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샌디에고에서 열린 2013년도 전국교육위원회연합회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이 컨퍼런스는 전국적으로 1만7,000개가 넘는 학군들의 교육위원들과 교육감을 위시한 교육청 고위 관리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다. 컨퍼런스가 열리는 위치는 일반적으로 미국의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매년 교차로 열리고 있다. 4년전에도 샌디에고에서 컨퍼런스가 열렸었는데 이번에는 그 때보다 참석 인원이 적었던 것 같았다. 물론 그래도 수천명이었지만 아직 경기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컨퍼런스 참석에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학군들이 많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컨퍼런스에서 하이라이트는 참석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듣는 기조강연일 것이다. 둘째 날 연사는 흑인 물리학자인 닐 타이슨(Neil deGrasse Tyson) 박사였는데 그는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멀지 않아 세계 최강국의 위치를 내어 주어야 할 것이라 했다. 처음에는 물리학자라고 해 좀 지루한 강연이 되겠다 싶었지만 그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역시 이러한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맡기에 부족함 없이 모두가 집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쉽고 유머러스하게 강연을 진행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둘째날의 타이슨 박사의 강연도 좋았지만 나에게는 첫 날인 토요일 아침의 기조강연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강연자는 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라는 여배우였다. 아니 사실 영화나 드라마 출연만 하는 게 아니라 영화 제작자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 때는 미국 올림픽 여자양궁 대표팀 선수가 되기 위해 선발전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양궁을 시작한지 겨우 2년만에 전국에서 24등 안에 들었다고 하니 운동에도 대단한 실력자가 아닌가 싶다.
이 날의 강연에서 지나 데이비스 씨는 미국의 미디어가 성차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도에 시작했던 TV 시리즈 “Commander in Chief”에서 자신이 대통령 역할을 맡은 것이 아마 여배우가 대통령역을 맡은 것으로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남녀 배역에 근본적으로 차이를 둔다고 했다.그리고 그 것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교육에 절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했다. 자신들의 꿈을 추구해 나가는데 있어서 이러한 차별적 배역이 무시할 수 없는 악영향을 준 다고 했다. 데이비스 씨는 이러한 성차별을 극복하는데 앞장서기로 하고 연구소도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영화와 TV에서 여자배우들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또한 어떻게 묘사되고 있나를 연구해 그 결과를 영화 제작사, 감독, 시나리오작가 등에게 제공하고 개선해 달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데이비스 씨에 의하면 할리우드가 여배우를 대하는 모습이 1940년도 이후 지금까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2006년부터 2009년 사이 발표된 어린아이들이 볼 수 있는 G등급 영화 중 여자가 비즈니스, 법조계, 의학계나 정치계에서 리더로 묘사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고 했다. 이러한 영화들을 어린아이들이 보면 볼수록 여자아이들은 자신들이 커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별로 선택이 없다고 느끼고 남자아이들은 성차별주의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현재 여자들이 미국사회에서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비율이 겨우 17%에 불과한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라고 했다. 전체 인구에 절반이 여성인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 컨퍼런스에 참석한 교육위원들과 교육자들에게 이 것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교과서나 다른 학습 과재 선정과 교과 과정에 성차별이 없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한편으로 동감하면서도 마음 한 쪽에 찾아든 불편함이 있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 특히 아시아계가 미디어에 과연 공평하게 묘사되고 있고 이 곳 미국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나 하는 물음이 바로 그 것이었다. 소규모 비즈니스 등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도 적절한 대우를 받고 지도자 위치에 진출하고 있나 하는 물음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디어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누가 과연 앞장 서서 일하고 있나 하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아픔이 찾아들었다.
미국 내의 교육감들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그래도 25% 정도 되고 96%는 백인이라고 한다.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이번 6월말로 은퇴하는 교육감 후임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교육자를 선정했다. 이 후임 교육감 자리에 150명 정도가 지원했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그 가운데 아시아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미 전체 인구 중 아시아계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5% 정도 되는데 과연 초, 중, 고등 교육계의 지도자적 위치에 얼마나 진출해 있을까 하는 자문이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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