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곰 한 마리가 어떤 간이식당에 들어온다. 판다는 샌드위치를 시켜먹고 난 다음 권총을 꺼내 허공에 두 발을 쏘아댄다. 대경실색한 웨이터가 출구로 향하는 판다에게 왜그랬느냐고 물을 수밖에. 판다는 구두점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쓰여진 야생 동물 입문서를 꺼내 어깨 너머로 던진다. 문에서 나가기 전에 “나는 판다야. 여기서 찾아봐”라고 말한다.
웨이터가 찾아보니 이렇게 나와 있다. “판다. 중국 원산의 곰처럼 생긴 까만색에 흰색이 섞인 포유동물. Eats, shoots and leaves." 저자는 판다가 죽순(shoots)과 나뭇잎(leaves)을 먹는다는 의미를 전달하려 했지만 Eats 다음에 쉼표(comma)를 사용함으로써 shoots와 leaves가 명사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의미의 동사와 혼동되었기에 생긴 소극이다.
그러므로 구두점은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사실 “Eats, Shoots & Leaves"란 제목은 필자가 작년 7월 원인 모를 하혈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큰 딸이 사다준 책의 제목이다. 마침표(period), 쉼표(comma), 설명구(colon), 생략부호 또는 소유격 부호(apostrophe), 따옴표(quotation mark) 등의 구두점(punctuation)들은 조심하지 않으면 실수하기 쉬운 문법 규율에 속한다. 보통 책 크기가 반절쯤이고 209면밖에 안 되는 그 책의 저자는 린 트러스란 영국의 신문편집 교정기자 출신이다. 영국에서만도 베스트셀러로 50만부가 판매되어 문법책으로 기록을 세웠기에 화제가 되었단다.
정말 글재주 있는 사람은 하찮아 보이는 . , ? “ ” : ; ? ! 등의 구두점에 관해서 쓰면서도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하면서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전달한다. 하나의 예로 주전 3,500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해서 주후 100여년에 완성된 성경 기록 당시에는 구두점들이 없었다는 사실이 있다. 트러스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형주에 달려 처형된 두 행악자 중 하나가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할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라 요청했을 때 예수께서 대답하신 내용(누가복음 23:42, 43)을 들어 쉼표의 올바른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verily, I say unto thee, this day thou shall be with me in Paradise."(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위의 것을 다음 것과 대조해 볼 수 있다.
“Verily I say unto thee this day, Thou shall be with me in Paradise." (진실로 내가 오늘 당신에게 말하는데 당신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입니다)
성경기록 당시에는 쉼표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맥과 아울러 다른 사실들을 고려해야 정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예수께서 죽임을 당하신 다음 3일 만에 부활하신 후 승천하시기까지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는 네 복음서의 기록은 첫 번 째 번역과 쉼표 위치가 잘못되었음을 확실히 증명한다. 첫 번째 번역으로는 행악자가 예수 그리스도 보다도 먼저 낙원에 또는 하늘에 그것도 바로 죽는 날 직행했다는 그릇된 결론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요한복음 3:5)라는 예수의 말씀으로 볼 때 그 행악자가 하늘에 가기에는 자격부족으로 볼 수 있다. “당신의 나라에 임할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라는 그 행악자의 요청 자체로서도 먼 훗날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 (지상) 낙원으로 부활시켜 주실 것을 간청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두 번째 번역이 타당하다.
위의 예처럼 구두점의 잘못된 사용은 종교 논쟁 내지 전쟁까지도 촉발시킬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 구두점의 역사는 처음에는 성경 낭독자들이 숨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또 세속적으로는 연극 배우들이 대사를 외울 때 호흡 조절을 돕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대에 쓰이는 구두점들의 역사는 앨더스 매누티어스란 15세기 베니스의 인쇄업자로 시작된다. 르네상스 고전의 출판인쇄가 활발하던 시절 구두점들을 사용하여 문장의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하려 했던 매누티어스의 역할은 그의 손자에 의해 완성되어 오늘날의 구두점 문법의 효시가 되었음을 그 작은 책에서 배우게 되었다. 읽고 배울 것은 많은데 시력은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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