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업무 비해 저평가 받고 있지 않나” 페북 등 소셜 미디어 통해 공개 늘어 차등에 분노·질투·높은 이직 부작용도
■ 젊은 세대 ‘샐러리 공개’ 풍속
3년 전 애플사 기술지원부에 입사한 브라이언 베이드가 오리엔테이션을 받던 날, 총무과장은 사내에서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목록별로 읽어 나갔다. 이들 목록에는 고객들과 전화 상담을 할 때 불쾌한 말투를 삼가하고 동료 직원들을 항상 존중하며 특히 봉급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베이드는 마지막 주의사항을 듣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시간당 12달러를 받기로 하고 입사했다. 궁금해진 베이드는 입사 동기들에게 얼마를 받느냐고 물어봤더니 10~12달러 수준이었다. 베이드는 결국 3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베이드는 매달 발표되는 성과표에서 입사 동기들보다 일을 두 배나 많이 했지만 임금을 겨우 20%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직장을 옮기기로 한 것이다.
칼스테이트 샌프란시스코를 졸업한 베이더는 “내가 일을 남보다 두 배나 많이 한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더 이상 금기는 아니다
그동안 직장에서 동료들 간에 봉급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80년대와 90년대 태어난 젊은이들에게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라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며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봉급은 더 이상 나만의 비밀은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봉급 정보는 비밀로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회사는 봉급 협상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고 사내 급여 결정에 있어서 다소 간의 차등을 둔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직원들 입장에는 바로 정보가 힘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더욱 그렇다.
코넬 대학의 케빈 헐록 교수는 “10년 전에 비해 봉급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직원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봉급 공개 위험도 따라
하지만 아직도 봉급 공개는 위험이 따른다.
봉급 차이를 알게 되면 억울함에 분노를 느낄 수 있고 직원들 간에 질투와 견제가 팽배할 수 있다. UC버클리와 프린스턴 대학이 2012년 6,400명의 UC계열 직원들의 봉급을 비교한 데이터베이스가 공개된 후 직원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봉급을 평균치보다 낮게 받은 직원들은 불만이 많았고 일부는 직장을 옮기려 했다. 일부 주정부 공무원의 봉급과 같은 정보는 공식 기록이며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연람이 가능해져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다.
밀워키에 본사를 둔 온라인 소매업소 ‘바이시즌스’에 근무하던 더스틴 직(25)은 회사를 옮기기 전 5~6명 믿을 만한 동료들과 봉급을 공개한 후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 원하는 봉급을 받고 근무하고 있다.
더스틴 직은 “우리 세대에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나이가 젊을수록 회사에서는 싼 값에 고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동료들이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고용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봉급 공개 막지 못해
회사는 투명성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는 매니저나 수퍼바이저급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이 봉급을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이는 연방법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회사가 직원 안내서나 소셜미디어 정책으로 봉급 공개를 막을 수는 없으며 이럴 경우에는 위법 처리된다는 것이다.
봉급 결정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다. 단지 현재의 노동시장 조건, 회사의 사정, 직원들의 능력, 이직률 등에 의해 봉급은 결정되는 것이다.
회사는 샐러리를 조종해 가면서 개인의 근무성과를 끌어올리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성과는 그 자체만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소소한 업무나 소비자들의 전화를 받는 고객 서비스와 같은 분야는 단순하게 해당 직원의 성과를 비교하기가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종업원들 사이에 봉급을 놓고 벌이는 사내 정치를 막는 방법 중의 하나가 봉급 공개라고 고용주에게 조언했다.
뉴욕의 데이터 분석회사인 ‘섬올’은 사내 모든 직원들의 봉급을 공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모든 것을 공개했더니 직원들 간에 난무하던 온갖 추측이 이 사라지고 근무 생산성이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뉴욕 오넨타의 광고 에이전시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루시 베일리(43)는 봉급에 대해 말하는 것을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에 비유했다. “알고 싶어 미치겠지만 물어본다는 것에 대단히 무례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대화는 ‘부식성 질투’와도 같다면서 “직장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더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쁠 것이고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 지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봉급에 관해말하는 방법
□ 동료들과 말할 때
1. 믿는 동료하고만 말하라
2. 의도를 정확히 해라. 단순히 자랑하고 싶어 말하려면 하지 말라.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고용주와의 봉급 협상용이라면 우선 동료들의 동의를 구해라.
4. 실망 또는 당황할 수 있다. 동료들이 받는 봉급보다 더 낮게 받을 수도 있다.
□ 매니저와 이야기를 할 때
1. 매니저에게 회사의 봉급기준 등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매니저라면 회사에서 봉급을 정하는 기준에 대해 부하 직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봉급 인상을 요구한다면 맡은 임무를 멋지게 끝낸 후에 해라.
3.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봉급 인상에 대해 말하지 말라.
4. 동료들의 신뢰를 배반하지 말라.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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