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이미 이번 주에 특수교육학교 졸업식 두 군데를 다녀왔다. 다음 주에는 일반 고등학교 졸업식이 시작된다. 올해도 거의 스무 곳에 참석할 예정이다. 졸업식에 참석한다는 것이 참 흥분되고 즐거우면서도 힘들다. 단상 위에 얌전히 앉아 있어야 하기에 사실 졸업시즌이 끝날 때면 온 몸이 꼭 몸살을 앓은 듯 해진다.
졸업식 후 각 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서로 축하하며 즐길 수 있도록 파티를 준비해 준다. All Night Graduation Party라고 불리는 밤샘 파티가 바로 그것이다. 이 파티는 학교나 근처의 공공장소를 대여해 열린다. 그리고 이 파티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자원봉사에 나선다. 일반적으로 졸업생들은 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티켓을 사야 한다. 그러나 티켓값이 부담되는 학생들을 위해 모금한 기금으로 구입해 주기도 한다. 또한 지역사회로부터 음식과 상품 등을 기부 받기도 한다. 파티장에서 밤새 즐기며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음식과 다양한 게임들을 마련 해 놓는다.
외부로부터 음식 반입은 허용되지 않고 출입을 철저히 단속한다. 물론 술과 마약 사용은 어림도 없다. 졸업생들의 안전 도모를 위해 파티 장소를 떠날 경우 부모님들에게 꼭 먼저 연락한다.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지는 경우를 방지하고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졸업생들을 이 파티에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대부분 학교들이 졸업생 자신이 운전하고 오는 것을 금하고 있다. 왜냐하면 밤샘 파티 후 피곤한 몸으로 위험하게 직접 운전하여 귀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런 파티를 한 번 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의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협조로서만 가능하다. 파티 당일에 요구되는 자원봉사도 상당하다. 자원 봉사자들의 대부분은 졸업생들 부모가 아니라 사실 후배 학생들의 부모들이다. 졸업생 부모들은 졸업식 관계로 찾아오는 손님맞이나 졸업식 후 저녁모임 등으로 이미 분주하고 피곤하다. 또 밤샘 졸업파티에 참여하는 자녀들에게 라이드도 주어야 하기에 자원봉사에서 제외 시킨다. 졸업생 자신들도 자신들의 부모님을 파티장에서 보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후배 학생들 부모님들이 자원봉사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나도 우리 집 애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두 번 자원 봉사해 본적이 있다. 자원 봉사가 꼭 쉬운 일은 아니다. 첫 해에는 게임 하나를 맡아서 3시간 정도 했다. 그런데 체력 소모가 제법되는 게임이었다. 물론 중간에 잠깐씩 교체 봉사자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지만 그래도 제법 힘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해에는 학생들의 출입을 점검하는 일을 맡았다. 새벽 시간대에 했는데 쏟아지는 잠을 참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행사는 학부모들의 자원봉사 없이는 도저히 치룰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힘들어도 많은 부모들이 기꺼이 나서는 것이다.
밤샘 파티에 올해에도 자원봉사 기회가 찾아 왔다. 우리 애들이야 이미 오래전에 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했기에 부모로서 밤샘파티에 자원할 책임(?)은 없다. 그렇지만 학군 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 초청을 하기에 그냥 응해 버렸다. 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카지노 카드 게임을 가장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그래서 블랙잭 테이블을 맡아 딜러를 해 보기로 했다. 2시간 반 정도면 된다고 했다. 좀 이른 시간대인 밤 10시부터 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주에 준비모임에 참석해 간단하게 딜러 훈련도 받았다. 물론 실제로 돈을 거는 것은 아니다. 졸업생들에게 카지노 게임을 위해 쓸 수 있는 가짜 돈을 나누어 주고 게임에서 딴 돈은 상품추첨권으로 바꾸어 준다. 그리고 모든 게임이 끝난 후 추첨을 통해 상을 준다고 했다. 블랙잭 딜러를 해 본 적도 없고 블랙잭 게임을 잘하지도 못하기에 사실 자원 자체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준비모임에 가 보았더니 블랙잭의 기초적 규칙도 잘 모르는 부모들도 자원한 것을 볼 수 있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졸업생들의 재미에 초점이 맞추어지기에 조금 틀리거나 규칙과 어긋난 진행이 있어도 불평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그날 모임에서 받은 느낌은 아직도 훨씬 더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파티 장소 준비나 끝난 후의 정리 일도 있고 학교 주차장 안내나 경비도 있다. 단순한 심부름일도 있다. 음식도 나르고 쓰레기도 치워야 한다. 사진 찍는 일도 있다. 이 여러가지 분야에 도움의 손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혹 고등학교 자녀들을 둔 부모들 중에 가능한 분들은 자원 봉사를 해 보라고 적극 권유하고 싶다. 각 학교 파티 준비위원회에 연락하면 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모들이 만들어 주는 이 파티에 여러분 자녀들이 혜택만 보지 않고 우리 모두 그러한 혜택을 베푸는 일에 같이 참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한인 부모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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