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업주들 오바마케어 고민

내년부터 50인 이상 풀타임 종업원 고용 업체는 종업원들에게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을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아 적지 않은 업주들이 종업원들에게 보험을 제공할지의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부는 차라리 벌금을 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아이오와 디모인의 김모(62)씨는 벌금을 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일명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미국의 건강보험법(Affordable Care Act)에 따르면 50인 이상 풀타임 종업원을 고용하는 업주들은 평균 주 30시간 이상 근무하는 종업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30명을 초과하는 풀타임 종업원당 연 2,0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주 30시간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 종업원이 50명이라면 30명을 뺀 나머지 20명에 한해 1인당 2,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므로 고용주가 내는 벌금은 1년에 4만달러 정도다.
김씨는 현재 25명의 매니저급 직원에게만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지불하는 1년 보험료가 14만달러다. 김씨 회사의 풀타임 종업원은 지난 1월 기준으로 모두 102명이다.

새 건강보험법에 따라 김씨가 모든 종업원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한다면 연간 50만달러는 족히 든다는 것이다.

김씨는 “보험금을 그만큼 낼 정도로 많은 수입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돈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종업원 보험 미 가입으로 인한 벌금이 1년에 14만4,000달러라면서 차라리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벌금을 내는 쪽이 훨씬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펜실베니아 발라 신위드에서 양로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는 개리 엡스타인(52)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엡스타인의 회사에는 현재 250여명의 종업원이 일을 하고 있는데 오피스에서 일하는 20명에게만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그가 풀타임 같이 일하는 간호사와 보조간호사 및 직원들 100명에게 건강보험을 준다면 보험비가 현재의 10만달러에서 60만달러로 껑충 뛰어오른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벌금을 물어도 24만달러나 되는데 그의 사업체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출을 막기 위해 그는 간호사나 보조간호사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바꾸고 더 많은 파트타임 인력을 고용해 필요한 환자 서비스를 충당하는 계획 이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연방 보건후생부와 재무부는 그러나 최근의 한 통계자료를 인용하면서 대부분의 업주들이 벌금보다는 종업원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커인 ‘아메리칸 프로그래스 연구소’는 오바마케어의 롤 모델이었던 매서추세츠 법이 시작됐던 2006년 매서추세츠주의 종업원 보험 가입자 수가 법 시행 이전보다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했었다.

보건후생부의 에린 쉴즈 브릿 대변인은 “매서추세츠에서 보는 것과 같이 건강보험법이 오히려 스몰 비즈니스 운영경비를 줄일 수 있고 스몰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높이며 고용주가 종업원들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더 쉽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전국 스몰비즈니스협회가 최근 종업원 50명 이상 고용하는 고용주 400명을 대상으로 보험법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설문에 응한 고용주 71%는 종업원들에게 계속 보험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혔고 3%만이 벌금을 물겠다고 대답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할 때의 장점은 고용주가 지불하는 건강보험료는 경비공제의 세제혜택을 볼 수 있으나 벌금은 이런 세금혜택이 없다.

월스트릿 저널과 ‘비스티지 인터내셔널’이 지난 3월1~15일 온라인으로 889명의 스몰비즈니스 업주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절반가량인 46%가 보험 가입비가 벌금보다 많아질 것인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4분의 3에 해당하는 77%는 건강보험법에 따라 내년에는 건강보험료가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다.

일부 회사들은 보험금을 전액 내주는 것보다는 종업원들에게 일정금의 부담을 주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고 일부는 파트타임을 늘리고 풀타임을 줄여 종업원 수를 50명 미만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평균 종업원 건강보험료는 개인이 5,615달러, 가족은 1만5,745달러로 나타났다고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이 밝혔다.

오하이오 마우미의 ‘칠드런스 디스커버리 센터’를 운영하는 로이스 로젠베리(여·64)는 건강보험 제공보다 벌금이 싸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150명 풀타임 종업원의 65명에게 건강보험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김씨와 엡스타인처럼 그는 내년에 얼마나 많은 종업원들에게 보험혜택을 줄 것인지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종업원들의 일부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일부는 배우자의 건강보험 또는 개인 가입 쪽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스몰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의무 가입이 상당히 당황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종업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못하면 종업원들이 보험을 제공하는 경쟁 업소로 이직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보험을 주지 않으면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건강보험 가입할 때

▲2012년 기준으로 개인 평균 보험료는 5,615달러, 가족은 1만5,745달러이다.
▲보험 혜택 회사는 인기가 좋음
▲보험료는 세제 혜택 가능

●페널티를 물 때

▲풀타임 종업원 31명 때부터 매 1인당 연 2,000달러 벌금
▲건강보험 찾아야 하는 부담 없어짐
▲종업원들에게 보험 가입의 책임을 떠넘길 수 있음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