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삼국지연의(三國志衍義)를 몇 번 읽었는가? 이런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도 이상할 것도 없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한 시대의 흐름도 한 때의 유행도 아니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시나브로 시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다.
삼국지가 갖는 가치와 인기는 몇 년 전 주요 일간지 광고에 게재된 선전문구를 빌어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학 수석합격자들이 논술 <실전>에 최고로 꼽는 책’ ‘서울 6개 대학 도서관 도서대출 1위’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1위’ 라는 광고내용들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달 하순까지도 인터넷을 열면 오른쪽 상단에 “지금은 삼국지를 즐길 시간!”이라는 광고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도 했었다. 만약 필자가 우리 고대사 공부 이전인 7년 전에 이런 류의 선전문에 접했다면 역시 일말의 의혹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국지·수호전 읽지 마…지옥을 볼터이니’라는 말에 동감하면서 그 이유 설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즉 “수호전은 암흑적인 수단(폭력)의 집대성이고, 삼국지는 권모술수,·음모,·교활한 심보의 집대성이다”라는 현대 중국의 대표적 인문학자인 류짜이푸의 말을 인용하며 삼국지가 끼치는 해악을 열거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선조들은 삼국지연의를 어떻게 평가 하였는지를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본다. 조선조 선조 2년 당대의 석학 기대승이 선조 임금께 올린 상소문 내용이다. 알기 쉽게 요약하자면 “허망하고 터무니 없는 말로 쓰여진 소설”이고 “무뢰한 자가 잡된 말을 모아 고담(古談)처럼 만들어 놓은 것” 이고 “잡박(雜駁)하여 무익할 뿐 아니라 의리를 크게 해치는 나쁜 책” 이고 ‘괴상하고 탄망(誕妄)하고 괴벽(怪癖)한 것 뿐’이므로 임금이나 백성들이 가까이 하면 안 되는 책이라며 멀리할 것을 간곡하게 상소한 그 내용이다.
이러한 삼국지연의가 10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는 대화도 말라는 괴담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망상의 소설책이 공공기관 필독서로 지정되는가 하면, 만화로 제작되어 수많은 초등학생들에게 조차 읽혀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 것이다.
삼국지가 황당무계한 소설인 이유를 들어보면 우선 조조군은 100만이 아니다. 중국의 정사에 나오는 인구수는 위(魏)가 66만호에 인구는 440만이고 병력은 20만~50만이다. 오(吳)는 52만호에 인구 230만이고 병력은 15만~20만이며 촉(蜀)은 28만호에 인구 94만이고 병력은 8만~12만이라고 되어 있다. 즉 조조의 군사 20만과 유비, 손권의 연합군 10만의 싸움이었다. 또 적벽대전의 동남풍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위나라의 사서인 위지의 기록을 보면 적벽에 이르러 유비의 군사와 싸웠는데 불리하였으며 이때 역병이 크게 돌아 사람들이 많이 죽으므로 군사를 이끌고 돌아왔다.
촉나라의 사서 촉지의 기록도 조조와 더불어 적벽에서 싸웠는데 크게 무찔렀고, 유비와 오나라 군사들이 수륙 양쪽으로 추격하며 공격 하였는데 이때 역병이 돌아 군사가 많이 죽으므로 조조가 군대를 이끌고 돌아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구태어 하나하나를 들추며 증명하고자 애쓸 필요도 없다. 나라 같지도 않은 3국이 5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중상하고 모략하고 음해하면서 전쟁만 일삼은 역사가 아닌가!
위 나라의 존속기간이 AD 220~265으로 45년이고 촉 나라는 221~263년으로 42년이며 오나라가 222~280년 까지 58년이다. 60년을 채운 나라가 없다. 우리 근세 조선 영조대왕의 재위기간이 51년 7개월인데 비해 이같이 한 나라의 건국과 패망이 60년도 채우지를 못하고 단명하였으니 여기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우겠다는 것인가!
우리의 신시(배달국)-1565년 단군조선-2096년, 고구려-705년(900년 설도 있음), 백제-678년, 신라-992년, 고려-475년, 근세조선-518년, 비교해볼 가치도 없으나 참고삼아 기술해 본 것이다. 또 삼국지에는 ‘少不看水滸 老不看三國’(소부간수허 노부간삼국)이라는 `젊어서는 수호지를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는 경구가 있다고 한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수호지를 읽고 강도가 될까봐 겁나고 나이 들면서 교활하기 쉬운데 삼국지를 읽으면 더욱 음흉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잡박(雜駁: 뒤섞여 질서가 없음 )
*탄망(誕妄: 말과 행동이 터무니없고 망령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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