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머리를 꼿꼿이 들고 있을 수 있는 곳
지식이 자유롭게 운행하는 곳
세계가 좁은 벽으로 조각나지 않는 곳
말(words)이 진리의 심연에서
솟아 나오는 곳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을 뻗쳐서
죽은 관습의 모래 알갱이로 이루어진
암울한 사막에서도
이성의 맑은 물줄기가 마르지 않고
흘러가는 곳
당신에게 이끌리는 마음이 폭넓은
사유와 더 나은 행동을 향해 나아가는 곳,
자유의 나라, 그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버지여! 우리의 조국을 깨워주소서.
귀를 의심했다. 한국인에게는 ‘동방의 등불’이라고 알려진 타고르의 시를 그렇게 만나게 될 줄을. 지난 2일 백악관 맞은편 성 요한 성공회 교회에서였다. 미 성공회, 미 루터란 교회, 스웨덴(루터)교회가 기후변화 공동결의문을 선언하는 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온 기후과학자 케빈 눈 박사의 연설 중에 이 시가 툭 튀어나왔다. 기후 과학자가 웬 시를? 그것도 한국인을 위하여 쓰여졌다는 그 시, 키탄잘리 35번이 왜? 이틀간의 모임이 끝난 후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날 세 종단의 공동 결의문 발표 모임의 주제는 “기후변화 시대의 지속적인 희망”이었다. 스웨덴 교회의 대표 앤더 위리드 주교, 루터교회를 대표하는 마가렛 블릿조나스 신부가 배석한 가운데 미 성공회 대표자인 교구장 캐서린 소리(Katharine Schori) 주교가 선언문을 낭송했다.
그리고 스웨덴과 미국의 환경신학분야의 교계 지도자들과 기후 학자들, 환경운동가들로 구성된 패널이 청중의 질문을 포함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은 주로 기후과학적인 사실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어려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들은 첫째, 인류는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인류사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보도 비중이 극히 미약하다는 점 둘째, 기후재해에 대한 보도에서 기자들이 그 재해현상을 기후변화와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점 셋째,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화석연료산업이 소유했거나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다. 다른 또 한가지 지적은 과학자들 자신의 언어의 문제로 과학자들은 통계 숫자와 데이터 만으로 말하기에 일반인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의 첫머리는 “우리는 분명히 하고자 한다. 과학적인 데이타는 엄중하다” 라고 시작한다. 이어서 기후변화는 “북반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배출한 온난화 가스”로 초래되었음을 “아프게 인정”하고 있다. “남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의 행동을 재점검하여 창조주의 뜻과 연결시키고자 함”이다. 따라서 “온난화의 진행을 되돌려 하느님이 ‘좋다’(창세기 1장)하신 이 땅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변화를 위하여 특별한 책임감을 가지고 약속”한다고 선언한다. 선언문은 또한 다음과 같은 신앙고백을 담고 있다. “하느님이 세상을 돌보라고 맡겨주신 그 신성한 신뢰를 마음껏 소비할 수 있다는 라이선스로 알고”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파괴했음을, “신의 다른 창조물이나 약한 이웃의 안녕보다는 우리 자신의 편안함을 우선으로 여겼음”을, “잘못된 선택으로 뒤에 올 수천수만 세대가 짊어질 고생에 무관심했음”을 고백했다. 그러므로 “저탄소 사회로 옮겨감이 실질적이고도 경제적이며 오히려 삶의 질을 더 높혀 줄 수 있다는 점증되는 증거들을 기반으로 희망을 얻고자 한다” 면서 개인의 행동을 바꾸고 “지역사회와 전 세계를 향하여 그리고 정치권을 향하여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케빈 눈 박사는 “우리(과학자들)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할 수는 있지만 느끼게는 할 수 없습니다. 느끼게 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 당신에게 이끌리는 마음이 더 넓은 사유와 더 나은 행동을 향해 나아가는 곳, 자유의 나라, 그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버지여! 우리의 조국을 깨워주소서.”
타고르는 이 시를 통하여 영국 통치하의 조국 인도를 깨우려했고 1926년 동아일보 도교 지국장이 건네받은 메모와 함께 이 시는 한국인의 위로가 되어 일본 통치하의 한국을 깨우고자 했다. 그리고 100여년이 지난 2013년 5월 2일 키탄잘리 35번은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나라들과 병든 지구를 구하려 미국을 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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