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 창업주인 빌 게이츠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채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일이 논란을 야기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아는 일이다. 그는 박대통령의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그렇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일은 미 언론에도 보도가 되었는데 나는 그 전에 해당 인사 사진들을 미국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그들의 반응을 살펴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놀라지 않는 반응들이었다. 빌 게이츠가 무례하다기 보다는 그런 부분에 무감각 적이라는 것이다. 인사 격식에 크게 구애를 안 받고 본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같은 사진들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집의 큰 아들 녀석에게 보여줬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 빌 게이츠는 그냥 한 마디로 행동거지가 어색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거의 20년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인사이다. 물론 지금은 처음 시작했을 때 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누구와 인사를 나누려면 제법 긴장을 한다.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더욱 그렇다. 어쩌면 사실 나는 나름대로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선출직 공직자가 어떻게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가 누구 앞에 나서는 공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남다른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처음 공직활동을 하면서 여성들과의 인사가 유난히 힘들었다. 평소에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다시 만날 때 주위의 다른 사람들로 부터 포옹이나 뺨에 가볍게 키스해 주는 것을 보았는데 그게 나에게는 너무 어색했던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 문화적으로 적응이 안 되었고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인사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씩이나 배워가야 하겠다고 시도를 해 보았는데 그 때마다 입술이 경직되어 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때로는 키스의 강도와 시간 조절에 실패해 누가 보면 충분히 웃을 수밖에 없는 실수를 범하곤 했다. 아니면 어쩌면 그 누구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는데 나만 어색함을 마음에 두고 창피해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뺨 키스를 시도하다 가끔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날 때도 있었다. 또한 시간 조절 실패로 적절치 않은 곳에 키스를 했던 적도 있었고 머뭇거리다 그냥 어색하게 끝냈던 경우도 많았다.
또한 아담한 체구를 소지한 내가 거구의 상대를 만나 포옹을 하거나 뺨에 키스를 해야 할 때는 정말 어디 가서 숨어 버리고 싶기도 했다. 포옹의 모습이 상대에게 매달리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허리를 한참 구부려 오는 상대를 볼 때 민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뺨 키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나의 안경에 상대의 진한 화장이 묻어질 때면 앞이 잘 안보여 안경을 닦아낼 곳으로 달려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인사의 어려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머리에 수건을 쓴 회교도 여자를 만날 때로도 연결된다. 그러한 경우 물론 당연히 포옹이나 뺨 키스는 생각도 못 했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그런 경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질 않는다. 그리고 오래전의 일이고 조금 다른 형태의 인사였지만 연말에 선물을 전해 주면서 실수했던 적들도 있었다. 또한 그러한 실수도 누가 일러 줄 때까지 자각치 못 했었다. 사업상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작게나마 감사 표시를 하려고 크리스마스 때 선물용 햄을 다량으로 구입했었다. 그리고 평소에 도움을 많이 주었던 어떤 비즈니스에서 일하시는 직원들 숫자에 맞추어 선물로 돌렸다. 그렇게 몇 년 동안 계속했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햄을 전달 받은 그 곳 직원 대부분이 어쩔줄 몰라 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회교도였기에 햄을 먹지 않을뿐더러 나의 햄 선물은 다분히 모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무지로 인한 실수라는 것을 알기에 화를 내지 않고 넘어 갔다고 한다. 나는 그 직원들 중 하나가 그것을 알려 줄 때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실수임을 전해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미안했지만 그냥 넘어가 준 그들이 고마웠다.
다인종, 다문화 이 곳 사회에 살면서 의도치 않는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우리 모두 부단히 문화적 차이를 공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것은 비단 나와 같은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도 의도적이지 않은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불쾌한 일이 있더라도 바로 화부터 내거나 속단을 하는 것 보다 과연 어떻게 그랬을까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상대의 의도 없는 실수를 나의 고의적인 실수, 즉 거친 반응으로 대하는 우를 범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여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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