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h Is Back! 어트랜틱지의 선언이다. 보수 우파를 대변하는 위클리 스탠다드에도 같은 제목의 논평이 실렸다. 부시의 오랜 정치적 광야생활은 이제 끝났다는 주장과 함께.
5년 전 백악관을 떠날 때 지지율은 30%를 크게 밑돌았다. 많은 정치학자들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제 43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지지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그에 대한 지지율은 47%로 치솟았다.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은 49%선으로, 말하자면 현직에 버금가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계기는 지난주에 있었던 W. 부시 기념관 헌정식으로 이와 함께 ‘Bush Is Back’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를 가능케 했나. 사람들은 망각의 버릇이 있다. 단지 그게 이유라면 이유다. 다소 시니컬한 입장에서의 주장이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다. 그러면서 후임자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일체하지 않았다. 전직으로서의 이 같은 처신도 그 한 이유로 꼽힌다.
여러 가지로 오바마와 대조되는 모습이 부시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주 이유다. 또 다른 지적이다. 주로 부시에 동정적 입장에 있는 논객들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오바마의 백악관’과 관련해 자주 사용되는 단어의 하나가 ‘hubris‘(과도한 자만, 오만 등의 의미)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그 중압감이 엄청나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백악관 입성과 함께 대통령직에 대해 스스로 경외감을 보이며 자세가 낮아진다는 게 오랜 백악관 근무자들의 얘기다.
오바마는 예외라는 것이다. 첫 입성 때부터 뭔가 알 수 없는 자신감에 꽉 차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대통령직에 가장 저격인 인물인 것처럼.
항상 자신이 옳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가르치려 든다. 오바마에게 쏟아지는 또 다른 비판이다. 그런 오바마와 전혀 다른 부시의 인간성이 일종의 ‘정치적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면서 그에 대한 지지율은 높아지고 있다는 거다.
부시의 조크에서도 오바마와 정반대의 모습이 엿보여진다. 백악관을 떠난 후 손대기 시작한 게 그림이다. 한 방문객이 그런 부시의 모습에 놀랐다. 그러자 부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읽을 줄 안다는 데 놀라는 데 뭘.”“부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오바마 피로감이 그만큼 만연돼 있다는 증거다.” 월스트리트저널지의 페기 누난의 말이다. 이 같은 주장과 함께 부시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W. 부시에 대해 훗날 역사는 그러면 어떤 평가를 내릴까. 2006년 실시된 시에너대학 조사는 부시를 ‘최악의 대통령 다섯 명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는 그의 재임 중 실시된 조사로, 훗날 역사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게 일부의 주장이다.
한국전쟁으로 인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백악관을 마치 야반도주하듯 떠났다. 트루먼의 케이스다. 퇴임직후 최악의 대통령의 하나로 꼽혔던 트루먼은 요즘은 ‘위대한 대통령’반열에까지 올랐다.
냉전시대 첫 미국 대통령으로 그가 취한 정책- 한국전 개입, CIA, NATO 창설 등등-이 반세기의 세월이 지나면서 옳았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부시에 대한 평가도 이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 논객의 대부격인 찰스 크라우트해머가 바로 그런 주장을 펴고 있다. 이라크 사태는 아직도 혼미상태에 있다. 그 이라크가 결국 민주화와 함께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 된다. 그리고 ‘아랍의 봄’이 계속 확산되면서 중동지역 민주화가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이 과연 올 것인지, 온다면 10년후 일지, 20년 후 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럴 경우 부시에 대한 훗날 평가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말 그대로 후대의 몫이다. 때문에 그 평가는 그렇다고 치고, 새삼 눈길을 끈 것은 W. 부시 기념관헌정식에 모인 다섯 명 대통령의 모습이다. 화기애애한 전직과 현직의 모임, 그 이벤트는 모처럼 청량제 같은 광경을 연출시켰기 때문이다.
한결 원숙해졌다. 정파를 초월했다. 그런 어제오늘의 정치지도자들이 자리를 함께하면서 덕담으로 일관했다. 그 모습에 스스로 도취돼 한 미국언론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일이 댈러스에서 일어났다”는 사설을 실었다. 미국 민주주의 예찬론을 펼친 것이다.
그 광경에 불현 다른 이미지가 겹쳐진다. 애국심, 나라 사랑은 마치 그만의 전유물인 양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새 권력의 모습. 그리고 물러난 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을 현미경을 들고 추적하면서 바로 비수를 꽂을 태세인 여론. 한국 정치가 그려내고 있는 풍속도 말이다.
여유라는 것, 관용이라는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시빌리티(civility)는 아예 부재상태다. 거기다가 교조주의의 그림자마저 어른거리는 것 같다. 그 풍토가 천박하다 못해 서글프게까지 느껴진다면 이는 지나친 말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