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의 이디스 윈저가 평생 반려자였던 테아 클라라 스파이어를 만난 것은 1960년대 뉴욕에서였다. IBM의 프로그래머였던 윈저와 심리학자인 스파이어는 대부분의 부부들처럼 수입을 공유하며 42년간 함께 살았다. 동성애자였던 그들은 2007년 토론토에서 결혼한 후 뉴욕으로 돌아왔고 다발성경화증을 앓던 스파이어는 윈저의 지극한 간호를 받다가 2009년 사망했다.
스파이어 유산에 대한 상속세 36만3,053 달러를 납부하라는 국세청의 통보가 날아온 것은 스파이어 사망 한 달 후 윈저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연방정부는 그들을 ‘부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만으로 규정하며 부부가 받을 수 있는 1천여가지의 연방혜택을 동성부부에겐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1996년 제정된 연방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에 의해서다.
40여년 동고동락하며 함께 행복했던 배우자 스파이어를 ‘친구’로 분류한 정부의 ‘모욕적’ 처사에 분노한 윈저는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법원은 외국에서의 그들 결혼이 뉴욕에서도 유효하다고 인정해 주었고 항소법원도 결혼보호법을 위헌으로 판결하며 윈저의 손을 들어주었다.
세계의 관심이 쏟아지는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에 고심 중인 연방대법원이 심리 둘째 날인 27일 다각도로 해부한 것이 바로 이 윈저케이스다. 심리의 분위기만으로 본다면 결혼보호법의 운명은 풍전등화다. 대법관들 다수가 이 법의 합헌성에 회의적 시선을 감추지 않았으니까.
금년은 동성애자 권익운동의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취임연설에 사상 처음으로 게이의 평등권이 언급되었는가 하면 권익투쟁이 시작된 지 반세기도 채 안되었는데 최종목표라 할 수 있는 ‘동성결혼 합법화’가 장밋빛 전망 속에 연방대법원에 서게 되었다.
이번 주 대법원은 동성결혼 관련 두 케이스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동성결혼을 금지시킨 캘리포니아 주법 ‘프로포지션 8’에 대해 동성부부 두 커플이 제기한 무효화 소송과 동성부부에게 연방정부 혜택을 금지시킨 결혼보호법의 무효화를 원하는 윈저의 소송이다.
기본 핵심논점이 ‘평등권’으로 같은 두 케이스는 절차상 법적 하자가 노출된 유사한 측면도 보이지만 판결 결과에서 자칫 이해가 난감하게 상충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우선 두 케이스 모두 동성결혼 반대 측의 법정 소송자격에 문제가 제기되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오바마 행정부가 각각 프로포지션 8과 결혼보호법을 위헌으로 간주하여 첫 소송 패소 후 법적 방어를 포기 내지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프로포지션 8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일반시민들이, 결혼보호법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소송당사자로 나섰는데 법적으로 직접적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이 지지하는 법 시행을 목적으로 소송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26일 프로포지션 8 측 변호사에게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이 물었다 : “동성커플에게 결혼을 허용하는 것이 이성커플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가?” 변호사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법의 내용자체에 대해 위헌여부를 내리기 전에 자칫 소송자체가 각하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럴 경우 하급심의 위헌결정이 유지되어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승리는 하겠지만 기대했던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얻어내지 못한 채 또 몇 년이 될지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두 케이스 판결의 상충적 우려는 27일 심리에서 부각되었다. 이날 결혼보호법의 위헌여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되었다. 동성부부의 평등권에 대한 차별과 연방정부의 주정부 권리침해다. 진보파 대법관들은 평등권 차별에 집중한 반면 이번 판결에서 스윙 보터가 될 중도 보수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은 전통적으로 주의 소관인 ‘결혼’규정에 대한 연방의 위법적 침해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만약 결혼보호법이 연방정부의 권리침해 측면에서 위헌으로 판결된다면 캘리포니아주는 결혼에 대해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프로포지션 8엔 합헌 판결이 내려진다는 뜻인가, 보수적 대법관들은 이 같은 두 케이스의 역학관계도 미리 인지하고 동시에 둘 다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요즈음이다.
한 케이스는 합헌·다른 하나는 위헌으로 양분된 판결이 나올지, 전국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선언하는 역사적인 판결이 나올지, 새로운 사회 풍조인 동성결혼에 대해 대법원이 결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케이스 자체가 아예 기각될지, 전·현직 대통령들이 무효화를 촉구하는 결혼보호법엔 위헌판결이 내리고 프로포지션 8의 동성결혼 금지는 캘리포니아에 한해 무효화시키는 제한적 위헌판결이 나올지, 6월말이 올 때까지는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동성결혼’은 이제 거스르기 힘든 사회적 흐름이 되고 있다. 현재동성결혼 합법화지역은 워싱턴 DC와 9개주다. 뉴욕타임스의 여론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2016년엔 32개주로, 2020년엔 44개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므로 대법원의 판결은 동성결혼의 합법화여부를 결정 한다 기 보다는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갤럽이 동성결혼 반대자들에게 물었다 : 왜 반대합니까? 47%가 종교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대사회의 동성결혼은 좋든 싫든 이미 현실이 되었다. 동성결혼을 종교적 시각이 아닌 ‘소수자에 대한 평등’이라는 민권 시각으로 보게 된다면 받아들이기도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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