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두 개의 국경을 넘었다. 말 그대로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제 3국에 도착했다. 이제 서울로 가기만 하면…. 자유가 손에 잡히는 듯 했다. 그 탈북청소년들이 그런데 북한 요원들에게 넘겨졌다. 사지(死地)로 강제 송환된 것이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아픔이 몰려든다. 그리고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자유를 갈망하는 어린이들을 군사작전 하듯 잡아가는 북한체제. 인도적 난민을 보호하는 국제 법을 뻔뻔히 유린하고 있는 라오스와 중국당국. 그들의 반(反)인륜적 행태도 행태지만 역사의식도 없고, 탈북자들이 겪는 아픔에 대한 연민도 없이 사무적으로만 처신해온 해외공관원들, 그리고 무능한 한국정부. 그 모습이 더 기가 막혀서다.
9명의 청소년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이 점에서 이번 라오스 사태는 인권참사다. 그리고 두말 할 것 없이 한국정부의 외교 참사다.
‘강제북송당한 탈북 청소년들은 지금 쯤 차가운 감방 바닥에 쓰러져 얼마나 참담한 심정에 빠져 있을까’-. 상상조차 하기 두렵다. 동시에 한 가지 ‘혹시’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번 ‘참사’는 한국 형 관료주의의 필연적 소산으로, 어쩌면 ‘참사’의 위험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첫 100일은 그 진통이 유난히 심한 것 같다.” 박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나오고 있는 이야기다. 대변인 인사를 포함해서 정권인수위 구성에서부터 허점이 들어났다. 그리고 실제 정부가 가동되면서 계속해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때문에 나온 지적 같다.
동시에 늘어난 게 대통령의 말수다. 본래 단답형 센텐스만 구사했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 후 말 수가 부쩍 늘었다. 수석비서관회의 등 각종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A4 용지에 옮기면 적어서 20장, 많으면 50~60 장의 분량이 나온다고한다.
이와 함께 ‘수첩’과 ‘받아쓰기’는 박근혜 정부의 속내를 읽어 내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각 부처 간부들을 향해 깨알 같은 주문사항을 쏟아낸다. 간부들은 그 주문을 받아쓰기에 바쁘다. 각 부처의 회의도 이와 별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주문사항을 장관이 전하면 그 말씀을 받아써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상명하복(上命下服)에만 익숙해 있는 것이 관료사회다. 이 ‘수첩’과 ‘받아쓰기’는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분위기로 공직사회를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만기(萬機)를 친람(親覽)하려 든다’-. 정권인수위 시절부터 나온 비판이다. 정권 출범 100일이 된 시점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주로 여기에 모아지고 있다. 정부 구성부터 그렇다. 정치적, 사회적 대표성은 철저히 배제됐다. 폭넓은 보수진영의 참여가 아닌 대통령 일인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처음부터 제기된 지적이다.
‘나 홀로 인사’를 통해 ‘친박’(親朴)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도 배제됐다. 그리고 ‘실무능력 우선’이란 원칙하에 사람을 뽑았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그 결과 발생한 것이 ‘윤창중 사태’라는 대형 참사다.
그 청와대와 내각에서 응집력이니, 열정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나. 박근혜 정권은 동지(同志)적 결속으로 뭉친 집단이 아니다. 책임지겠다는 사람보다는 몸조심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무사안일 형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말이 많아질 수밖에.
모든 것이 청와대를 통하고 대통령 결재 하에 이루어지면서 파열음은 계속 들려오고 있다. 주무 장관 말이 다르고 총리 말이 다르다. 결국은 ‘대통령의 말씀’으로 사안이 정리된다. 개성공단 사태도 그렇게 가닥이 잡혔다.
“제대로 설명해주는 당국자를 찾을 수 없다.” 관련해 들려오는 소리다.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은 찾을 길이 없고 대통령 혼자서 자신의 생각대로 국정운영 시스템을 틀어쥐고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야기는 한 곳으로 모아진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만기친람을 해서 잘 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100일을 맞아 하나같은 지적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자세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라는 거다.
만기친람 체제는 특히 위기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참사의 위험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앞서 던진 이 ‘우려성의 질문‘도 다름에서가 아니다. 국내외적으로 ‘대란(大亂)의 시기’를 맞고 있어서다.
잠복해 있던 갈등의 이슈가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다. 국내 상황이다. 동북아의 안보지형도 그렇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맞서 중국의 시진핑 정권은 신형 대국외교를 내걸었다. 거기에 우경화하고 있는 일본, 북한 변수가 겹쳐 서태평양의 파고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 효과적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집단지성의 올바른 이용이다. 만기친람식의 ‘나 홀로 결정’은 자칫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여기서 새삼 요구되는 것이 ‘창조적 국정운영’이다. 대통령 본인이 먼저 과감한 변신을 통해 열린 리더십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그 첩경이 아닐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