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들은 졸업식이 거의 끝나 간다. 나도 곧 둘째의 대학 졸업식에 장시간 운전하고 가 참석할 예정이다. 기숙사 짐을 모두 챙겨 내려와야 하기에 비행기 편보다는 미니밴을 운전하고 간다. 벌써 둘째가 대학까지 졸업한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다. 앞으로 나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자랐다는게 대견스러우면서도 어디 마음 한구석 무엇을 잃어 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지난 주 금요일 난생 처음 대학졸업식 연설을 해 보았다.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조지메이슨 대학의 인문 사회대학 학부 졸업식(Convocation)에서 였다.
평소 사람들 앞에 서는 기회는 자주 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처음이었다. 졸업생들을 포함해 약 6-7천명 정도가 모인 자리였다. 여러 달 전 초청을 받아 놓고서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오래 고민 했었다. 다행히 초청해 주신 학장님이 약 15년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당신의 딸 학교 행사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했던 얘기를 기억한다며 같은 내용으로 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때 했던 얘기는 대충 기억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열정을 갖고 전했지만 그래도 제법 걱정되었는데 많은 졸업생들이 인사치례였는지는 몰라도 잘 들었다는 얘기를 해 주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이제 6월에 들어서면 고등학교 졸업시즌이다. 학교마다 프롬(prom) 파티가 열리고 이어서 졸업식이다. 이렇게 프롬이나 졸업식을 맞게 되면 졸업생을 둔 부모님들은 기뻐 마음이 들뜨면서도 한편으로 과열 축하나 탈선행위를 우려치 않을 수 없다. 누구도 원치 않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매년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에는 인명 손실이 있는 교통사고도 포함된다. 그리고 또한 졸업 전에 학교에서 기물 파괴로 이어지는 장난을 치다 징계를 받는 학생들도 있다. 경우에 따라 정학 이상의 징계도 받고 형사처벌로 이어지기까지 하는데 그렇게 되면 졸업식에 참여할 수 없고 때로는 합격했던 대학으로부터 입학이 취소되기도 한다. 단순히 재미로만 생각했던 장난이 앞길을 망칠 수 있는 결과로 이어 질 수 있기에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장난 이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음주, 마약 사용과 취중, 환각 상태에서의 운전이다. 이는 평소 행위의 연속일 수도 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들뜬 마음으로 인한 치기어린 행위일 수도 있다. 약 2년전에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12학년 학생들 가운데 한 달 사이에 술을 마셔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들이 37% 그리고 같은 기간 중 마리화나를 피워 본 적이 있다고 한 학생들도 20%나 되었다. 그런데 부모님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면 거의 모두가 당신 자녀들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한다. 그 만큼 자녀들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많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프롬이나 졸업 파티에 보내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생 한 번 밖에 없고 오랜 추억거리가 되는 프롬에 보내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나는 고등학교 때 미국에 와 프롬에 대해 미쳐 잘 몰라 가 보질 못 했다. 지금까지 두고두고 후회가 되는 부분이다. 이성 친구가 꼭 있어야만 프롬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라도 그냥 파트너로 같이 갈 수 있는 것이다. 프롬에 보내는 것이 불안한 부모님들이 있다면 정확한 지침을 제시해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은 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니 음주나 다른 탈선 행위를 미리 걱정해 자녀들이 프롬파티를 가고자 하는 것을 막는 부모님은 없었으면 한다.
단, 이러한 파티에 참석하기 전 탈선행위에 대한 한 마디 조언은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주나 환각 상태에서 운전은 절대 안 되고 그러한 운전자의 차에는 동승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행선지를 꼭 부모님들에게 사전에 알리며 귀가 시간 약속을 정확히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일 것은 집에서 파티를 열어 주며 술 까지 제공하는 부모님들이 간혹 있는데 이는 절대로 안 된다.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에게 술을 제공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족이라도 18세 미만에게 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또한, 21세 미만의 가족 외 제 삼자에게 술을 제공할 경우 제 삼자는 꼭 부모나 다른 보호자가 같이 있어야 함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음주 당사자뿐만 아니라 술을 제공한 어른도 처벌을 받는다. 버지니아주에서는 그러할 경우 술을 제공한 어른은 1급 경범으로 처벌을 받아 최고 1년 징역 그리고 최고 2천5백달러까지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졸업, 누구나 축하해 주어야 할 기쁜 일이다.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들과 그 들의 부모님들과 가족들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의 졸업생들의 밝은 장도를 기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쁜 일이 자칫 한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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