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다문화 느낄 수 있는‘ 뉴욕 속 별세계’
샌프란시스코 더불어 전국 최대 중국인 커뮤니티
대륙횡단철도 해고 노동자들 박해 피해 뉴욕으로 피신
오.폐수 흐르던 땅 매립 거주지 세웨 캐널스트릿 명명
중국인 특유의 집단의식.근면성으로 상업지역 발전 거듭
저 멀리 공자상이 보이고 중국식 향루가 거리 위에 서있다. 서울 인사동에 자리한 스타벅스 한글 간판처럼, ‘마이땅라오’라 적힌 맥도널드 간판이 무엇보다 이색적이다. 거리 곳곳에 한문이 적혀 있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중국어의 강한 억양이 마치 ‘뉴욕 속 별세계’로 인도하는 듯하다. 전 세계 웬만한 도시에는 다 있다 할 만큼, 차이나타운은 중국인들의 남다른 생존본능을 상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뉴욕은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전미 최대의 중국인 커뮤니티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갖는다. 60만 명을 웃도는 인구만이 아니라 이미 그 정치·경제적 영향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트라이베카 북쪽에 자리한 ‘전미 최대의 차이나타운’ 캐널 스트릿의 역사를 살펴본다.최초로 뉴욕에 온 중국인들은 선원이었다. 19세기 중반 인근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를 통해 중국과의 교역이 본격 시작되었다. 이 때 왕래하던 선원들, 그리고 그 배에 동승해 태평양을 건넌 요리사들이 일대에 모여들며 소규모 중국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여기에 1869년 서부에서 대륙횡단철도가 완성되자 노선 공사에 동원되던 대량의 중국인들이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 때 일부가 차별과 박해를 피해 뉴욕으로 피신, 캐널 스트릿은 그 수용지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1870년대 미국내 중국인은 2,000여명에 불과했으나, 10년 새 30만 명 이상이 이민을 통해 새로이 유입되었다. 특히 이들의 초기 정착지로 인기 있던 캘리포니아는 초기 주 인구의 8%에 이를 만큼 수가 많았다. 하지만 급속히 늘어나는 인구가 지역민들의 우려를 키웠고, 마침내 1882년 데니스 카니가 주도하는 캘리포니아 노동자당에 의해 ‘중국인 노동자 입국 금지법’이 강제 성립되었다. 이로서 미국내 중국인 인구는 일시 정체기를 맞이했고 각지에서는 대량 해고 사태가 빈발했다. 그 결과 이들은 사회적 편견과 고립을 피해 한 곳에 모여 살기 시작한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오·폐수가 흐르던 땅을 매립해 그 위에 거주지를 세운 것이다. 이 때 ‘물이 흘러가는 형태가 마치 운하(Canal) 같다’해서 캐널 스트릿으로 명명되었다.
한동안 이민의 문이 막히자 캐널 스트릿 일대는 완전히 남초사회가 되었다. 무역차 배타고 온 선원과 공사노무자,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허름한 여관의 주인 등 온통 남자뿐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캐널 스트릿에는 인근 로어이스트 사이드와 함께 매춘 산업이 급팽창을 거듭한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는 우범지대나 슬럼가를 양산, 도시 발전의 그늘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이 같은 어두운 분위기를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각종 박해를 피해 이민 온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그곳을 세간 일반의 도덕률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고 찬미하는 대상으로 삼았다. 이곳을 ‘(속박 없는) 자유의 땅’이라 예찬한 이들은 인근 보워리 일대까지 이어지는 일대 아트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다른 차원의 발전상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캐널 스트릿의 정상적인 발전은 2차 대전 이후 개정된 이민법과 중국인 특유의 근면 성실함, 그리고 집단을 이뤄 사는 국민성이 절묘하게 융합해 완성되었다. 특히 무역을 통해 상업거리를 조성함은 물론, 앞서 언급했듯 여러 명이 뭉쳐 건물을 사고 이후 옆으로 하나씩 확장해 가는 방식을 통해 달성되었다. 일대는 하나의 타운이 형성되고, 상업지로서 발전을 거듭한다. 중국인 특유의 집단의식이 지역적, 경제적 부를 초래하는 한 패턴으로 명확히 정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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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차이나타운에는 다양한 중국 음식 레스토랑과 전통시장, 그리고 수많은 가판대와 짝퉁 마켓이 자리해 있다. 여기저기서 호객하는 소리에 더해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흥정까지 이뤄지는 모습이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 조잡한 제품을 보고 있자면 도리어 멋쩍은 웃음도 나지만... 지금도 이 일대는 뉴욕 경찰당국에 의해 지적재산권 집중 단속지구에 속해있을 만큼 악명 높다. 하지만 색다른 민족 문화의 거점으로서 관광객들의 수요는 여전히 크다.
다소 일그러진 현재상과 달리, 일대의 향후 발전 가능성만큼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뉴욕의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렌트와 물가, 그리고 교통의 요지로서 누리는 탁월한 접근성은 큰 장점이다. 동서로는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는 맨하탄 브리지와 뉴저지주로 향하는 홀랜드 터널이, 북으로는 최고의 샤핑가로 꼽히는 소호가 자리한다. 또한 뉴욕시 인구의 6%에 해당하는 커뮤니티의 무게감과 시 정부 서열 2위인 감사원장(존 리우), 연방하원의원(그레이스 멍)을 보유한 정치적 파워는 향후 중국인들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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