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부대 초대에서 8대까지 전 현직 단장들의 모임에 ‘대한민국 잠수함 연맹 명예회원 1호’로 영광스럽게도 초대 받아 한국에 다녀왔다.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가 처음으로 창설 될 당시 초창기에 어렵고 힘든 고비마다 애환을 함께 해 준 미 태평양 잠수함 사령관이었던 코네츠니(Admiral Konetzni) 제독의 방한 환영을 위한 모임이었다. 대한민국은 국력과 세계 위상에 비해 뒤늦게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었다 한다. 개척할 당시 이루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온갖 고난 속에서도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참고 견디며 역경을 넘어 오늘날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가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총집합한 역대 단장님들과의 역사적 만찬이 있기 전, 잠수함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일직선으로 비좁게 세워진 사다리 입구를 우여곡절 끝에 통과해서 내부를 둘러보게 되었다. 사람이 겨우 지나 갈 수 있는 통로를 따라 일반인인 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기계들이 위, 아래, 옆 다닥다닥 산재해 있었고, 도대체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그 비좁은 공간에서 40여명이 한 달씩 잠항 생활을 어떻게 견뎌 내는지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 상황에서 너무 열악한 환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정신적 고통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저리게 했다. 이곳저곳 잠수함 안을 돌아보며 문뜩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저자 탐 클랜시(Tom Clancy)의 “미 연방법원이 중죄인을 잠수함에 근무하도록 판결을 내렸다면 너무 가혹한 판결을 내린 것”이란 말이 기억나 더욱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개인 침대도 없었고,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쉴 공간도 없고, 심지어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조차도 제대로 없었다. 잠시 동안 둘러보고 있는데도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이제 우리는 잠수함 요원들의 고초를 바르게 알고 이해하며 관심을 갖고 해군의 중요성을 깨우쳐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꿈, 도전, 창조”라는 슬로건 아래 오늘도 보이지 않는 바다 밑에서 대한민국 조국을 지키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저녁 만찬 때 여러 제독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 대한민국 해군은 생사를 뛰어 넘는 고군분투 속에서 잠수함을 운용한 지 불과 3년 만에 미국 영토 괌까지 대양 항해를 했고, 이어서 하와이까지 단독 잠항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한다. 1999년에 괌 근처에서 실시한 서태평양 해양 훈련에서 우리의 잠수함이 1만톤이 넘는 미국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 시티 함을 어뢰 한발로 두 동강 내며 침몰시켜 그 당시 미 성조지(Srats&Stips)에 ‘한 번의 발포, 한 번의 명중, 한 번의 침몰(One Shot, One Hit, One Sink)’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해군에 대해 대서특필 보도된 적이 있다고 한다.
미 태평양 잠수함 사령관이었던 코네츠니 제독은 만찬을 하는 동안 내내 상기된 얼굴로 다른 나라는 100년 만에 이룩할 것을 한국 해군은 불과 10년 만에 이루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부대는 작년 10월 무사고(無事故) 잠항 20주년을 맞이하였고, 지구를 47번아나 도는 거리인 150만 마일 물속을 잠항하여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록을 수립하였다고 했다.
만찬에서 보고 들으며 3면이 바다인 한국의 지형으로 볼 때 해군이 어느 군보다도 가장 심각하고 절실하게 느껴지는 건, 국가 차원의 해군 발전에 망설임 없는 투자가 강력히 이루어져야 할 막중한 의무인 것을 깨달았다. 해군은 출동을 나가게 되면 가족을 떠나 험한 파도와 짙은 안개 같은 자연과의 싸움 또한 적지 않을 고통과 24시간 엔진, 발전기, 각종 장비들로 인한 진동과 소음, 밀폐된 비좁은 공간에서 망망대해와 적과 싸워야 하는 극도의 인내가 요구되는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부대에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대한민국 국토는 좁지만 이제라도 바다 속 해저(海底)에 세계 최대로 넓혀 나가는 유일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하며 해군 잠수함 중흥에 피와 땀을 받친 해군 역사의 산 증인이신 여러 관계자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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