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머리를 자르거나 깎거나 다듬을 때에는 항상 LA 코리아타운의 한 단골 미장원에 들른다. 필자가 부동산 매매를 도와드리고 있는 LA 북쪽 발렌시아에도 한국 미장원이 있고, 고개 너머 가까운 밸리에도 미장원이 여럿 있지만 제가 수년간다니는 단골 미장원은 글렌데일의 한 곳과 LA 한인타운 한 곳인데, 특히 이 미장원들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헤어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좋고 내 맘에 꼭 들게끔 알맞게 손질을 잘 해주셔서 맘 놓고 머리손질을 맡긴다. 한 2주일 전쯤인가 머리카락이 귀를 덮어 어수선하기도 해서 단골 미장원에 들러서 가운으로 갈아입고 의자에 앉았다. 구약에나오는 삼손의 이야기가 틀린 게 아니다 싶었다.
머리카락을 자르면 힘이 없어지는지 의자에 앉아 디자이너가 머리가 자르기 시작하자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까박 졸려고 하는 마당에, 디자이너가 한 마디 한다. 흰 머리가 여기저기 조금보이네요. 아 그래요? 수시로 뽑아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두고 있어요. 그랬더니, 흰 머리카락을 왜 뽑아요? 그냥 놓아두세요. 그러면 다시검은 색깔로 바뀌어서 새로 나와요. 뽑아버리면그 자리에는 다시는 안 나오거든요.
엊그제 서울에서 예전 직장 선배로부터 카톡메시지 하나가 날아 왔다.
제목이 "50세 이상만 보세요. 읽다가 코가 시큰해지는 글입니다. 공감이 어찌나 가는지 몇 번을 번복해서 읽었어요!" 라는 글이었는데, 아마여러 독자들께서도 이미 여러 지인으로부터 이글을 받아 보셨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여기에 간략히 줄여서 올려보기로 한다. "중년이라는 나이… 눈가에 자리 잡은 주름이 제법 친숙하게느껴지는 나이, 잡아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어슴푸레 깨닫는 나이,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삶을 볼 줄 아는 나이, …나이를보내기보다 나이를 빼기를 좋아하는 나이, 겉으로는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가슴속은텅 비어 있는 나이… (중략)…" 읽다 보니 많은부분인 공감도 가고 구구절절이 맞는 이야기들이어서 읽으면서도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이런 종류의 글들, 즉 험난하고 혼란스러운세상일들로부터 초탈하고 도외하면서 자연을벗 삼아 초연한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도가(道家)류의 글들이 유튜브와 카톡을 통해 많이 나와 있어 수시로주위에서 이런 좋은 글들을 많이 보내주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씩 보곤 한다. 어지러운마음을 가라앉히게 하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뛰고 있는 우리들에게 잠시 길을 멈추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만들어주니 어찌 고맙지 않을까.
그러나, 서울에서 이 글을 보내준 선배께 감사하다는 말과함께 이렇게 적어 보냈다. "저는가급적 중년이라는 생각 안 하고 싶습니다. 주민등록증에 찍힌 나이는 어쩔 수 없겠지만, 항상이십대 후반, 그리고 우리가 만났던 삼십대 초반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그래야 마음이라도 젊어지더군요. 이 젊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싱싱하게 시작하는 것이 나의 몸조차 싱싱하게 만드는것이 아닌가 합니다."정신적인 관념과 생각이 물리적인 육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내가 젊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 더 젊어지는 것일 것이고, 내가 이제 나이가 들었는데 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정말 나이든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어제까지 직장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퇴직을 하고 집에서 쉬는 순간 그때부터팍삭 나이가 들어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매일 하던 일이 없어지면서 그만 늙어버린게 아니고, 일이 없어지면서 내가 더 이상 해야할 일이 없어진 사람인가 하는 생각으로 인하여 노쇠화가 바로 시작이 된 것이다.
매일 하던 일이 없어지면 그때부터 얼마나 할일이 많을까? 그간 직장일 때문에 하지 못했던수많은 일들을 찾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영어 공부, 스페인어 공부,일어 공부, 주식 공부, 선물투자 공부, 기타 공부,피아노 공부,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 인터넷 디자인 공부, ~공부, ~공부, ~공부… 당장 내 주위에 찾아보면 또 시간이 없어 못할 공부들이 너무 많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어서 이런 공부들을 찾아 해야 한다. 이들을 포기하기에 아직 우리는너무 젊다. 흰 머리카락이 다시 검은 머리카락으로 바뀌는 때는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그순간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661)373-4575, jasonsung@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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