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정치·군사 전문가 조지 프리드먼은 3년전 “미 제국은 앞으로도 500년 동안 유지된다”는 책을 펴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국은 아직도 전 세계의 모든 해상무역을 통제하고 있고 세계경제의 4분의 1을 주무르고 있으며 아무도 따라잡지 못하는 막강한 군사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은 국민의 구매력이 미약해서 내부 경제가 부실한 나라이다.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미국과 유럽이 제품을 사주지 않으면 중국의 경제는 지탱해 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중국은 외부 세계의 인질이나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수출 의존과 빈곤의 악순환을 견디지 못하고 10년 안에 위기를 겪으며, 반대로 일본이 아시아 최대 강국으로 재부상 할 것이라고 프리드먼은 내다봤다. 한국의 미래는 어떨까? 프리드먼 박사는 한반도는 중국,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폭탄 같은 존재라며 쇠퇴하는 중국이 5년 후에도 북한을 지탱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 한반도 통일은 10년 내지 20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프리드먼 교수는 전망했다.
스탈린식 수령주의를 택한 북한은 1인 독재체제 아래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의 하나로 추락했다. 북한의 김씨 왕조는 개혁 개방이 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 믿고 있지만 개혁 개방을 안 하면 나라가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데에 진퇴양난의 고민이 있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을 붙들고 벼랑 끝 전술을 일삼는다.
통일의 지름길은 우선, 북한의 집권층과 주민을 구분하고 차별화해서, 핵과 미사일로 불장난하는 평양 집권자들은 단호하게 견제하고 응징하되, 굶주리고 억압받는 백성들에게는 온정의 손길을 뻗치는 양면작전을 펴는데 있다. 퍼주기 식으로 북쪽을 지원 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물품, 예를 들어 영양식, 분유, 학용품, 병약자들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 생리대 같은 여성용 기초 위생품을 대량으로 고무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내줌으로써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자는 것이다. 우리는 긴 안목으로 북한 주민과 동포적 일체감을 형성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을 끌어안는 또 하나의 방편은 남한과 세계의 정보를 그들에게 사실 그대로 알리는 일이다. 남북한은 2000년 평양에서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 비방방송을 금하기로 합의했다. 그 합의가 남쪽에서는 아직도 대체로 지켜지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어긴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한국은 이제 대북방송을 강화해야 한다. 출력이 강력한 중계 탑을 세워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남한방송을 깨끗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한에 정착한 2만4천명 탈북자들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을 자극시키려면 탈북자들 사이에서 성공담이 많이 나와야 한다. 탈북자들의 남한생활이 행복하면 그 소식은 세계의 그 어느 주민들의 소식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지고 북한 전역에 퍼질 것이다.
1992년 내가 미국의 소리(VOA) 한국과장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평양 공항에는 젊은이 몇명이 마중 나와 ‘소리방송’ 한 아무개가 아니냐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북한에서는 ‘미국의 소리’를 ‘미국’은 빼고 그냥 ‘소리방송’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소리방송을 애청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그들이 즐겨듣는 프로그램들을 일일이 밝히기도 했다. 나중에 두만강을 향해 달리던 열차에서 대화를 나눈 한 젊은 엘리트는 평양의 원로 지도자들을 ‘꼴통’이라 부르며 그들의 고루한 사고방식과 구시대적인 발상, 신축성 없는 일 처리를 비판했다. 2005년경에 나는 미국의 대도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북한 관리와 단 둘이 아침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엘리트는 말하기를, “얼마전 고향을 방문해서 시골의 농민시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에서 몰래 들여 온 단파 라디오용 건전지를 파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 관리는 북한의 전파방해가 수도 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미국의 소리 방송을 깨끗하게 들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세계뉴스, 미국문화, 시장경제에 관한 프로그램과 영어강좌를 늘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북한, 특히 평양에는 이 같은 엘리트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3년전 한국을 방문한 흐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쾰러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통일이나 통일 비용 문제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그런 순간에는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힘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능력과 창의력을 고려할 때 통일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도전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은 의외로 지름길로 달려 올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대한민국의 품으로 끌어당기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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