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이나. 그 효과적인 대응책은 그러면.
지난 한 달 동안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미국을 향해 거침없이 핵 공격 위협을 해대는 20대의 세습 독재자. 그 ‘김정은 원맨쇼’와 관련해 던져지는 질문이다.
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위협을 해대고 있는 것일까. 말 그대로 미제국주의자들의 침공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비디오게임을 즐기듯 스스로 연출한 전쟁게임의 스릴을 이 20대의 독재자는 만끽하고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국내용인 것 같다.” 한 달여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미친개 전략과 관련해 점차 많은 전문가들이 내보이고 있는 시각이다.
“수사(rhetoric)와 행동(action)간에 괴리가 크다. 평양의 분위기는 북한의 위협은 미국과 한국을 향한 것이 아닌 국내 소비용이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외부 위협에 용감히 맞서는 청년대장 김정은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선군(先軍)주의를 고취시키는 체제선전의 냄새가 짙다는 이야기다.
“누가 진정한 통솔권자인가.” 이는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또 다른 의문이다. 김정은이 군부를 통솔하는 것인지, 아니면 김정은과 군부 지도자와의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몹시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긴정은은 군부통솔력을 상실한 것 같다.” 적지 않은 워싱턴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북한군 소부대의 전선이탈이 잦다. 그 가운데 천안함 사태 주모자로 알려진 김용철의 복귀가 이루어졌다. 이 일련의 사태들은 군부통솔을 위해 김정은이 ‘전쟁의 북’을 더 세차게 두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지속되고 있는 전쟁위협 이면에서 뭔가 전혀 다른 게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리치먼드대학의 북한전문가 스티븐 롱의 말이다.
전 세계를 향해 계속 독한 말을 쏟아 놓고 있다. 김정은의 그 발언은 그러나 주로 북한 군부 강경파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가 말이 아니다. 시장 세력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엘리트계층에서도 동요가 일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맞은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권력을 뒷받침해줄 파워 베이스는 군부밖에 없다. 그 군부, 그중에서도 강경세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김정은은 ‘핵 공격불사’란 초강경 수사를 계속 구사하고 있다는 거다.
우려할 사항은 김정은이 그 같은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불안정성이 높아가면서 북한의 엘리트 간에 마찰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장 뚜렷한 시그널은 북한 당국의 일련의 조치, 다시 말해 중국을 화나게 한 잇단 강경드라이브에서 찾아진다는 것이 롱의 주장이다. 중국은 긴장완화를 주문한다. 김정은은 그러나 계속 호전적 수사로 일관한다. 이 엇나가는 북한의 자세가 그 한 예라는 것.
문제는 군부 강경파가 김정은 마저 배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얼마나 오랫동안 북한은 도발적 자세를 보일 것인가. “긴장국면은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속될 것이다.” 한국 내 전문가의 진단이다.
북한의 내부 갈등심화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전망에 따른 진단이다. 북한 엘리트 간의 마찰은 ‘김정은이 축출될 수도 있는’ 심각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극도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게 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치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제거되면 그 뒤를 이은 인물은 더 강경파일 것이다.” 계속되는 롱의 말이다. 수령절대주의의 북한은 결국 군부강경파가 통치하는 체제의 악성전이(惡性轉移)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 효과적인 대응책은 그러면’-. “문제는 체제야, 알기나 해!”(It’s the regime, stupid!) 그 답은 이 한마디에 농축돼 있는 것이 아닐까.
벌써 20년이 넘었다. 북한의 핵문제로 국제사회가 골머리를 앓아온 것이.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시,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행정부는 저마다 외교노력을 벌여왔다. 결과는 그러나 ‘꽝’이다.
왜. 답은 자명하다. 핵을 체제의 생명으로 비유한다. 그게 북한 체제다. 수백만의 주민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핵무기는 3대 세습으로 이어진 수령절대주의 왕조를 지켜주는 생명선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체제와 외교협상을 통해 핵 문제 양보를 이끌어 낸다. 그 자체가 신기루 같은 이야기였던 것이다.
효과적인 대응 방안은 그러므로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만이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그 방안은 그러나 무력사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권정책이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수령절대주의란 악의 체제 안락사를 유도해내기 위해서는 특히. 그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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