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라는 것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생활조건과 질을 조사하여 어느 나라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가”를 매기는 지수다. 최근 발표된 이 지수에 의하면 호주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다. 호주 다음으로 스웨덴, 캐나다, 노르웨이, 스위스가 그리고 미국은 여섯 번째로 행복한 나라로 매겨졌고 덴마크, 네덜란드, 아이슬랜드, 영국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21위, 한국은 27위, 멕시코 35위, 그리고 터키가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행복지수는 주거, 소득, 고용,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등 11개 영역의 지표를 토대로 산출되는데, 한국은 이 중에서 안전, 교육, 시민참여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 하지만 주거, 고용, 소득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고 환경,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삶의 만족도 등에서는 하위권, 그리고 공동체 영역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했다. 반면 미국은 소득과 안전 영역에서 상위권에 속했지만 시민참여나 일과 생활의 균형 부분에서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다소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통상 안전의식이나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낮다고 여겨지는 한국이 이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보인 반면, 공동체 성향이 강하다고 여겨지는 한국이 오히려 이 분야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총기사고가 빈발하는 등 사회의 안전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 같이 보이는데 오히려 상위권에 속한 반면, 미국인들이 고발의식이나 기부, 자원봉사 등에 적극적이라고 여겨지는데 이 시민참여 영역에서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하게 보인다.
한편 행복지수에 포함되는 11개 영역 가운데 오직 ‘삶의 만족도’라는 요소에 초점을 맞추면 순위가 달라지는데 그 결과는 스위스가 가장 삶에 만족하는 (그래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캐나다, 핀란드가 뒤를 이었고 좀 의외로 멕시코가 ‘삶의 만족도’로 보았을 때 열 번째로 행복한 나라로 나타났다. 미국은 12위로 밀려났다.
짐작되는 일이지만 이런 지수는 누가 무엇을 대상으로 어떤 수치를 어떻게 집계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얼마 전 영국의 한 대학이 발표한 행복순위에 의하면 바하마, 브루나이, 부탄 등이 가장 행복한 나라 10위 안에 든 반면 미국은 23위, 한국은 102위로 나타났다.
갤럽이 발표한 순위에는 덴마크가 1위, 코스타리카가 6위, 이스라엘이 8위, 미국은 14위, 한국은 56위였다. 또 다른 기관이 발표한 행복한 나라의 순위에서는 인구 25만 여명의 ‘바누아투’라는 나라가 1위이고 콜롬비아, 파나마, 파라과이 등 중남미국가들이 상위권에 그리고 인구 10만의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이라는 나라가 10위를 차지했다.
몇 년 전 북한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순위를 발표했다는데 이에 따르면 중국이 1위이고 북한, 쿠바, 이란, 베네수엘라가 상위권에, 한국은 152위 그리고 미국은 203위로 나타났다. 웃어야 할지…그래서 생각건대 우리는 이런 순위가 발표될 때 마다 “아 그렇구나”하기도 하고 왜 그런 순위가 나오는지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순위에 관계없이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또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행복은 (특히 개개인의 행복은) 이렇게 순위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여러 면에서 행복하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선 경제가 계속 어려운 가운데 있고,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약 반 년 동안 일어난 사건, 사고, 천재지변만 보더라도 행복하기 어렵다. 지난 10월말 뉴욕, 뉴저지를 강타한 초폭풍 샌디로 40여 명이 죽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12월에는 코네티컷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로 어린이를 포함해 28명이 목숨을 잃고, 4월에는 보스턴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세 명이 죽고 근 300 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고, 5월에는 오클라호마에서 대형 토네이도가 다발하여 근 30 명이 죽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그 중간 중간에 총기사고, 대형 교통사고, 공장 폭발, 화재, 유람선 사고, 싱크 홀 매몰, 다리 붕괴, 퍼레이드 사고, 열차 탈선, 홍수, 산불 등이 계속 발생해 왔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말해야 하고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갈 때 우리 개개인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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