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 자리했던 풀턴 스트릿 샤핑공간 재탄생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 싸게 구매하는 TKTS 자리
Pier17 밖 계단 테라스에 앉아 맥주나 커피 한잔 별미
자유의 여신상.브루클린 브리지 등 돌아보는 크루즈 여행 재미 쏠쏠
■항구도시로 발전해온 뉴욕의 발자취를 엿보다
세계무역센터(WTC)가 뽐내는 위용, 월스트릿의 역동성, 정숙한 배터리팍과 인디언 박물관의 고풍스러움. 하지만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선착장을 지나 워터 스트릿 쪽으로 접어들며 그러한 분위기는 180도 바뀌게 된다. 길 이름처럼 오른쪽으로 보이는 강가의 내음과 분위기는 항구도시로 발전해온 뉴욕의 발자취를 실감케 하는 장치로서 손색이 없다.
버스에서 내리자 커다란 등대, 타이타닉 메모리얼이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South Street Seaport)와 풀턴 스트릿의 시작을 알린다. 소위 ‘뮤지엄 블록Museum Block’이라 불리는 일대 안에 해양 박물관과 그 유적지가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한때 어시장인 풀턴 마켓이 자리하던 풀턴 스트릿은 현재 작은 샤핑 공간으로 변모했다.
Abercrombie&Fitch, J Crew, Ann Taylor 등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바 등이 나란히 자리한다. 울퉁불퉁한 바닥과 강에 인접한 동네 특유의 눅눅한 분위기, 그리고 지척에 보이는 선박은 어느 해안가 도시처럼 느껴졌다. 마침 광장에서는 다채로운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임, 댄스, 악기 연주 등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고로 풀턴 스트릿 오른쪽 건물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TKTS도 자리하니 꼭 한번 들러보자. 이곳은 타임스퀘어에 있는 TKTS보다 상대적으로 덜 붐벼 이용이 편리하다.
조금 더 강가 쪽으로 걸어가자, 길 위에 고가도로가 달리는 사우스 스트릿이 나온다. 각종 투어버스가 정차하는 이곳은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붐빈다. 길을 건너자 만나게 되는 것이 부둣가 Pier 16. 넓은 나무 갑판 위에는 여행 안내소와 함께, 크루즈 티켓 판매소가 자리한다. 그리고 그 좌우로는 대형 선박 몇 척이 정박해있다. 그 중 대형 돛이 4개 있는 것이 1911년에 완성된 페킹호, 돛이 3개 있는 것이 1885년에 만들어진 워버트리호다. 참고로 이 두 배는 현재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 박물관이 양도받아 관리하고 있다.
■세계 각지와의 교역으로 꿈을 꾸다
이 일대가 항구로 발전한 것은 1784년 2월 시작한 중국과의 교역이 계기가 된다. 엠프레스 오브 차이나호가 중국 광동 지역을 향해 출항한 것이 시초였다. 총 21m 길이의 배에 면화와 모포를 가득 싣고 첫 아시아 무역에 나섰다. 이후 1807년 로버트 풀턴이 증기선 운항에 성공하고, 페리 운하가 잇따라 개통하면서 무역항으로서의 가치를 키웠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는 1840-50년대 최전성기를 맞이한다. 한때 북으로는 보스턴, 남으로는 찰스턴과 뉴올리언스, 국외로는 서인도제도, 이탈리아 나폴리, 영국 리버풀, 중국 광동까지 노선을 확장했다. 인근 펄 스트리트에 거주하던 작가 허먼 멜빌은 당시 이 일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배가 마을에 가까워올 때 땅 위에는 몇천 명의 사람이 바다의 몽상에 젖은 채 서있다. 한편 배 위에서는 현판에 앉아 마을을 바라보는 사람, 돛 위에 올라 손을 흔드는 사람, 그리고 깃발을 흔들며 소리치는 사람이 보였다. 이 모든 게 그저 기묘한 광경처럼 보였다’ 세계 각지에서 밀려들어온 수많은 사람과 상품들은 그렇게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한편 갑판 왼쪽에는 3층으로 된 대형 건물 Pier 17이 자리해 있다. 파빌리온 형태의 이 샤핑센터에는 1, 2층에 Victoria Secret, Foot Locker 같은 상점을 비롯해, 3층에는 대형 푸드코트와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어느 관광지가 그렇듯, 이곳의 음식 가격은 맛에 비해 지나치리만큼 비싼 편. 음식 가격에 전망 값이 포함되어 있는 것 역시 불문가지. 그렇다 하더라도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전경, 특히 야경은 오버페이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압권이다. 물론 그곳에서 음식을 안 사먹고 Pier 17 밖 계단 테라스에만 앉더라도 그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여름에 강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 잔해도 좋고, 추운 날 따뜻한 커피 한 잔 즐겨도 좋다.
아울러 금전적이든 시간적이든 여유가 있다면 이곳에서 탑승하는 수상 택시를 추천한다. 약 40~50분 정도의 크루즈로 인근 관광 명소를 둘러볼 수 있어 가격 대비 만족도가 충분하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은 오히려 리버티 섬에 직접 들어가는 것보다 더 뚜렷이 볼 수 있으며, 브루클린 브리지와 맨해튼 브리지 아래를 배타고 지나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강에서 본 맨하탄 전경의 감동은 역시 그 자체만으로 ‘Priceless’다.
■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 박물관
1967년 피터 스탠포드 부부에 의해 설립된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 박물관은 옛 풍취를 재현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주목받는다. 이후 1998년 미 의회가 해양 박물관을 대대적으로 조성할 계획의 일환으로 이 박물관이 포함되어 확장 공사 뒤 재개장했다. 이곳에는 19세기 해양 문화를 보여주는 각종 사료는 물론, 관련 도서관, 연구실, 샵 등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현재는 실내 전시물에 더해 이스트강변에 자리한 대형 선박까지 양도받아 관리하고 있으며, 간혹 다양한 테마의 특별전까지 열어 방문객들의 이목을 끈다.
▲주소 : 12 Fulton Street / 연락처 :917-492-3379 / 오픈 :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요금 : 10달러 (노인/학생 6달러) / 홈페이지 : southstreetseaport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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