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학생들은 비디오 게임이나 TV를 보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수학과 과학,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노력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의 단골메뉴로 활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한국은 무역규모 순위가 8위로 상승해 경제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한국의 경제가 오늘날 이같은 초고속 성장을 한 데는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이 큰 힘이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SAT 테스트가 시험문제 누출과 관련해 전격 취소되면서 이번에도 한국의 교육열이 미 주류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험 주관처인 미국의 칼리지보드는 “5월과 6월 한국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시험문제 일부가 누출되어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취소가 불가피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월스트릿 저널과 타임지, CBS 방송 등 미 주류언론은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오바마 대통령마저 부러워했던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은 갑자기 비뚤어진 교육열로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지난 1989년 개봉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한국 영화에는 부모의 집착으로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린 여고생이 7등으로 밀려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대목이 나온다. 2011년 4월에는 한국의 카이스트 대학생 4명이 성적을 비관해 잇따라 자살한 데 이어 박모 교수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꿈에서도 갈 수 없는 일류대를 갔으면 행복해야지 죽긴 왜 죽었는 지 그들의 자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교육열은 말 그대로 교육에 대한 열의이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학생 본인은 물론 학생의 부모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이 강한 이유는 자신이 하지 못했던 공부를 자녀만큼은 꼭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데다 자녀의 지위가 자신과 같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열이 높아 학벌이 우세해지면 자녀의 학벌에 따라 부모의 신분도 수직상승한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일류대학 합격이 곧 신분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 시험 부정은 예사이고 시험문제 유출로 SAT 테스트가 전격취소되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일단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잘 사는 것’을 가르치지 못한 부모들과 교육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잘 사는 것’의 정의가 그야말로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건전한 시민의식을 길러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경쟁사회에서 이겨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비정한 경쟁의식에 너무 몰입시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야할 때이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해서 미국에 이민온 기성세대들은 중·고등학교, 대학시절을 거치면서 공부를 잘하고 일류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잡아야 인생에서 성공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물론 공부를 잘해 일류대학을 나온 후 좋은 직장을 잡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성공에 집착하다 보면 현재 눈앞에 놓여 있는 인생의 행복을 놓치기 쉽다.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데이빗 케슬러가 공저한 ‘인생수업’이라는 책의 말미에 나오는 구절은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일이 일어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미래의 나라에서 살고 여행합니다. 새 일을 시작하면, 나에게 꼭 맞는 짝을 찾게 되면, 아이가 다 크고 나면, 하지만 대개는 자신이 기다리던 일이 일어난 후에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합니다. 그래서 또 다른 새로운 미래들을 만들어냅니다. 승진을 하고 나면, 첫 아이를 갖고 나면,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얻는 기쁨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습니다. 미래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할 때는 지금 이 시간입니다. 미래에 행복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의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일류대학과 일류직장, 일류자식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행복은 얼마나 될까?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지 말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한다면 우리는 행복해 지지 않을까?peterpa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