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부채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우리 삶의 발목을 잡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특히 2009년 세계경제의 대 침체(Great Recession)를 경험하면서,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선진 경제들뿐만 아니라 많은 뜨는 경제에 속하는 나라들이 국가의 경제력으로 부담하기 힘든 엄청난 국가부채를 짊어지고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부터 아일랜드와 그리스가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이탈리아와 포르투갈도 파산 직전에 이르러서 제 2의 세계 경제권이라 지칭하고 있는 유로존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경제도 2009년 경제 대침체 이후 4년을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의 기세가 약하고, 얼마 전까지도 세계 제2의 경제 강국이었던 일본이 지난 20년 동안 경제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지금의 세계경제의 실정이다.
유로존 경제의 휘청거림, 미국 경제의 더딘 회복, 일본경제의 장기침체 등 현 세계경제의 심각한 문제는 각 경제들이 부담할 수 있는 능력(GDP)이상으로 빚(부채)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채 대 경제력의 비율(Debt/GDP %)이 아일랜드 105.0%, 그리스 163.3%, 이탈리아 120.1%, 포르투갈 106.8%, 미국 102.9%, 일본 229.8%등으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경제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어서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부채가 국가적으로 국민경제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원활한 개인/가정생활에 커다란 방해가 되고 있다. 세계의 제 1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가구당 중간소득이 5만,502달러(2011년)인데 평균 가구당 크레딧 부채가 소득의 30.0%(1만5,162달러), 평균 모기지 부채가 293.0%(14만7,967달러), 그리고 학자금 융자 부채가 66.2%(3만3,445)에 다다르고 있다. 가정들이 얼마나 커다란 부채부담을 안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세상을 살면서 경제적으로 빚을 하나도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얼마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이다. 다시 말해 빚에 억매이지 않고 영과 육이 건강하게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먼저 경제적인 답을 찾아보면,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의 2012년 논문 ‘부채와 성장(Growth in a Time of Debt)’에 의하면 국가부채가 국가경제력(GDP)에 비해 90% 이상을 넘을 경우 경제성장이 겨우 1.6%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2차 대전 이후의 통계이다. 즉 국가부채가 과도하게 많은 경우(90% 이상) 적정한 경제성장인 3-4%에 훨씬 못 미치게 되어 어쩌면 국민경제가 지속하지 못한다는 논리이다. 3-4%의 적정 경제성장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국가부채를 적어도 60%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 주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적정한 부채율’을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는가. 빚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미래에 대한 우리들의 근본적인 자세이다. 미래는 인간이 장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전적으로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신의 영역이다. 비록 바로 내일의 일이라 하더라도 100% 확신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오늘과 내일, 내 주나 다음 달, 더 나아가 내년에 틀림없이 좋아질 것을 확신하고 분에 넘치게 빚을 얻어 지금의 살림을 벌려 놓는다면 그것이 바로 신의 영역을 침해하는 교만과 자만의 자세이다.
둘째, 빚진 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들의 영적인 자세의 문제이다. 경제적인 삶, 즉 빚진 자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영적인 삶의 교훈이 필요하다. 신약성서에서 바울은 9개의 성령의 열매(갈5:22-23)가운데 화평과 양선과 절제 등 3가지를 맺는 삶이 중요하다고 했다.
빚진 자로서 삶의 목표가 공동체 안에서 다툼이 아니라 ‘화평’에 있고, 삶의 내용이 자기 유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양선’에 있으며, 삶의 방법이 자기 최고의 만족에 있지 않고 자기 분수에 맞게 스스로를 관할할 수 있는 ‘절제’에 있어야 하겠다. 이런 가치를 지향하며 삶을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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