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어떻게 정의 될 수 있나.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올해 국내외에서 새삼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북한공산군이 남침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에 미국이 개입했고 뒤늦게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란 기치를 들고 뛰어들었다. 전선은 결국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DMZ가 남과 북의 분단선으로 고착되면서 정전협정이 맺어졌다.”
한국전쟁, 6.25에 대한 역사적 서술은 이처럼 간단히 정리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성격의 전쟁인지 그 정의는 60년이 지난 오늘에도 상당히 혼란스럽다.
“패망한 일본제국 시신 부검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 제국주의’, 반(反)제국주의 전쟁이 한국전이다.” “좌우의 사상적 대립으로 볼 때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따라서 내전으로 보아야 한다.” “냉전시대의 산물로 전후 최초의 대리전이다.”
일본이 재무장과 함께 한반도를 통한 대륙침공을 다시 꾀할 수 있다. 그 역사의 되풀이를 막아야 한다. 거기다가 국내에서의 공산주의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군사적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계산 하에 모택동은 국공내전 끝마무리란 시점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출병을 결정했다. 중국의 그 같은 개입과정도 한국전쟁에 대한 정의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정전협정이후 60년의 남북한 대치 상황도 그렇다. 한 마디로 현대사의 미스터리다. 전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전쟁들은 결국 평화협정으로 매듭지어졌다. 남한과 북한만 냉전적 대결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 불안한 장기적 소강상태를 가능케 했나. 한반도의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를 주변의 강대국들이 하나같이 원해왔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분단 체제에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이해를 같이 해온 것이다.
두 개의 동맹체제가 대치하면서 남북 간에 상호억지체제가 성립됐다. 그것이 냉전시대에서 최근까지 이어진 한반도 분단 체제다. 그 상호억지체제가 제2의 한국전 같은 전면전을 막은 것이다.
그렇지만 평화도 가능하지 않았다. 대신 남북 간에 끊임없이 발생해온 것은 저(低)강도 분쟁이다. 정전협정 후 북한은 수백차례 도발을 해왔다. 그러나 전면전으로 이어질 분쟁은 자제해왔다. 특히 냉전이 서방의 승리로 끝난 80년대 말 이후 한동안 도발은 훨씬 줄었다.
2010년부터, 그러니까 2차 핵실험 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장거리 미사일발사. 그리고 3차 핵실험-. 그도 모자라 정전협정 파기에, 불바다 위협이다. 마치 ‘자제’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왜.
“독자적인 억지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갖추었다. 그 자신감의 발로로 뒤늦게 폭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은 북한의 독자적인 억지력구축을 결코 원치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실험, 종전협정 파기선언은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찾아진다. 최근의 도발은 과거 분단 체제에서의 도발과 다른 심각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내부사정이 대외적 강경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다른 시각의 분석이다. 통치의 근본이데올로기인 ‘주체’(主體)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동북 3성에 뒤이은 동북 4성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북한의 전 계층이 동요하면서 김정은은 심각한 딜레머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 정황에서 김정은은 군부 중심의 강경노선을 채택, 불안정성을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정은 제거 시도가 있었다.” “군부 강경파가 당 중심의 온건파를 제압했다.” 이 같은 국내 보도들은 바로 그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말하자면 재앙 임박을 인식한 죽어가는 체제의 종말적 비명이 바로 김정은 체제가 보이고 있는 행태라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무엇을 말하고 있나. 큰 그림으로 볼 때 한반도의 스테이터스 쿠오의 한 모퉁이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령절대주의 폭정의 업보, 그 하중에 짓눌려 북한체제는 자폭의 내림 길로 쏟아져 내리면서 한반도 분단 체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 현상에 중국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례적 발언에서, 또 “북한 붕괴에 대비해 미국과 대화할 채비가 되어 있다”는 등의 북경 발(發) 시그널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한국 전쟁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나’-. 그 질문으로 되돌아 가본다. 내전인가, 국제 전쟁인가. 그도 아니면. 딱히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그 ‘전쟁도 평화도 아닌 현대사의 미스터리’가 종식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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