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에른 뮌헨에 0-4 참패,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서
뮌헨의 아르옌 로번(오른쪽)과 토마스 뮐러는 이날 3골을 합작했다. 3번째 골을 터뜨린 로번과 블락으로 그를 도운 뮐러가 달려가며 환호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4-0 FC 바르셀로나
세계축구 파워구도의 지각변동을 선언한 경기였다. 지난 수년 간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클럽으로 군림해온 스페인 ‘무적함대’의 자존심 바르셀로나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독일 ‘전차군단’의 종가 바이에른 뮌헨의 맹폭에 여지없이 괴멸 당했다. 최종 스코어는 4-0. 아직 2차전이 남았지만 바르셀로나의 컴백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23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벌어진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은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예약한 바르셀로나, 두 수퍼 파워의 쇼다운으로 세계 축구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경기는 완전한 ‘미스매치’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토마스 뮐러가 선취골과 마지막 쐐기골을 터뜨리고 또 다른 두 골을 어시스트하는 맹활약에 힘입어 간판스타 리오넬 메시가 껍데기만 남은 듯한 모습을 보인 바르셀로나를 4-0으로 대파했다.
전매특허 숏 패싱게임을 앞세운 바르셀로나는 볼 점유율에선 65% 대 35%로 변함없는 우위를 점했으나 중원에서 볼을 많이 가졌다는 것 외에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전혀 찬스다운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경기 내내 바이에른 뮌헨의 위협적인 공세에 쩔쩔 맸다. 슈팅수에서 15-4, 유효슈팅 7-1, 코너킥 11-4가 말해주듯 볼 점유율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뮌헨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메시 없는 바르셀로나는 ‘앙꼬 빠진 찐빵’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난 경기였다. 사실 메시는 선발로 출장, 풀타임을 뛰었으나 그의 몸 상태는 이날 전혀 뛸 수 없는 상태였음이 뚜렷했다. 경기 내내 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지난 2일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와의 8강 1차전에서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을 다쳐 정규리그에 3경기 연속 결장했던 메시는 이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장했으나 특유의 폭발적인 드리블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볼이 오면 곧바로 원터치 패싱으로 동료에게 넘겨줄 뿐이었다. 메시가 뛰었다기보다는 메시 유니폼을 입은 ‘가짜 메시’가 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르셀로나가 메시를 선발로 내보낸 것은 중대한 실착이었음이 분명했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바르셀로나를 힘과 스피드, 체격에서 모두 일방적으로 압도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아르옌 로번이 절호의 찬스를 잡았으나 슈팅이 골키퍼 빅터 발데스에 막혀 선취골을 놓쳤고 15분에는 필립 람의 중거리슛이 바르셀로나 수비수 제라르 피케의 팔에 정통으로 맞았지만 주심이 못 봐 페널티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승부의 흐름은 끄떡없었다. 뮌헨은 전반 25분 대승의 포문을 여는 선취골을 터뜨렸다. 오른쪽에서 로번이 올려준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장신 왼쪽 풀백 단테가 다니 알베스 위로 솟아올라 골 반대쪽으로 헤딩패스를 연결하자 뮐러가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마무리했다. 이어 후반 4분에는 로번의 코너킥을 뮐러가 헤딩으로 골문 앞으로 연결하자 이를 마리오 고메스가 왼발 발리로 가볍게 차 넣어 리드를 2골차로 벌렸다.
이후에도 뮌헨의 공세는 계속 됐다. 후반 28분 로번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할 때 뮐러는 농구의 ‘픽-앤-롤 플레이’ 같은 블락으로 수비수 조디 알바를 KO시켰고 단독찬스를 잡은 로번은 타이트한 앵글에서 침착한 왼발슛으로 3-0을 만들었다. 뮐러의 블락은 파울이었으나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4분 뒤인 후반 31분 사비의 프리킥에서 마크 바르트라가 문전 정면에서 뮌헨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볼을 잡아 모처럼 찬스를 잡았으나 돌아서며 슈팅한 볼이 어이없이 빗맞아 영패를 면할 절호의 찬스마저 날려버렸다.
뮌헨은 후반 35분 뮐러가 골키퍼 발데스와 1대1로 맞선 찬스를 놓친 뒤 바로 2분 뒤인 37분 2대1 패스로 왼쪽을 돌파한 다비드 알라바의 땅볼 크로스를 뮐러가 골문 바로 앞에서 쇄도하며 밀어 넣어 4-0 대승을 완성했다. 4강 2차전은 다음달 1일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벌어지는데 바르셀로나로서는 무려 5골차로 이겨야 하는 ‘미션 임파스블(Mission Impossible)’ 경기가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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