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6월27일 스톤월 인 급습한 경찰에
게이들. 행인 할 것 없이 이틀간 일대 저항
현재 이날 ‘게이 프라이드 데이’로 명명
크리스토퍼 팍에 조각가 조지 시걸 ‘게이 커플상’설치
보헤미안. 자유의 정신 서서히 균열 일회성 관광객만 넘쳐
보헤미안 기질이 강한 빌리지는 사회적 마이너리티들이 자유를 갈구하는 분위기까지 낳았다. 그것은 동성애로 상징되는 성 관념의 전복으로 직접 투영되었다. 크리스토퍼 스트릿을 따라 남서쪽으로 거닐다보면 ‘스톤월 인Stonewall Inn’이라는 바를 발견할 수 있다. 약간은 허름해 보이는 전경. 이곳은 현재도 바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생각해보면 어쩐지 그 이미지가 제대로 매치되지 않는다. 1차 대전 후 바 주변에는 동성애자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인근에 게이 스트릿도 자리). 이에 경찰들은 이들을 감시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히 단속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은 업소가 대개 술 면허를 갖지 않은 점을 구실 삼아 경찰은 업주로부터 뇌물을 빈번히 받아 챙겼다. 비록 경찰과 업주라는 상대적 입장이었지만, 그 과정은 일종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관계처럼 발전했던 것이다.
그러던 1969년 6월 27일 양측의 관계가 어그러져 버린다. 그것은 서로가 공통의 목적을 갖지 않고, 오로지 이해관계로만 이뤄진 ‘모래성 같은 관계’의 종말을 의미했다. 이번에도 얼토당토않은 구실을 빌미로 스톤월 인을 급습한 경찰에 대해 게이들이 일대 저항을 일으켰다. 이 때 바를 찾은 게이들, 행인 할 것 없이 경찰에게 돌멩이와 술병을 집어 던졌다. 그것은 공권력에 대한 반발에 더해 어두운 시대상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 후 이틀간 일대에서는 다양한 저항 운동이 일어났다. 소위 ‘스톤월의 반란(Stonewall Riots)’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미전역에서는 대대적인 ‘게이해방운동’이 촉발되었다. 그 때까지 쉬쉬하던 커밍아웃이 잇따르고 동성애자들의 권리 옹호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날은 ‘게이 프라이드 데이’로 명명되어 매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스톤월 인 바로 옆에 자리한 작은 공원 크리스토퍼 팍. 1992년 이래 이곳에는 조각가 조지 시걸에 의한 ‘게이 커플상Gay Liberation Monument’이 설치되어 있다.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하얀 형체의 조각. 벤치에 앉아 있는 여성상은 레즈비언을, 서있는 남성상은 게이를 의미한다. 이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서로를 다정하게 보듬는다. 주변 역시도 이들을 ‘결코 이상하지 않고, 그저 다른 커플처럼’ 똑같이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야말로 곧 스톤월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 조각의 설치에 대해 반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빌리지는 이들의 작은 목소리마저도 충분히 수렴할 만큼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빌리지의 색깔은 많이 퇴색된 상태다. 급등한 땅값과 렌트비, 그리고 젊은 아티스트들의 잇따른 이탈은 무엇보다 뼈아팠다. 여기에 다양한 사회운동의 동력이 상실되고, 경제 위기 이후 메말라버린 뉴요커들의 관대함은 빌리지에 커다란 위기의식을 던진다.
이곳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반체제 신문『빌리지 보이스』조차, 현재는 유흥 산업에 대한 광고로 거의 도배되다시피 한 무료 배포지로 전락해 그 씁쓸한 현실을 부연하고 있다. 도리어 이 무대(빌리지)에 넘쳐나는 것은 배우(다양한 아티스트나 거주자)보다 일회성의 관객(관광객)들뿐. 보헤미안과 자유의 정신에 서서히 균열이 일고 있는 현실을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이 뼈아파 보인다. 하지만 현대 빌리지의 좌절과 새로운 도전을 다시금 강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희망을 가져보며 그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
● 컵케익의 메카,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전세계 여성들을 열광시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즐겨 먹던 컵케익을 기억하는가. 달콤한 레드 벨벳을 즐기며 친구들과 여유로이 수다를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태평양 건너 젊은 여성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그리니치빌리지의 서쪽, 웨스트 빌리지 11번가 코너에 자리한 컵케익 전문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Magnolia Bakery). 1996년 7월 문을 연 이 베이커리는 달콤한 디저트로 뉴요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부터 널리 사랑 받고 있다. 현재는 미드타운 라커펠러센터를 비롯해, 그랜드 센트럴 역 지하 콩코스,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등에도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이들이 유행시킨 컵케익은 뉴욕에 세련된 디저트 붐을 일군 한편, 과거의 음식을 재해석하는 레트로 트렌드를 이끌어 주목받았다.
부드러운 바나나 푸딩과 레드 벨벳, 바닐라 컵케익이 추천 메뉴. 참고로 극 중 케리 역을 맡은 사라 제시카 파커는 현재도 그리니치빌리지에 거주하고 있다. 주소 : 401 Bleecker Street / 문의 :212-462-2572 / 오픈 : 09:00-00:30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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