문하자 “내가 죄인이다!”라고 한국적 정서에 의해 대답했을 아버지의 절규를 경찰은 그대로 적용, 검찰에 넘겼을 것이다. 당시 제대로 된 변호인 하나 사지 못하고 구속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이한탁씨는 결국 재판에 회부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56세에 형무소생활이 시작돼 이젠 할아버지다.
몇 년 전 이한탁씨 구명운동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자 “이한탁씨는 기름을 부어 화재를 일으킨 방화범이 아니다”란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유는 전문가의 감식자료에서 나타난다. 기름이 부어져 방화됐으면 불이 바닥에서부터 붙어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데 이때의 불은 위에서 먼저 붙어 아래로 향했다는 자료 분석이 근거이다.
이한탁씨가 무죄로 석방될 가능성이 100% 생겼다. “필라델피아 제3차 항소법원이 올 초 이한탁씨의 무죄를 입증할 화재 감식자료들을 결정적 증거로 채택한 데 대해 검찰 측이 항소 마지막 날인 지난 (5월)31일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뉴욕한국일보 6월1일 A1면) 검찰의 이의가 없는 한 법원은 감식자료를 분석할 게다.
항소법원에서 기도원 화재가 방화가 아님이 증명되면 이한탁씨는 풀려난다. 법이다. 그 무엇도 이한탁씨를 구속할 이유와 증거가 없기에 그렇다. 20여 년 동안 이한탁씨의 구명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 온 단체와 한인들 그리고 관계자들의 수고의 결실이다.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이 이한탁씨의 무죄 석방으로 반드시 회복되어져야만 하겠다.
어떤 경우든 자신이 관련되지 않은 범죄 케이스에 대해선 묵비권을 행사해야 한다.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특히 “내가 죄인이다. 모든 게 다 내 탓이다”. 이런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경찰들은 누가 통역을 하든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범죄인으로 간주할 수 있으니 그렇다. 이한탁씨의 경우가 이런 예에 속한다.
이한탁씨의 항소에 대한 재판이 금년 하반기에 있을 예정이다. 그의 변호를 맡고 있는 파멜라 월크변호사는 “지금까지의 변호사 경험으로 보아 90%이상 이씨의 무죄가 입증돼 석방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이한탁씨의 석방에 100%를 건다. 이한탁씨가 하루속히 석방되어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기를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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