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이 다 지나갔다. 그런데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은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3월의 광란이란 미국대학남자농구의 전국 챔피온을 결정하기 위해 벌이는 토너먼트를 가리킨다. 매년 3월 중에 토너먼트가 시작한다. 과거에는 모든 게임들을 3월 중에 끝냈는데 요즈음에는 4월까지 이어진다.
토너먼트에는 각 대학 소속 리그의 우승팀들과 토너먼트를 주관하는 기관에서 선정한 팀들로 모두 68개의 팀에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68개의 팀을 17팀씩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마다 1번부터 16번까지 시드 배정을 한다. 16번 시드 배정은 각 그룹마다 두 팀씩 있게 된다. 우선 16번 시드를 받은 8개의 팀들이 경기를 벌여 4팀을 추려내어 전체 팀 수를 64개로 줄인 후 3주에 걸쳐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지난 주에 64개 팀이 16팀으로 줄었고 이 번 주말이 지나면 4팀으로 추려진다. 그 후 다음 주 토요일에 준결승전, 그리고 월요일에 결승전이 있게 된다.
남자 대학농구 토너먼트의 인기란 그 어떤 다른 스포츠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아마 그래서 ‘광란’이란 표현을 쓰는 것 같다. 2006년에 내가 사는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조지메이슨 대학이 4강에 진출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멀튼 총장은4강 진출이 가져다 준 학교 홍보의 가치가 2천5백만달러 정도는 된다고 했다. 학교 지명도의 향상과 동창들의 지원이 늘어난다. 2010년과 2011년 2년간 계속 결승에 진출했던 버틀러 대학의 경우 그 가치가 10억달러 정도 될 것이라 했다. 그 학교에 입학지원을 한 학생수도 그 후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고 했다.
나도 매년 가능하면 많은 게임들을 보려고 노력한다. 거듭되는 역전, 어처구니 없는 실수와 신데렐라 팀의 등장은 이 게임들을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오래 전 한국에서 고등학교 야구 시합을 보던 그 재미와 버금간다. 아마 내 나이 또래 모두가 잘 기억할 수 있는 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 경기와 비슷한 점들이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당시 고교야구 시합은 해당 고등학교의 재학생이나 졸업생들뿐만 아니라 그 학교가 위치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흥분을 자아냈다. 3월의 광란도 마찬가지로 해당 대학의 재학생, 동창생, 지역 주민들의 넋을 흔들어 놓는다. 토너먼트 기간 중 직장동료들 사이에 가장 중요한 화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토너먼트라고 한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우승팀을 점치는 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시드 배정을 보아 어느 팀이 객관적으로 우세한 지는 쉽게 가늠할 수 있지만 단판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토너먼트의 속성 상 어느 팀이 이길지는 실제로 시합을 치루어 보지 않고서는 속단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 있었던 32게임 중 상위 시드를 배정 받은 팀이 이긴 것은 22게임 뿐 이었다. 즉 3분의 1 정도의 게임들이 예상을 뒤엎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지역적 연고가 있는 팀을 응원하면서도 실제로 이길 팀을 점치는 경쟁에 들어가서는 객관적으로 전력이 우세한 팀을 뽑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토너먼트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라가기 위해서 버거운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팀들이 도중에 탈락하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무조건 약체팀을 응원하기도 한다. 부부나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 사이에 응원하는 팀이 다르기도 하다.
매년 3월의 광란을 거치면서 느끼는 것은 이것만큼 평소에 전혀 상관없거나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공통화제가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전날 저녁의 게임 내용을 갖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평소에 중요한 정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정치인들도 농구 경기로 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은 한인 동포 1세들에게는 큰 관심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대화하기 힘든 자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재로 이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같이 응원할 팀을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일부러 서로 반대편에 서서 응원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같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서로 손을 잡고 뛰며 좋아 할 수도 있고 반대편에서 경쟁할 때도 선수들이나 팀의 통계 수치를 배워가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잘 모르는 부분이라도 자녀들에게 배운다는 자세로 물어 보면 대부분의 자녀들은 기꺼이 가르쳐줄 것을 의심치 않는다. 물론 이제 벌써 토너먼트의 절반이 지나 올해는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늘 금요일의 16강전 그리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8강전부터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내가 의장으로 있는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12명의 위원들도 평소에 교육정책이나 이슈들로 종종 대립하는 것을 다 뒤로하고 모두가 토너먼트 게임 결과를 예측하는 시합을 벌이기로 했다. 농구 게임 하나하나 끝 날 때마다 누가 맞혔고 누가 틀렸는지를 확인해 가며 웃어 본다. 모처럼 서로 동료애를 느껴볼 수 있어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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