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동안에도 총기 사용 살인사건들은 멈출 줄 모를 정도가 아니고 더 기승을 부렸다.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 기숙사에서는 다발총과 탄창을 잔뜩 준비하고 학생들을 대량 살육하려던 자를 룸메이트가 화장실에 몸을 숨기고 911로 신고, 미수에 그치면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콜로라도 주 감옥 시스템의 최고 책임자는 밤 8시에 자기 집 문을 노크하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자마자 총격을 받아 살해됐다. 전과자로서 갱 멤버인 범인은 이틀 후 텍사스의 어느 도시에서 또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다. 금요일 새벽에는 버지니아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한 해병이 두 동료를 살해하고 자살해 버렸다.
지난해 12월14일 코네티컷, 뉴타운 초등학교에서 6세짜리 20명이 처참하게 살해되고 그들을 보호하려던 교직원 6명이 희생된 다음 오바마 대통령이 눈물을 지으면서 다발 탄창 등 군용무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해 혹시나 하고 기대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총기협회(NRA)의 로비가 얼마나 무서운 지 공격용 무기나 다발탄창 규제는 물 건너가고 고작해야 총기 구입자가 상점이든 총기박람회 등 비상업적 출처이든 전과나 정신병력 등에 대한 배경조사를 받는 정도의 미봉책만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제안했던 총기 규제법안 중 공격용 무기를 민간인에게 팔지 못하게 하는 조항은 투표에 부치지도 않기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엊그제 결정했기 때문이다.
리드의 결정은 순전히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53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모두 결속한다 해도 의사진행 방해 연설(필리버스터)을 펼치게 될 공화당 쪽의 반대를 넘어서기 위한 60명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뻔히 패할 것을 투표에 부쳤다가는 2014년 재선에 임하는 민주당 출신 상원의원들이 NRA의 집중 낙선운동의 대상이 되어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으로 둔갑할 것이 두려워 리드가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정말로 불가사의한 것 중 하나는 총기문제와 NRA의 막강한 힘이다. 물론 영국에 반란을 일으켜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총기와 민병대의 역할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연방 수정헌법 제2조에 나와 있는 무기소유권이 민병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의 권리라는 대법원의 최근 판례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 가족이나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 50발 짜리 탄창이나 다발 반자동소총이나 권총이 필요한 것은 아닌데도 NRA가 공격용 무기의 규제를 철천지 원수쯤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NRA의 회원들 중 무기제조 판매회사들이 상당수 있다는데서 무기종류와 탄창 종류 등의 모든 규제를 배척하는 동기가 짐작된다.
NRA는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구호를 고집하면서 총기 소유자들의 등록을 극구 반대한다. 총기 소유자들이 등록을 하게 되면 정부 관리들이 총기들을 압수하러 들이닥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는다.
정부나 경찰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어스 모건이라는 CNN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는 며칠 전 마이클 모어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손님으로 맞아 리드 민주당 상원총무를 맹비난했다.
피어스 모건은 영국 사람이기 때문에 미국의 총기 실상에 대한 의분이 대단한 모양이다. 왜냐하면 미국과 영국은 잔인한 비디오 게임부터 폭력적인 영화와 TV 등 비슷한 문화이지만 총기에 의한 사망자 수는 미국이 영국보다 40배가 높고, 그 이유는 영국에서 민간인들의 총기 구입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뉴타운의 학살자는 잔인하게도 어린 아이들을 단발로 죽인 게 아니라 많은 총탄을 퍼부었기 때문에 얼굴로는 식별이 안 되고 입었던 옷으로 식별하는 처참 그 자체였다고 알려졌다. 그중 한 부모는 아이의 장례식 때 코네티컷 주지사가 와서 보기 전에는 관 뚜껑을 안 닫았단다. 모어는 영화감독의 관점에서인지 그 처참한 광경을 빠짐없이 TV로 방영을 하든지 해야 총기소지에 관한 미국의 광기가 변할지 모른다고 한탄을 했다.
얼마나 많은 뉴타운이 발생해야 미국 조야가 정신을 차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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