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윤창중이란 사람 때문에 한국과 미국 동포사회가 들끓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대통령을 모시고 온 자가 중요한 공무 기간 중 술을 마신 것 뿐만 아니라 나이 어린 여자 동포 인턴을 성추행 했다고 고발 당했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미국의 경찰 조사와 법망을 피해 줄행랑를 쳤다고 볼 수 밖에 없는 행위를 보였다. 더욱이 귀국 후 기자회견 때 변명이라고 내세운 주장들은 어처구니 없고 오히려 분노를 더 돋군다. 청와대와 한국대사관 문화원 담당자들의 대응도 실망스럽다.
윤창중의 행태는 대통령의 성공적 외교 성과를 완전히 덮어 버린 정도가 아니라 한국과 이 곳 한인 동포사회에 너무나 치욕적이었다. 매일 조금씩 더 드러나는 사건 전말은 창피해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젊은 인턴들이 어른들을 경계하고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볼까 우려된다. 한국정부가 이 일로 인해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과 진정성이 요구되지 않을 수 없다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 사건 보도 전개를 바라 보며 일말 불안한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모든 초점을 고발 당한 자에 맞추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그 것이 피해자로 옮겨져 가는 오류가 범해질까 보아서이다. 성추행 사건에서 종종 가해자의 변호 방법으로 등장하는 것이 피해자의 잘못을 들추어 내는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의 가해자도 모르지만 피해자는 더욱 모른다. 그 어디에도 피해자의 신상이 보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피해자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허나 궁금증을 갖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
우선 성추행 피해자는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 피해자가 이 일로 더 이상 피해를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피해자가 고발하러 나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아무쪼록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포함해 우리 모두 피해자가 지금보다 더 힘들어 지는 행위는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필요 없는 관심은 정당한 알 권리의 한계를 넘어선 일이라고 보고 싶다.
지난 주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카운티 교육청에도 알 권리와 그 한계에 관련된 일이 있었다. 교육감의 건강 상태에 관한 언론보도가 바로 그 것이었다. 화요일 오후에 교육위원회에서 나를 급히 찾는 연락이 왔다. 교육감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것이다. 내가 의장이기에 일단 내게 보고를 한 것이다. 정확히 건강에 어떤 이상이 있는가는 의사들의 검진과 여러 테스트를 한 후 알려지는대로 추가로 보고하겠다고 했다. 교육감의 위상이나 그가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고려해 다른 교육위원들과 교육청의 고위 스탭들에게 교육감의 입원 소식을 당일 오후에 알렸다. 물론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기까지는 외부로부터의 비밀 유지가 중요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교육감이 수술을 마치고 다음 날 아침 교육감 가족들과 상의 끝에 합의된 내용을 언론과 지역사회에 공표했다.
그런데 이렇게 공표한지 불과 두 시간이 되지 않아 이 지역의 유력언론사가 공식적으로 공표한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담긴 기사를 웹사이트에 실었다. 공립학교 당국자들에 의해 전해진 것이라고 하면서 수술 내용과 병원 이름 그리고 중환자실 입원 사실도 기사에 담았다. 공식발표 내용 외의 정보를 알고 있는 극소수 중 누군가 유출시키지 말아야 할 내용까지 알리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감 가족들이 즉각적으로 거센 유감 표명을 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는 가족들과의 약속일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한 정보는 본인 동의 없이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연방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가 나간 이 후 교육감에게 우려했던 일이 생겼다. 학부모 한 명이 딸을 데리고 꽃을 들고 병실로 병문안 온 것이다. 심장 수술 후 불안정했던 혈압이 의료진의 여러 시간에 걸친 노력 끝에 겨우 안정세로 돌아갔는데 방문객이 밖에서 자신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을 의식이 깨어 있던 교육감이 듣는 순간 다시 불안정해져 버렸다.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그 무엇보다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알 권리를 더 중요시 여겼던 언론보도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 있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일이 있자 교육감 가족은 더욱 불안해 졌고 허락하지 않은 정보가 노출된데에 대한 분노를 다시 표시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지금은 다행히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이지만 아직도 가족들의 서운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가족들의 허락 없이 필요 없이 많은 정보를 언론 기자에게 전한 학교 당국자도 그렇지만 이를 적절치 않은 시점에 자세히 기사화한 언론사의 행위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대중이나 커뮤니티의 알 권리도 기사 대상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면서까지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알 권리에도 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바로 인식했으면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